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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지 않은 손님…폭염 장기화로 녹조 창궐

3일 오후 조류경보제 관심 단계가 내려진 대구 강정고령보에 녹조가 창궐한 모습. (사진=류연정 기자)

 

초록 물결이 일렁일 때마다 비릿한 냄새가 코 속을 파고들었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물 위에 빼곡하게 들어찬 녹색 물질이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3일 오후 조류경보제 경계 단계가 내려진 대구 강정고령보.

여름마다 찾아오는 반갑지 않은 손님 '녹조'는 올해도 어김없이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해 여름 강정고령보에 조류경보제 경계 단계가 처음 발령된 건 6월 14일.

이번에는 그보다 48일이나 지나서야 녹조의 원인이 되는 유해남조류가 급증했다.

하지만 그만큼 녹조 기간이 짧아질 거라고 단언할 수는 없다. 시작 시기만 늦어진 것일 뿐, 기간은 비슷하거나 오히려 길어질 수도 있다.

대구지방환경청에 따르면 7월 초에는 평년보다 장마가 빨리 찾아오면서 녹조가 이렇게까지 번지지 못했다.

이후 낮 최고기온이 35도를 웃도는 날들이 이어지자 수온이 상승해 녹조가 급격히 번식하기 시작했다.

지난달 28일 강정고령보의 유해남조류 수는 24156cells/mL, 이틀 뒤인 30일에는 19620cells/mL를 기록했다.

녹조 때문에 물이 녹색으로 변한 대구 강정고령보. (사진=류연정 기자)

 

문제는 앞으로다. 대구기상지청은 8월에도 폭염의 기세가 꺾일 것 같지 않으며 강수량은 평년과 비슷하거나 적은 수준일 것으로 예보했다.

기온이 오르고 유속이 없으면 유해 남조류는 더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다른 보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다.

수질예보제 주의 단계가 내려진 달성보는 지난달 30일 유해남조류 개체수가 133600cells/mL로 일주일 전보다 14배 늘었다.

상주보 역시 유해남조류가 급증하고 있어 수질예보제 주의 단계가 발령됐고 낙단보는 관심 단계가 내려졌다.

영천보는 7년 만에 조류경보제 관심 단계가 내려졌는데 7월 초 집중 강우 당시 유입된 오염원이 폭염 때문에 빠르게 증식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환경당국은 앞으로 오염원 단속과 향후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고 밝혔고 대구시는 최첨단 고도정수처리시설을 운영해 안전한 수돗물을 공급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환경단체는 과불화화합물 사태 이후 시민들의 물 안전 걱정이 커지고 있는 만큼 근본적인 해결 대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대구환경운동연합은 현재 보 수위가 높은 편이어서 수문 개방으로 방류하는 물의 양을 늘리는 데 무리가 없다고 주장했다.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생태보존국장은 "보 개방으로 유속을 높여 녹조를 줄여야한다. 또 해마다 반복되는 녹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특별기구를 설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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