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 (18:30~19:55)
■ 방송일 : 2018년 8월 3일 (금) 오후
■ 진 행 :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 출 연 : 민언련 김언경 사무처장
◇ 정관용> 우리 언론의 보도 동향 살펴보는 미디어포커스입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의 김언경 사무처장 어서 오십시오.
◆ 김언경> 안녕하세요.
◇ 정관용> 대법원 법원행정처 문서 196개가 결국 공개됐잖아요. 거기 조선일보 관련 문건들 참 많잖아요. 문건을 좀 잘 보셨나요?
◆ 김언경> 저희가 공개된 문건을 봤는데요. 문건에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중에 상고법원 제도를 도입하기 위해서 법원행정처가 국회, 언론 등을 상대로 전방위 로비 압박을 시도한 정황이 담겨 있었습니다. 그중에 저희는 조선일보 관련된 문건만을 자세히 분석을 해 봤습니다. 관련 문건을 보면 법원행정처는 조선일보에 상고법원 홍보를 위해서 설문조사와 좌담회, 특집 기사, 기고문 등을 꾸준히 이렇게 주문했어요, 요구하는 그런 내용이 들어 있었습니다. 조선일보는 이 문건이 공개된 이후에 문건은 행정처가 일방적으로 작성한 거고 우리와는 상관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 정관용> 계속 그런 입장이죠?
◆ 김언경> 네. 저희가 그런데 일일이 대조를 해 보니까 이게 상관이 없다고 말하기에는 민망할 정도로 법원행정처의 요구와 조선일보 보도가 많이 일치하고 있다.
◇ 정관용> 예를 좀 한두 개만 들어봐주세요.
◆ 김언경> 2015년 1월과 2월에 걸쳐서 법원행정처는 조선일보 기고문 및 칼럼이라는 문건을 만들었습니다. 이 문건은 3개가 있었는데요. 이 3개의 문건이 작성된 직후인 2월 6일에 조선일보에 이진강 전 대한 변호사협회의 기고문이 하나 실립니다. 그런데 법원행정처의 문건을 한번 읽어볼게요. 최근 법조계의 화두는 단연 상고법원이고 기대감도 높다. 공청회도 열렸고 국회의원 168명이 법률안도 발의했다. 다음은 조선일보 기고문을 읽어보겠습니다. 최근 법조계의 화두는 당연히 상고법원이고 국민의 관심도 매우 높다. 대법원에서 공청회도 열렸고 국회의원 168명이 법률안을 발의하여 본격적 논의를 시작하려 하고 있다. 거의 똑같습니다. 다른 내용도 거의 이런 식으로 조금만 바꿨지 전부 다 같은 내용입니다.
(자료=민주언론시민연합)
◇ 정관용> 이건 어떻게 보면 법원행정처의 그 문건을 보고 이진강 전 협회장이 썼거나 아니면 이진강 전 협회장은 이름만 빌려줬거나 이런 거 아닐까 싶어요.
◆ 김언경> 맞습니다. 또 하나 있는데요. 법원행정처가 3월 31일에 작성한 조선일보 기고문이라는 글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문서 작성 뒤 2주 후에 조선일보 지면에 오연천 울산대 총장의 기고문이 나오거든요. 제목이 대법원 정상화를 위한 출발점, 상고법원. 아예 이 기고문은 그냥 다른 부분을 찾는 게 불가능할 정도로 정말 똑같습니다.
◇ 정관용> 문건하고?
◆ 김언경> 네. 그냥 쭉 다 같아요. 제가 같은 글을 빨간색으로 복사를 해 보니까 빨간색이 아닌 내용이 별로 없었습니다.
◇ 정관용> 그래서 소위 대필의혹, 대필의혹 이런 말이 나오는 거군요.
◆ 김언경> 굉장히 심각했습니다.
◇ 정관용> 이거는 기고문이나 이런 거고 신문의 기사로는 어때요?
◆ 김언경> 2015년 3월 30일에 법원행정처가 조선일보 첩보보고라는 문건을 작성했는데요. 이 문건에서 법원행정처가 조선일보에 요구한 것이 산케이 지국장 형사 사건에 대한 적극적인 보도였습니다. 그런데 30일 만찬 이후에 실제 조선일보 지면에 산케이신문 서울 지국장의 박근혜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 관련 보도가 갑자기 많이 쏟아져나왔습니다. 조선일보 첩보보고 그 문건 작성 이후 한 달간 조선일보는 12건의 관련 보도를 내놨습니다. 이 중에 3건이 1면 보도였어요. 그런데 다른 신문은 어땠나 봤습니다. 같은 기간에 다른 신문사들은 조선일보 다음으로 많은 보도를 내놓은 매체가 동아일보 9건이었고요. 중앙일보가 5건이었습니다. 그러나 두 매체도 관련 기사를 1면에 배치한 적은 없었습니다. 경향신문과 한겨레, 한국일보는 같은 기간에 2건에서 4건 정도의 보도를 내놓는 데 그쳤습니다. 당연히 1면 보도는 없었고요. 조선일보는 12건 중에서 3건을 1면에 배치하고 특히 만찬 다음 날인 3월 30일에 1면에 관련 기사를 배치를 하거든요.
◇ 정관용> 지금 만찬, 만찬 그러시는데 누구랑 누구랑 만찬한 거예요. 그러니까 조선일보랑 법원행정처 쪽이?
◆ 김언경> 네. 그래서 이 법원행정처의 요구를 잘 들어줬다, 이렇게 볼 수가 있습니다. 이 이외에도 법원행정처는 상고법원의 필요성을 설득하는 홍보성 기사 작성을 요구를 했거든요. 그런데 이 문건에서 전직 대법관의 반대 발언은 상고법원 추진에 치명타가 될 수 있으므로 전직 대법관들 상대 설득 강화 및 적극적 찬성자로 언론기구 등을 활용할 필요성이 있다라고 적어놓은 게 있습니다.
◇ 정관용> 문건에?
◆ 김언경> 지금 제가 말씀드린 건 법원행정처 문건이에요. 그런데 이 문건 작성 3개월 후에 조선일보는 상고법원 제도에 찬성하는 전직 대법관의 입장을 담은 온라인 기사를 선보입니다. 제목은 '퇴임 민일영 대법관 일선 법관이 바로서야 사법 신뢰 바로선다'라는 9월 16일자 보도인데요. 이 보도에서는 민 대법관은 사법 신뢰를 높이기 위해서는 상고법원을 도입해야 한다고 했다. 상고를 엄격히 제한하는 상고제한제와 같은 제도를 도입함이 어렵다면 상고법원이라도 도입해야 한다. 직역 이기주의를 내세워 반대할 때가 아니다. 국회에 계류 중인 상고법원이 빨리 통과되어야 한다라는 내용을 전했습니다.
6월 28일 열린 '양승태 사법농단 대응을 위한 시국회의' 참석자들 (사진=황진환 기자)
◇ 정관용> 이런데도 조선일보는 이 문건은 법원행정처가 자기들 마음대로 한 거다. 우리랑은 상관없다? 어떻게 이런 말을 할 수 있을까 모르겠네요.
◆ 김언경> 그러게요. 저는 아무튼 결론적으로 그거는 모르겠고 많은 부분이 일치하더라. 그리고 만약에 이게 요구를 받지 않고 그들이 했다면 정말 두 분이 양쪽이 빙의되었거나 텔레파시가 통했다라고.
◇ 정관용> 조선일보가 대법원에 빙의 아니면 서로 텔레파시?
◆ 김언경> 그게 아니면 이해할 수 없는 사례고요. 좀 더 심한 사례 한 가지만 말씀드릴게요. 법원행정처는 조선일보에 태평로 또는 데스크 코너에서 사내 칼럼 게재를 추진해 달라, 이런 메모가 돼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내용대로 조선일보가 실제로 데스크에서 상고심 개편, 이제는 결론 내자라는 것을 보도를 했습니다.
◇ 정관용> 데스크 칼럼으로? 법원행정처가 데스크 칼럼 좀 해 달라고 하는 문건이 나온 후에?
◆ 김언경> 태평로와 데스크 칼럼, 두 가지 코너에서 해 달라고 주장을 했잖아요. 그런데 데스크에서 진짜 나왔습니다. 더 충격적인 것은 조선일보 그러니까 홍보전략 일정 및 콘텐츠 검토라는 문건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상고제도 개선 필요성 결론내려야라는 문구가 있었는데요. 이 칼럼도 제목과 마지막 문장으로 뭐라고 말을 하냐 하면 중요한 건 이제는 어떤 형태가 됐든 결론을 내릴 때가 됐다는 것이다. 그 선택은 빠를수록 좋다, 이렇게 써 있어요. 그러니까 내용 데스크 칼럼이라는 것을 유용한 것도 똑같고 거기에 써 있는 글을 그대로 썼다라는 것이죠. 아무튼 저희가 보기에는 조선일보는 억울하다고 말하는데 억울하다고 말하기에는 좀 민망한 상황이다라고 생각하고요. 결국 이 상황을 해결하려면 검찰이 나서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문건에 보면 설득조사, 좌담회 등을 부탁하면서 그 대가로 10억 원에 가까운 법원 예산 일부를 광고비로 지급하기로 계획한 사실이 이 문건에 써습니다.
◇ 정관용> 계획만 한 겁니까? 실제로 광고비로 갔습니까?
◆ 김언경> 그건 모르죠.
◇ 정관용> 아직 몰라요?
◆ 김언경> 그래서 법원행정처가 기사거래를 시도한 것으로 사람들이 평가를 하고 있고요. 한겨레신문에서는 이것에 대해서 국고 횡령 예비 혐의로 수사할 사안이다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고 보도를 했어요. 어찌 됐든 저는 검찰의 수사가 필요하다. 명명백백하게 규명되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하고요. 덧붙여 강조하고 싶은 건 조선일보 이외의 언론이 이것을 제대로 보도해야 돼요.
◇ 정관용> 그렇죠.
◆ 김언경> 그런데 조선일보가 우리가 무관한데 보도하면 고소하겠다, 이런 식의 지금 태도를 보이고 있거든요. 여기에 좀 의연하게 동종업계 감싸기 본능을 버리시고 이 문제를 보도해주시기를 바랍니다.
◇ 정관용> 이건 진상을 밝혀야 합니다. 민주언론시민연합 김언경 사무처장이었습니다. 고맙습니다.
◆ 김언경>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