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대 노부부가 경찰의 도움으로 36년 만에 잃어버린 딸을 찾게 됐다.
5일 광주 서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4월 경찰서 실종수사팀에 정 모(76·여) 씨가 방문해 "36년 전 잃어버린 딸을 찾고 싶다"고 도움을 요청했다.
정 씨의 딸은 지난 1982년 4월 28일 정 씨가 보따리 장사를 하기 위해 시장에 나가 집을 비운 사이 행방불명됐다.
정 씨는 딸을 찾았지만 지적장애로 의사 표현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딸을 찾긴 쉽지 않았다. 그렇게 36년의 세월이 흘렀다.
정 씨는 말기암 투병생활을 하고 있는 남편이 살아 생전 마지막으로 잃어버린 딸의 얼굴이라도 보고 싶다는 이야기에 경찰에 도움을 청했다.
수사에 나선 경찰은 정 씨의 신고 내용을 바탕으로 재래시장 탐문수사를 벌였다. 경찰은 또 실종 당시 인상착의를 근거로 실종아동 데이터베이스 등을 조회했다.
하지만 정 씨 딸의 행적을 찾긴 쉽지 않았다.
경찰은 포기하지 않고 정 씨로부터 채취한 유전자 정보를 실종아동 전문기관에서 관리 중인 유전자 정보와 일치 여부를 조회했다.
마침내 실종아동전문기관이 관리하는 유전자 정보 가운데 유사한 최 모(40·여) 씨를 찾았다.
경찰은 2차 유전자 검사를 통해 최 씨가 36년 전 실종됐던 정 씨의 딸 나 씨인 것으로 확인했다.
나 씨는 지난 2006년 장애인 복지사에 의해 발견, 경찰의 보호조치로 경기 파주시의 한 장애인 보호시설에서 생활해 왔다.
가족들은 마침내 지난 4일 36년 만에 상봉의 기쁨을 나눴다.
정 씨는 "36년의 세월을 고통 속에 보냈는데 이제 한 가족이 될 수 있도록 해줘 너무 감사하다"고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서부경찰서 실종수사전담팀 박춘우 경위는 "지역 내 장애인 권익 옹호기관과 연계, 실종자에 대한 법률적 지원을 위해 상호 협력을 이어가겠다"며 "가족들이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지속적인 행정적 보호 지원 활동을 지속해 나갈 예정이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