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윤미향(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 이사장)
어제 그 찜통더위 속에 서울 중구 ‘화해와 치유 재단’ 앞에서 기자회견이 열렸습니다. 오랜만에 이름 들으시죠? 화해치유재단. 2015년 12월 박근혜 정부가 일본과 맺었던 소위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인 한일 위안부 합의. 그 직후에 그 합의를 이행하기 위해서 만들어졌던 재단이 바로 화해치유재단이죠. 그런데 어제 기자회견은 그 화해치유재단을 해산하라, 없애버려라. 이런 걸 촉구하는 기자회견이었습니다. 여기에 나선 분들은 다름 아닌 위안부 피해자 관련 단체분들이었어요.
생각을 해 보니까 일본으로부터 우리 돈 받은 거 있지 않습니까? 10억 엔. 그거 어디 가 있나요? 또 재협상은 불가능하다라고 외교부가 밝혔는데 그러면 그 합의는 어떻게 되는 건가요? 여러 가지로 궁금한 점이 많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이분을 초대해 봤습니다. 위안부 관련 단체들을 통합해서 출범한 조직이 있어요. 정의기억연대의 윤미향 이사장 오늘 스튜디오까지 발걸음 해 주셨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이사장님.
◆ 윤미향> 안녕하세요. 대표가 좋습니다. (웃음)
◇ 김현정> (웃음) 그럼 대표로 한번 직접 소개하시죠.
◆ 윤미향> 지난 7월 11일에 통합을 했는데요. 28년 동안 활동을 했던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그리고 2015 한일 합의를 무효화하기 위해서 100만여 시민이 출연해서 만들었던 정의기억재단. 이 두 조직이 통합을 해서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로 새롭게 출범을 했어요.
◇ 김현정> 정의기억연대. 이렇게 소개를 하면 되는 건가요. 거기 대표가 되신 거예요. 윤미향 대표. 아니, 그런데 가을 바람이나 좀 선선하게 불어오면 하시지 어제 그 폭염 속에서 기자회견 하신 거예요?
◆ 윤미향> 많이 기다렸어요.
◇ 김현정> 그만큼 절박하다는 말씀이세요?
◆ 윤미향> 많이 기다렸고 무엇보다도 너무나 적극적으로 이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해서 활동했던 할머니들이 언제까지 기다릴 수 있을까 하는 절박감.
◇ 김현정> 제가 사실은 생각해 보니까 오늘 누구 돌아가셨습니다, 라는 뉴스를 전하는 게 전보다 훨씬 간격이 잦아졌어요, 좁아졌어요.
◆ 윤미향> 맞습니다.
◇ 김현정> 몇 분 남으셨어요?
◆ 윤미향> 2015 한일 합의 이후에 20분이 돌아가셨어요. 그러니까 그동안 240분의 피해자들이 신고를 하셨는데 이제 28분이 살아 계시고요. 우리 아마 다 너무나 이름들 TV나 언론 매체에서 들어보신 분들, 위안부 문제 관심을 가지신 분들은 익숙할 텐데 김복득 할머니, 경상남도 통영에 계셨던 할머니. 학생들에게 장학금도 지급하기도 하셨죠. 김복득 할머니가 올해 돌아가셨고 안점순 할머니도 돌아가셨고.
지금 이제 그나마 김복동 할머니 목소리가 가끔 나오고 있고요. 길원옥 할머니 목소리. 목소리는 이제 많이 사라지셨고 노래 소리. 그러니까 기억이 사라지고 있기 때문에. 우리 이용수 할머니, 조금 전에 들었지만 이용수 할머니의 그 화난 목소리. 그렇습니다. 그 외에는 목소리를 내는 것조차 힘겨운.
◇ 김현정> 그렇죠. 이용수 할머니는 언제나 제가 인터뷰할 때마다 화나 계세요.
◆ 윤미향> 그러니까 너무 안타깝잖아요.
◇ 김현정> 그러니까 이분들의 화를 우리가 풀어드려야 하는 건데 어제 화해치유재단 앞에서 시위를 하신 이유는 화해치유재단 해산하라?
◆ 윤미향> 그렇습니다.
◇ 김현정> 아마 화해치유재단이 뭐였지? 가물가물하신 분이 계실지 모르겠어요. 조금만 부연 설명해 주신다면?
◆ 윤미향> 피해자들이 사실은 굴욕적으로 느끼는 재단인데요. 화해나 치유는 사실 가해국이 낼 수 있는 그런 표현도 아니고 또 정부가 피해자들의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내걸 수 있는 그런 표현이 아니죠. 굉장히 어려운 표현이잖아요, 화해하고 치유한다는 것은. 그건 사실은 피해자들이 내걸 수 있는 그런 표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만큼 어떤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무르익었을 때 낼 수 있는 건데 2015 한일 합의 때 사실은 피해자들의 요구가 전혀 반영되지 않은 일본의 10억 엔. 이 10억 엔으로 이 문제를 매듭짓겠다고 했던 것이 2015 한일 합의의 핵심이었죠. 다시는 문제 제기하지 않겠다, 소녀상도 철거하겠다.
◇ 김현정> 최종적 불가역적 합의.
◆ 윤미향> 맞습니다. 그 폭력적인 표현. 그런데 그때 세워진 게 화해치유재단이에요.
◇ 김현정> 그 10억 엔을 어떻게 했을 것인가. 그걸 쥐고서 쓰려고 만들어진 곳이 그 재단. 그런데, 그런데 말이죠. 거기까지는 이제 기억이 났습니다. 그 후에 할머님들이 그 돈 안 받겠다라고 했고 국정 농단이 밝혀지면서 이 합의의 뒤에 박근혜, 최순실 그 국정 농단이 있었구나라는 게 드러났잖아요?
◆ 윤미향> 다 드러났죠.
◇ 김현정> 다 드러났죠. 사실은 그 합의는 국제적으로, 외교적으로 살아 있을지 모르지만 국민들 뇌리 속에서는 사실은 유명무실한 합의가 됐어요. 그러고 나서 저는 그 재단도 기억 속에 사라졌는데 뭐 하고 있어요, 그 재단?
◆ 윤미향> 무엇보다도 작년 12월 27일. 그러니까 한일 합의 2주년이 되었을 때 그 TF 팀 조사 결과 발표가 있었어요. 정치적 이면 합의까지 있었다는 게 드러났죠. 그리고 그다음 날 바로 문재인 대통령이 뭐라고 말씀하셨냐 하면 “굉장히 저는 중요한 발언이 포함되어 있다고 생각해요. 진실과 정의의 측면에서도 내용과 절차 면에서도 2015 한일 합의는 잘못되었었다. 2015 한일 합의는 위안부 문제 해결이 아니었다.”
그건 사실은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인 해결이었다는 것을 파기한 거나 마찬가지죠, 대통령의 선언으로. 그리고 올해 1월 4일에 청와대로 피해자들을 초청해서 직접 사과를 했습니다. 그다음에 바로 강경화 외교장관이 뭐라고 얘기했냐면 역시 2015 한일 합의는 해결이 아니었다.
정의기억재단 윤미향 대표
◇ 김현정> 잘못된 거다, 한마디로.
◆ 윤미향> 그렇죠, 그렇죠. 그리고 “우리 정부는 위안부 피해자들의 명예와 인권 회복을 위해서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다. 또 피해자 중심주의에 입각해서 이 문제를 해결할 것이다. 10억 엔 국고에서 마련할 것이고 화해치유재단의 거취를 모색할 것이다.” 이렇게 발언을 했습니다. 그게 피해자 국민에 대한 약속이었어요. 그 이후로 저희가 지역을 다 돌아다녀보면 이미 화해치유재단은 당연히 해산된 줄 알고 있고.
◇ 김현정> 저도 그렇게 알고 있었어요.
◆ 윤미향> 그렇죠. 그리고 10억 엔도 반환된 줄 알고 있었고 해결된 줄 알았다라는 거예요. 그런데 그 사이에 피해자들은 어떤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었냐면 한반도 평화 문제가 국제 사회의 관심이 되었잖아요. 문재인 정부의 굉장히 중요한 그런 정책으로 대두되었고 피해자들도 알고 있죠. 한반도 평화가, 남북이 통일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심지어 93세인 김복동 할머니는 암투병 중에도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 김현정> 뭐라고?
◆ 윤미향> 문재인 대통령과 강경화 장관을 직접 병문안을 오신 두 분에게 뭐라고 얘기했냐 하면 “다른 거 부탁 없어요. 10억 엔 반환해 주고 화해치유재단 해산해 주면 그다음은 우리가 싸울게요.” 너무 슬픈 말이죠. 93세. 병상에서 우리가 싸울게요. 그런데도 불구하고 그동안 피해자들의 의견도 다 청취하고 그리고 관련 단체들 의견 다 청취하고 국민들 의견 다 묻고. 그게 바로 화해치유재단 해산하라. 왜 그 10억 엔을 계속 일본 정부에게서 받은 10억 엔을 가지고 이미 2년 동안 아무 목적 실현을 위해서 활동을 하지 않고 있는 죽은 거나 마찬가지인 그 조직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느냐.
◇ 김현정> 그러니까 그대로 지금 유지하고 있는 거고 말하자면 산소호흡기 그냥 차고 있는 거예요?
◆ 윤미향> 그렇습니다. 그리고 한 달에 2750만 원에 이르는 운영비를 그 10억 엔에서 쓰고 있어요.
◇ 김현정> 그 10억 엔에서?
◆ 윤미향> 그렇습니다.
◇ 김현정> 그 10억 엔 중에 할머니들한테 간 거 지금 없는 거잖아요?
◆ 윤미향> 할머니들한테 간 것도 있어요. 고개 끄덕이기 훈련을 시킨다라든가 이게 사죄금이다, 배상금이다.
◇ 김현정> 그건 문재인 정부에서 우리 돈으로 주겠다, 다시. 이렇게 합의를 했잖아요. 일본에서 받은 돈으로는 하나도 안 쓰겠다 했잖아요?
◆ 윤미향> 그게 핵심이죠. 우리 돈으로 충당하겠다고 해서 예산을 마련했기 때문에. 그런데 여전히 그 돈이 쓰여지고 있고요.
◇ 김현정> 화해치유재단의 운영비로.
◆ 윤미향> 그렇습니다.
◇ 김현정> 그거 아예 해산해버려라. 이런 주문이신 거군요. 그게 산소호흡기 차고라도 계속 있는 이상 굴욕적으로 일본 돈을 쓰는 거다. 이런 말씀이세요?
◆ 윤미향> 그렇죠. 무엇보다 일본 정부가 지금 계속해서 위안부 문제 관련해서 정부가 뭔가 요구를 하거나 정책을 세우거나 심지어는 우리 시민단체가 뭔가 해외에서 활동을 할 때마다 이미 한일 합의는 모든 것이 끝났다라고 하고 있기 때문에 이 정부가 말로만 문재인 대통령이 그건 해결이 아니었다는 말로만 어떤 진전도 이루어질 수 없는 거예요.
◇ 김현정> 나가면 국제 무대 많이 서시잖아요, 윤 대표님. 가면은 일본에서 지금도 그렇게 떳떳이 얘기해요? 우리는 다 했다? 합의하지 않았느냐?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인? 그렇군요. 그래서 화해치유재단 해산 못 시키는 거 아니에요? 외교 문제 불거질까봐.
◆ 윤미향> 지금 한국 정부가 말하는 입장은 그거예요. 국가 간의 약속이기 때문에. 하지만 분명히 또 말씀을 하셨어요. 인권 문제와 경제·외교 문제는 투트랙으로 하겠다. 우리의 요구는 2015 한일 합의가 이미 잘못되었다고 판단했다라면, 이미 선언했다면 그에 대한 실행을 조치해 달라. 국제적인 문제에서 해결할 수 있는 거. 그건 우리가 하겠다는 얘기예요. 김복동 할머니의 말씀은 그게 담겨 있는 거예요. 국제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노력 우리가 하겠다, 정부가 하기 어려우면.
◇ 김현정> 어떻게 해요, 그런데 할머니들이? 외교적으로 어떻게 푸세요?
◆ 윤미향> UN을 직접 가기도 하셨고 여전히 그 몸으로. 미국을 직접 가서 국무부를 면담하기도 하셨고요. 여전히 일본을 올해도 갔다 오셨어요.
◇ 김현정> 그런데 그렇게 해서 풀어질까요? 외교라는 게 그렇게 순수한 눈으로만 풀어지는 게 아니지 않습니까?
◆ 윤미향> 힘겨운 일이지만 한 발짝 한 발짝 지난 28년 동안 우리가 풀어왔듯이 그렇게 나아가면 진전이 이루어질 것이다라는 믿음이 있는 것이고 그러기 위해서라도 국내 조치를 해 달라는 거죠. 화해치유재단 해산은 할머니도 우리도 이건 국내 조치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여성가족부가 굉장히 무리하고 폭력적으로 청와대 지시에 따라서 화해치유재단 설립을 인허했기 때문에 민법상 그 재단이, 그 법인이 목적 사업을 달성할 수 없게 되었을 때 그리고 그 재단 내에서 문제를 해결할 수 없게 되었을 때 해산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해야 되는 게 정부의 의무입니다.
◇ 김현정> 법적 근거도 있다고 보시는 거군요. 그럼 외교 문제도 그렇게 풀 수 있다고 보시는 거군요. 더 이상 굴욕적으로 그 10억 엔 가지고 화해치유재단 운영 이어가지 말아라라는 주문을 어제 그 폭염 속에서 하신 거예요.
◆ 윤미향> 그렇습니다.
◇ 김현정> 어제 너무 더워서 그런지 할머니들 안 나오셨더라고요.
◆ 윤미향> 이제 할머니들 나오실 분이 없어요, 사실은.
◇ 김현정> 그럼 뭐라고 하세요? 못 나오시지만 마지막 그 한마디가 오늘의 마무리가 되겠습니다.
◆ 윤미향> 김복동 할머니께서 늘 앞장서 오셨잖아요. 수요 시위에도 국제 사회 여론 조성에도. 너무 미안하다고.
◇ 김현정> 뭐가요?
◆ 윤미향> 시민들에게. 우리가 해야 할 일을 시민들에게 맡기기만 해서 미안합니다. 하지만 내가 이 병을 이기고 나면 다시 거리에 설 테니까 여러분들이 조금 힘내서 목소리를 내주세요라고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저는 더 이상 이 정부가 이 피해자들의 간절한 염원, 화해치유재단이 해산하면 우리가 싸울게요. 그 기약 없는 싸움을 다시 시작하려고 하고 있는 할머니들의 그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서 지금 화해치유재단 해산을 위한 그런 법적 조치를 취해 주시기 바랍니다.
◇ 김현정> 묻힌 뉴스입니다. 어제 기자회견 있었지만 묻힌 뉴스를 오늘 뉴스쇼가 중요한 부분이다, 이 목소리를 들어야겠다 생각해서 스튜디오까지 모셨고요. 기꺼이 나와주셨습니다. 윤미향 대표님, 고맙습니다.
◆ 윤미향> 네, 고맙습니다. (속기= 한국스마트속기협회)김현정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