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사법농단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을 오는 9일 소환한다. 지난 6일 구속 기한 만료로 석방된 김 전 실장은 3일 만에 또다시 검찰조사를 받게 됐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신봉수 부장검사)와 특수3부(양석조 부장검사)는 일제징용피해자들의 민사소송 등에 박근혜정부 청와대가 개입한 내용 등의 사법농단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김 전 실장을 오는 9일 오전 9시30분 소환통보했다고 7일 밝혔다.
앞서 검찰은 지난 2일 외교부 압수수색 과정에서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이던 2013년, 정부가 강제 징용 재판과 관련해 양승태 대법원과 수차례 접촉한 단서를 발견했다.
여기에는 정부로부터 '독립된' 사법부에 외교부가 어떤 식으로 접촉해야 할지에 대한 논의 사항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당시 청와대의 개입이 있었는지 등을 추궁하기 위해 김 전 실장을 소환통보했다.
검찰은 또 오는 8일 오전 10시, 양승태 사법부 시절 법원행정처에서 판사동향을 파악해 사찰 의혹 문건을 작성하는 등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관여한 김모 부장판사도 소환하기로 했다. 김 판사는 수사 대상자들 중에서도 혐의 관여 정도가 매우 큰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여기에 김 판사는 지난해 2월 인사이동을 앞두고 법원행정처 컴퓨터 파일 2만4500여건을 무단으로 삭제한 혐의도 받고 있다.
한편, 대법원 측은 이날 "검찰은 현재 법원행정처의 협조를 받아 법원행정처의 모든 보고서가 집결됐다고 볼 수 있는 기조실장의 컴퓨터 저장장치를 포함해 수사에 필요한 컴퓨터 저장장치에 대한 디지털 포렌직 등의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며 수사 협조에 적극 응하고 있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검찰 측은 법원행정처 사법정책실, 지원실, 연구관 자료, 인사총괄심의관실, 윤리감사실, 전산정보국 자료, 이메일 메신저 자료 등 해당 실·국으로부터 직접적인 자료제출은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반박했다.
정보가 모이는 법원행정처 기조실에서 나온 자료가 아닌, 원 자료가 생성된 실·국의 자료를 직접 받아야 정황조사 등 정확한 수사가 가능하다는 게 검찰 측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