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청와대 제공
"은산분리는 우리 금융의 기본원칙이지만, 지금의 제도가 신산업의 성장을 억제한다면 새롭게 접근해야 한다.…인터넷전문은행에 한정해 혁신 IT기업이 자본과 기술투자를 확대할 수 있어야 한다."
7일 문재인 대통령의 이 한마디 말로 정부의 은산분리 완화 정책기조가 공식화됐다. 문 대통령이 은산분리 완화를 공개적으로 천명한 것은 사실상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금융위원회가 개최한 '인터넷전문은행 규제혁신 현장방문' 행사에 직접 참석해 금융당국자, 여당 의원들, 인터넷은행 관련자 등을 만나 이렇게 말했다. 특히 "이번 규제혁신이 핀테크(FinTech)를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성장동력으로 키우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거듭 확인하는 계기가 되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취임 전인 지난해 초만 해도 "금융이 재벌의 금고가 돼서는 안된다. 금산분리로 재벌과 금융은 분리시키겠다"(2017년 1월10일 경제개혁안 발표)는 발언으로 출범 직전 인터넷은행들을 긴장시켰다. 그러나 결국 '대주주 사금고화' 방지장치 강구를 전제 조건 아래, 규제완화로 방향을 잡았다.
청와대 의지가 공식 확인된 이상 금융위원회 등 정부 당국은 은산분리 완화에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보인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이날 문 대통령 앞에서 "인터넷전문은행과 핀테크, 빅데이터 산업이 유기적으로 발전해나갈 수 있도록 보다 적극 대응하겠다. 금융혁신 관련법안들이 하루빨리 결실을 맺도록 국회의 입법논의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서도 "은산분리는 금융산업의 기본원칙으로 지켜나가되,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 규제를 국제적인 수준에 맞춰나가는 논의가 필요하다"(7월11일 인터넷전문은행 국회 토론회), "금융산업을 고도화하고 혁신성장을 이끌어 나갈 수 있도록 핀테크 지원시스템과 규제시스템을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7월23일 핀테크 현장간담회)는 등 정책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이에 따라 국회에 발의된 인터넷은행 은산분리 완화법안 5건의 심의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민병두 위원장 등 국회 정무위 소속 여당 의원 대다수가 청와대·정부의 정책기조에 호응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등 보수성향 야당도 은산분리 완화에 반대하지 않고 있어, 인터넷은행 은산분리 완화가 실현될 가능성이 높은 상태다.
다만 시민사회와 노동계의 반발은 규제완화 입법 과정에서 갈등요소로 등장할 전망이다. 이날 당장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참여연대는 정의당과 함께 반대 토론회를 열고 "인터넷전문은행은 박근혜정부의 대표적인 정책실패"라며 여론전에 돌입했다.
"K뱅크와 달리 상대적으로 양호한 카카오뱅크의 사례를 보면 인터넷은행의 성공과 은산분리 규제는 무관하다"(박상인 경실련 재벌개혁위원장), "원래 인터넷전문은행은 박근혜정부의 대표적인 정책실패 사례인데, K뱅크 인허가비리 감사를 기각하면서까지 문재인정부가 K뱅크의 건전성을 보증하고 있다"(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등의 비판이 이어졌다.
정의당 정책위원회도 "제한적일지언정 은산분리 완화는 재벌의 사금고화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대출을 규제해도 차명대출 등을 통한 대주주와 계열사 우회대출을 완전히 방지하기 어렵다"고 지적하면서 향후 입법 대응을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