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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BMW 해명 여전히 허점투성, 왜 고집피울까

    -BMW측 "근본 원인 EGR" 입장 고수
    -전문가 "소프트웨어 결함 인정하면 차 자체가 잘못 만들어진 것 인정해야 하니 부품 탓"

    요한 에빈비클러 BMW 그룹 품질관리부문 수석 부사장이 6일 오후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BMW 차량의 화재사고와 관련해 긴급기자회에서 화재 원인을 밝히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BMW가 대국민 사과까지 하며 연쇄 화재 사태를 수습하려 하고 있지만 해명이 되레 의문을 키우고 있다.

    지난 6일 BMW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에서 BMW 측은 'EGR(배기가스 재순환장치)'를 화재의 근본 원인으로 지적하며 "한국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유사 결함이 나타났고 EGR 결함률은 한국 0.1%, 전세계 0.12%로 비슷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한국에서만 특별히 EGR 결함이 더 많이 발견되는 것은 아니라는 거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BMW의 해명에 고개를 갸웃 거린다.

    우선 BMW코리아는 이번 사건 전 2015년, 2016년, 올해 4월 이미 세 차례 리콜 조치를 한 바 있다. 모두 EGR 문제였다. 반면 해외에서 BMW 차량이 EGR 결함만을 문제로 리콜 조치된 적은 없다.

    EGR 결함률이 세계적으로 비슷하다는데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또 BMW는 이 'EGR결함률' 중 차량 앞부분이 타는 정도의 '레벨3 결함' 비율을 알려달라는 질문에는 "아직 구체적 데이터를 확보하지 못했다. 화재 비율은 약 1% 정도밖에 안 될 것"이라며 명확한 답변을 피했다.

    전문가들은 BMW가 근본 원인으로 꼽는 'EGR 부품 문제' 자체에도 의문을 표하고 있다. 대부분의 디젤 차량에 같은 설계의 EGR이 들어가는데 BMW 520d 모델에서만 불이 날 리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 마포구 BMW 공식 서비스센터 모습. (사진=황진환 기자)

     

    10년 넘게 차량 정비 일을 해온 A씨는 "EGR은 다른 수입차는 물론 국산 브랜드의 디젤 차량에도 모두 들어간다"며 "매일 자동차를 보는 입장에서 단순히 부품 때문에 계속 불이 난다는 게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예전에는 EGR 장치가 일정 온도가 되면 자동으로 작동됐었는데, 요즘은 대부분 전자제어장치(ECU)로 개별 설계되어 있다. 제조 과정에서 국내 차량만 뭔가 다른 설계가 들어간 게 아니냐는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환경 보존법, 연비 시스템, 엔진 출력 등을 고려해 시스템 설계가 다르게 적용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A씨는 또 "BMW 520d 모델은 수입차 중에서 유독 젊은층이 선호하고 연비가 좋기로 유명한 모델이다"며 "EGR을 부착하면 출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데 이를 고려해 출력과 배기가스 배출을 모두 잡으려는 목적으로 소프트웨어를 다르게 설계했을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이 밖에 환경 규제 때문에 EGR에 공기를 과다하게 넣도록 소프트웨어를 조작해 배기가스 냉각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화재가 발생했다는 의혹도 나왔다.

    대림대학교 김필수 교수는 "EGR 문제로 불이 났다 쳐도, 그 EGR에 명령을 내리는 게 소프트웨어"라며 "근본 원인으로 소프트웨어가 EGR 부품 쪽에 일을 2~3배 가중치 줬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BMW는 디젤차에 대부분 들어가는 EGR을 가지고 계속 부품 탓을 하고 있다"며 "우리나라가 특이 케이스 아니라는 건 도저히 말이 안 된다. 미국에서 이런 일 생기면 뒤집어질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소프트웨어 설계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면 차를 잘못 만들었다는 것 자체를 인정해야 하니까 하드웨어 문제로 변명하고 빠져나가려 하는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 환경부 등 관련 부처가 함께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조사를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BMW는 이를 적극 부인했다. 에벤비클러 BMW 부사장은 "한국과 다른 해외 시장은 미국을 제외하고 모두 똑같은 소프트웨어를 적용한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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