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주택도시공사(SH) 임직원들이 하도급사에 자택 수리와 사무실 리모델링을 시키는 등 '갑질'을 하고, 공사감독 담당자는 등산화·노트북·현금까지 받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연봉이 적다고 본인에게 직책수당 월 90만원을 지급토록 내규를 몰래 개정한 경기평택항만공사 본부장과 예산을 빼돌린 팀장들, 지방의회 의원 본인 또는 가족회사와 불법 수의계약을 체결한 지자체들도 적발됐다.
감사원은 이러한 내용을 포함해 '공공부문 불공정 관행 기동점검' 보고서를 8일 공개했다.
감사원은 공공부문의 각종 권한에 따른 우월적 지위를 매개로 기관의 이익 또는 사익을 추구하는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고자 기동점검을 실시, 총 27건을 적발해 12명에 대해 징계·문책을 요구하는 등 조치했다.
5명에 대해서는 검찰 수사도 요청했다.
다음은 적발한 주요 내용이다.
◇ SH 임직원, 하도급사에 온갖 '갑질' 감사원은 서울주택도시공사(SH) 지역센터 공사감독 담당 A씨가 2014년 1월∼11월 사이에 센터장 등의 부탁을 받고 하도급업체 B사가 공사 직원 3명의 주택을 수리토록 한 사실을 적발했다.
A씨는 수리비 총 971만원을 보전해주기 위해 허위 공사비 2천만원을 지급토록 해 SH에 재산상 손해를 끼쳤다.
A씨는 B사 직원이 본인 어머니 자택에 무상으로 80만원 상당 도배를 하게 시키기도 했다.
특히 A씨는 일괄 하도급업체 C사 대표로부터 회식비 등 명목의 현금과 등산화, 노트북 등 총 780만원 상당을 수수했고, C사가 무상으로 지역센터 사무실 리모델링 공사(1천700만원 상당)를 하도록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등산화의 경우 A씨가 직원들 야유회에 신도록 17켤레(148만원)를 사달라고 했다.
해당 지역센터는 임대주택 2만여세대의 유지보수 업무를 C사 등이 매년 불법으로 일괄하도급 받고, 이를 다시 재하도급한 사실을 알면서도 묵인했다가 적발됐다.
감사원은 A씨를 업무상 배임 및 수뢰혐의로, C사 대표를 뇌물공여 혐의로 검찰에 수사 요청하는 한편 SH 사장에게 A씨를 파면하고, 허위 공사비 청구 서류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직원 2명을 경징계 이상 징계하라고 요구했다.
감사원은 또 하도급 제한 규정을 위반한 7개 업체에 대해 영업정지 등 행정처분과 고발, 입찰참가자격 제한 등의 조치를 하라고 통보했다.
◇ 4개 지자체, 지방의원 가족회사와 수의계약 지방계약법은 지자체가 지방의회 의원과 그 가족이 대표자이거나 이들이 자본금 50% 이상을 출자한 업체와는 수의계약을 하지 못하도록 제한한다.
감사원은 해당 규정을 어기고 지방의원 본인 및 가족이 소유한 업체와 ▲ 강진군 12건(1억5천800만원) ▲ 태안군 20건(2억5천900만원) ▲ 광양시 2건(2억3천만원) ▲ 제천시 5건(6천300만원)의 수의계약을 체결한 사례를 적발했다.
특히 강진군이 작년 12월 강진군의회 의원 D씨의 업체와 수의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 청탁금지법을 어긴 사실이 드러났다.
D씨는 강진군 사업부서 팀장에게 본인과 배우자가 자본금의 90%를 소유하고 있는 업체와 약품구매 계약을 체결해달라고 부탁, 이러한 부탁이 계약부서로 전달돼 1천만원 상당 수의계약이 체결됐다.
감사원은 강진군의회 의장에게 D씨의 청탁금지법 위반 사실을 알리는 한편 강진군수에게 D씨의 청탁을 들어준 직원 3명을 청탁금지법 위반으로 적정한 조치 및 고발하라고 통보했다.
또, 강진군수 등 4개 자치단체장에게 적발된 업체들의 입찰 참가가격을 제한하라고 통보했다.
◇ 경기평택항만공사 본부장, 직책수행비 몰래 신설 경기평택항만공사 본부장 E씨는 2016년 4월12일 사장이 부재중일 때 본부장 자신과 팀장(4명)에게 직책수행비를 지급하는 내용의 '복리후생규정 시행내규 개정안'을 전결로 처리했다.
앞서 E씨는 이전 직장(경기도청)에서 받던 연봉과 비슷해지려면 월 90만원을 더 받아야 한다는 이유로 수당 신설 검토를 지시했고, 사장이 "월 90만원은 많다"고 재검토를 지시하자 사장이 없는 날 개정안을 처리한 뒤 비공개에 부쳤다.
본래 내규 개정은 사장 결재를 받아 이사회 의결을 거쳐야 한다.
본부장은 월 90만원, 팀장은 각각 월 30만원씩 직책수행비를 지급하는 규정이 신설됨에 따라 작년 12월까지 총 4천602만원이 부당지급됐다.
아울러 평택항만공사 팀장 F씨 등은 행사경비를 부풀리는 등 7차례에 걸쳐 예산 1천637만원을, 또 다른 팀장 G씨 등은 물품구매 계약대금을 허위·과다지급하고 이를 돌려받는 수법으로 1천864만원을 빼돌렸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감사원은 이미 퇴직한 E씨를 업무방해 혐의로 수사요청하고, 간부급 직책수행비 지급 근거를 폐지하는 한편 부당지급된 4천602만원을 회수하라고 평택항만공사 사장에게 통보했다.
또, 예산을 빼돌린 F씨는 파면, G씨는 정직처분하라 요구하고, 이들도 검찰에 수사요청했다.
◇ 부산과학기술기획평가원장 비위행위 등 감사원은 부산과학기술기획평가원 원장 H씨가 2015년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재직시절 선임연구위원 I씨와 함께 연구원에 신고하지 않고 사적으로 연구용역 2건(9천450만원)을 수주해 연구원 소속 인력과 물품을 사용했다고 밝혔다.
H씨는 평가원 원장 취임 뒤에는 I씨와 연구용역 2건(8천800만원)을 수의계약했고, I씨는 역시나 연구원에 신고하지 않고 사적으로 수행해 연구비 중 인건비 2천589만원을 받았다.
H씨는 I씨로부터 현금 40만원과 120만원 상당 술과 식사를 접대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부산시장에게 H씨의 비위행위를 통보하고, 과학기술정책연구원장에게 I씨를 정직 처분하라고 요구했다.
◇ 특허청의 '센터장' 임명 관련 갑질 감사원은 특허청 J지역 지식재산센터장 선정과 관련해 2016년 11월 해당 지역 상공회의소가 2명의 후보자 중 특허청 출신이 아닌 사람을 임명하겠다고 협의를 요청하자 특허청 지역지식재산센터 감독업무 담당 과장 K씨가 협의를 거부했다고 밝혔다.
이후 J지역 센터장에 특허청 출신이 아닌 사람이 임명되자 K씨는 2017년 각 지역 지식재산센터 사업계획(예산)을 심의하면서 J지역 센터만 3개월간 심의하지 않다가 뒤늦게 해줬다.
또, J지역 센터의 2016년 사업실적 평가점수가 75점에서 근거 없이 27점으로 감경됐음에도 이를 그대로 확정해 예산을 삭감토록 했다.
감사원은 특허청장에게 K씨 등 2명을 정직 처분하라고 요구하고, J지역 센터의 2016년 성과를 재평가하는 등 조치를 하도록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