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사진=자료사진)
국민참여재판 절차를 제대로 안내하지 않아 피고인의 국민참여재판을 받을 권리가 침해됐다면 절차를 위반한 것으로 다시 재판해야 한다고 대법원이 판결했다.
대법원 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김모(43)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3년6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8일 밝혔다.
재판부는 "국민참여재판 실시 여부는 일차적으로 피고인의 의사에 따라 결정되므로 그 의사를 서면 등 방법으로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며 "법원이 확인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재판을 진행했다면 이는 피고인의 국민참여재판을 받을 권리에 대한 중대한 침해로 그 절차는 위법하고 소송행위도 무효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씨가 항소심에서 국민참여재판을 원하지 않는다며 1심의 절차적 위법을 문제 삼지 않을 의사를 명백히 표시하면 그 하자가 치유돼 1심 절차는 적법하다고 봄이 상당하다"며 "다만 피고인에게 국민참여재판 절차 등에 관한 충분한 안내가 이뤄지고 희망 여부를 숙고할 상당한 시간이 사전에 부여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법원 판결에 따라 2심은 김씨에게 국민참여재판을 받을지 의사를 확인하고 김씨가 원한다면 1심 재판을 다시 시작해야 한다. 반면 김씨가 원하지 않는다면 1심 판결은 적법한 것으로 인정된다.
김씨는 지난해 4월 서울 강북구에 있는 한 주점에서 방송국 PD를 사칭하며 여성 A(23)씨와 술자리를 가진 후, 성관계를 요구했지만, 거절당하자 강제로 껴안아 추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또 한 달 뒤에는 자신을 대학교 직원으로 속이고 '방송사에서 만나고 싶어 한다'는 말로 또 다른 여성 B(20)씨에게 접근해 강제로 키스하는 등 추행한 혐의도 받았다.
1심은 A씨와 관련한 사건을 심리하던 중 B씨에 대한 강제추행 사건도 함께 심리하게 됐는데 B씨 사건의 공소장과 병합결정문을 김씨에게 송달했지만, 국민참여재판안내서 등을 송달하지 않았다.
재판은 그대로 진행됐고 1심은 김씨에게 징역 3년6개월에 신상정보 공개 5년, 1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를 부착하라고 선고했다.
이후 2심은 공판 과정에서 '국민참여재판을 원하지 않고 1심의 절차적 위법을 문제 삼지 않겠다'는 김씨의 의사를 확인했지만. 대법원은 절차상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국민참여재판절차 등에 관한 충분한 안내와 그 희망 여부에 관해 숙고할 수 있는 상당한 시간을 사전에 줬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다"며 "1심의 공판 절차상 하자가 치유돼 그에 따른 판결이 적법하게 된다고 볼 수는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