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와 외교부 조현 2차관은 9일 우리나라가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제재)' 대상이 되는지 여부를 놓고 설전을 벌였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외교부 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북한산으로 의심되는 석탄은 유엔(UN) 안보리 제재 위반이고, 한국에 반입된 사실이 기정사실화되면 한국도 세컨더리 보이콧 대상이 된다는 확고한 입장"이라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의 발언은 지난 8일 미국 하원 비확산무역 소위원장인 테드 포(공화당) 의원이 미국의 소리(VOA)와의 인터뷰에서 추가 대북제재 법안을 준비 중이며, 밀반입이 확인될 경우 한국 기업도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게 해야 한다"고 말한 것을 인용한 것이다. 그는 "지난 10개월여 동안 정부는 사실상 방치한 것인지 묵인한 것인지, 오늘 보고를 통해서 실상에 대해서 국민들이 훤하게 알 수 있도록 명명백백한 입장 제시해주시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당내 북한석탄대책TF 단장인 유기준 의원도 "북한산 석탄으로 의심이 되는 화물을 싣고 우리나라에 입항했거나 다른 외국으로 입항해서 의심스러운 석탄을 실었다고 하는 선박들이 8척"이라며 "그 중 1척은 우리 당국에 의해서 억류돼 있고 나머지 7척은 추정되는 석탄을 싣고 왔음에도 그 이후에 우리나라 항구에 자유롭게 입항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조치가 미흡하다는 얘기다.
자유한국당 유기준 의원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당초 이날 정부의 보고는 비공개로 진행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야당 의원들이 우리 정부의 미흡한 조치를 지적하며, 우리나라가 미국 정부의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하자 조 차관은 "한 마디만 더 하겠다"며 공개 발언을 했다.
조 차관은 "북한 제재에 관한 UN의 결의가 있은 뒤 전 세계적으로 의심스러운 선박을 억류하고 있는 것은 우리(나라)가 3척을 억류하고 있는데, (억류 사례는) 우리나라밖에 없다"고 반박했다. 그는 "미국은 한국 정부와 모든 문제에 관해서 긴밀히 협의하고 있고, 단일한 대북 대응 체제 갖추고 있다”고 강조한 뒤 “그 어떠어떠한 그 조건이 된다면 그런 것이지 미국이 우리한테 세컨더리 보이콧 제재나 그런 것은 전혀 맞지 않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테드 포 의원의 발언은 까다로운 조건 하에서 제재를 검토해볼 수 있다는 언급 정도에 불과하다는 반박이다. 그러면서 "디테일(세부내용)에 대해선 비공개로 보고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러자 이번엔 김 원내대표가 말을 끊고 들어왔다. 그는 "(정부가) 내용을 모르고 미적거렸다면 문제겠지만 알고도 미적거린 건데, 좀 전에 제가 한 이야기를 듣기가 불편한 걸로 비춰지는데, 미국의 이런 하원 비확산 위원장의 이런 반응이 안 나와야지"라고 발끈했다.
유 의원도 "한국 기업도 세컨더리 제재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하지 않느냐. (정부가) 너무 낙관하는 것 아니냐"고 재차 따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