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임경훈 (세종소방서 소방교)
여러분, 남성의 가슴을 생각해 보십시오. 한 남성이요, 왼쪽 가슴에다가 문신을 새겼습니다. 심전도 그래프 모양 아시죠. 그 모양을 새긴 위에다가 '나는 장기 조직 기증을 희망합니다. 이런 문구를 새겼어요.' 이 남성은 다름 아닌 현직 소방관. 이 소방관, 왜 가슴에다가 '나는 장기 기증을 희망합니다.' 이런 문신을 새기게 됐을까요. 화제의 주인공 세종소방서 임경훈 소방교 직접 만나보죠. 임 소방관님, 안녕하세요.
◆ 임경훈> 네, 안녕하십니까?
◇ 김현정> 아니, 그런데 어떻게 이런 심전도 그래프에 장기기증 희망합니다라는 문신을 가슴에 새길 생각을 하셨어요?
◆ 임경훈> 원래는 소방 마크를 왼쪽 어깨에다가 새길 생각이었는데요. 이게 단순히 저 혼자 보고 좋은 것보다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그런 문신은 없을까 고민을 하다가 장기기증자가 없어서 굉장히 힘들어하시는 분들이 많잖아요.
◇ 김현정> 맞습니다.
◆ 임경훈> 그분들이나 가족들한테는 기증자가 많이 늘어나는 게 엄청 좋은 소식이고 그럴 것 같아서요. (웃음)
◇ 김현정> 너무너무나 절박한 일이죠. 지금 기증자가 없어서 줄 서서 기다리시는 장기기증 희망자들이 한둘이 아니신데.
◆ 임경훈> 그분들에게 어떤 뭔가 도움을 주고 싶어서 그렇게 됐습니다.
◇ 김현정> 이미 장기기증 서약은 한 상태인데, 장기기증이라는 게 불의의 사고를 당했을 때 내 장기를 다른 사람에게 주는 건데 소방관이다 보니까 현장에서 불 끄는 일을 하다가 뭔가 불의의 사고를 당하면 내 장기기증 서약서를 어디서 누군가 찾아서 이렇게 하는 게 아니라, 바로 내 문신을 보고 내 장기를 필요한 분에게 제공해 주십시오 이런 뜻으로 하신 거예요?
◆ 임경훈> 네, 맞습니다. 정신 없는 상황에서 절차도 오래 걸릴 거 같고 해서 그냥 제 심장 부근에 아예 문신을 새기면 24시간 안에 기증 절차가 이루어지면 더 많은 사람이 혜택을 볼 수가 있거든요.
◇ 김현정> 맞아요, 맞아요.
◆ 임경훈> 그래서 진행하게 됐습니다.
◇ 김현정> 숭고한 뜻이네요.
◆ 임경훈> 그렇게 생각해 주시면 감사하죠.
◇ 김현정> 결혼하셨어요, 실례지만?
◆ 임경훈> 네, 결혼했습니다.
◇ 김현정> 아내 되시는 분이 부인이 뭐라고 하던가요?
◆ 임경훈> 일단 왼쪽 가슴에는 이 기증한다는 문신을 새기고 오른팔에는 우리 결혼기념일을 새겼습니다. (웃음)
◇ 김현정> 원래 문신을 좋아하는 분이군요, 임 소방관님?
◆ 임경훈> 아니에요. 이번에 처음 했는데 딱 2개 이걸로 결혼기념일 새기는 걸로 퉁친 거죠.
◇ 김현정> (웃음) 이쪽으로는 아내에게 선물, 이쪽으로는 장기기증, 장기 희망자들에게 선물 이렇게 하신 거예요.
◆ 임경훈> 네. 그렇죠.
◇ 김현정> 그래요. 지금 임경훈 소방교의 이 장기기증 타투가 SNS상에서 엄청나게 화제가 되고 있다는 건 아세요?
◆ 임경훈> 저도 처음에는 기사를 보고 알았어요. 이게 이렇게 많이 화제가 될 줄은 전혀 예상을 못 했었고요.
◇ 김현정> 그러면서 장기기증을 결심하는 분들이 상당히 늘었다는 얘기도 제가 들리더라고요.
◆ 임경훈> 그렇죠. 그거는 되게 기분이 좋더라고요.
◇ 김현정> 의도하신 건 아니겠지만 정말 뿌듯하실 것 같아요.
◆ 임경훈> 더 많은 사람들이 알게 돼서 기증자가 늘어나니까 굉장히 기분이 좋았습니다. 더 늘어났으면 하는 바람도 있고요.
◇ 김현정> 정말 목소리만 들어도 여러분 건강한 분이라는 느낌이 드시죠. 건장한 대한민국의 젊은이신데 그동안 구조했던 분들 중에 제일 기억에 남는 분이 있다면?
◆ 임경훈> 지금까지 제가 일하면서 구조했던 사람들은 사실 기억이 잘 안 나요. 그냥 그 순간에는 되게 뿌듯하고 또 그랬던 기분만 있었고요. 그런데 제가 못 구했던 사람들은 사실 기억이 좀 납니다.
◇ 김현정> 구했던 분들이 아니라 못 구했던 분들이... 그게 어떻게 보면 소방관들이 평생 짊어지고 가는 상처일 것 같아요.
◆ 임경훈> 네, 어쩔 수 없는 것이긴 한데 극복하고 받아들여야 하는 건데 마음이 아프고 한 거는 그것도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 김현정> 제가 얼마 전에 사실은 불이 난 집을 근처에서 봤어요. 불이 활활 순식간에 타오르는데 정말 무섭더라고요. 무서운데 소방관들이 거침없이 그 안을 들어가서 불 끄는 걸 보면서 야, 이분들 진짜 대단하다 생각했어요.
◆ 임경훈> 저희도 사람인지라 큰 불이나 현장에서 두려울 때도 있고 무서울 때도 있는데 혼자 가서 끄라고 하면 못 합니다. 옆에 항상 동료들이 같이 있으니까 함께할 수 있는 거죠.
◇ 김현정> 장비 옷 입고 장비까지 다 들고 나면 몇 키로나 돼요?
◆ 임경훈> 약 30kg 가까이 됩니다.
◇ 김현정> 30kg. 그러면 체감온도가 어느 정도 될까요, 요즘 같으면.
◆ 임경훈> 한 50도 이상 정도는 되지 않을까 싶어요. 굉장히 덥거든요.
◇ 김현정> 박수쳐 드립니다, 임 소방관님. (웃음)
◆ 임경훈> 아닙니다. (웃음)
임경훈 소방교
◇ 김현정> 장기기증 문신을 가슴에 새겼기 때문이 아니라 우리를 살려주는 소방관, 우리 생명을 구해 주는 소방관 한 분으로서 소방관을 대표해서 제가 오늘 큰 박수 보내드리고요.임 소방관님의 이 미담이 널리널리 전해져서 장기기증 희망자들 수도 더 많이 늘었으면 하는 이 바람도 덤으로 가져보겠습니다.
◆ 임경훈> 네. 감사합니다.
◇ 김현정> 끝으로 하고 싶은 말씀 있으시다면 소방관 대표해서 한 말씀 하시죠.
◆ 임경훈> 아내에게 한마디 해도 되겠습니까? 아무래도... (웃음)
◇ 김현정> 좋아요. (웃음) 이런 기회가 쉽지 않으니까 부인께 아내에게 한 말씀 하실 기회드리죠.
◆ 임경훈> 감사합니다. 아내에게 그럼 제가 한마디 하겠습니다. '여보, 내게도 사랑이. 함중아와 양키들. 내게도 사랑이, 사랑이 있었다면 그것은 오로지 당신뿐이라오. 그것은 오로지... (노래)
◇ 김현정> (웃음) 오늘의 노래 이어서 들어야겠습니다. '내게도 사랑이' 아내와의 예쁜 사랑도 계속 이어가십시오. 임경훈 소방교님 건강하시고요. 감사합니다. (속기= 한국스마트속기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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