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쏟아진 폭우로 KTX 강릉역 천장에서 물이 새면서 한 상가 위에 임시방편으로 비닐과 물통이 배치돼 있다. (사진=유선희 기자)
지난 6일 기록적인 폭우로 KTX 강릉역 천장 일부에서 누수가 발생한 가운데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급하게 지어지면서 시공에 일부 미흡한 부분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6일 시간당 93mm의 역대급 폭우가 쏟아지면서 강릉역은 천장 군데군데에서 물이 새는 현상이 발견됐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이번 누수가 처음이 아니라는 것이다. 강릉역 시공사인 한국철도시설공단 원주지사에 따르면 앞서 지난 2월과 5월에도 천장누수 현상이 발생했다.
준공된 지 반년도 되지 않은 건물에서 잇따라 누수가 발생하자 공단측은 서둘러 보수공사를 진행했다.
공단 관계자는 "두 차례 천장누수가 발견돼 보수작업을 한 것은 사실"이라며 "올림픽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급하게 지어야 했기 때문에 시공에 일부 미흡한 부분이 있었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 "이번에 발생한 천장누수는 역 앞 도로 하수관로에서 빗물을 수용하지 못해 역류한 것"이라며 "이로 인해 지붕 위에 받아둔 빗물이 제대로 빠져나가지 못해 흘러넘친 것"이라고 해명했다.
시설공단에 따르면 강릉역은 비가 쏟아질 때 빗물을 바로 받을 수 있는 '처마홈통'과 모은 빗물을 바깥으로 빼낼 수 있는 '선홈통' 10개가 설치돼 있다.
폭 700m에 높이 332m, 길이 231m의 처마홈통은 시간당 130mm의 강수량을 수용할 수 있게끔 설비됐고, 250π(파이) 선홈통은 모두 10개가 있다.
홍수량도 예측했고 물이 빠져나가는 선홈통도 충분했던 만큼 이번 천장누수는 1차적으로 하수관로의 문제라고 공단측은 파악하고 있다.
하지만 앞서 두 차례나 천장에서 누수 현상이 발견된 데다 최근 국지성 호우를 감당하지 못하고 물이 새면서 배수관로에 대해 전반적인 검토가 필요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와 함께 건축 허가를 내준 강릉시에 대한 질책도 제기되고 있다.
KTX 강릉역은 공단이 설계를 담당하고 코레일과 설계 도면을 검토·협의한 후 해당 지자체인 강릉시의 건축허가 승인을 받아 공사를 진행했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강릉시가 승인 과정에서 보다 면밀한 검토를 했더라면 피해를 막을 수 있지 않았느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강릉시 관계자는 "시는 공단에서 자체적으로 기술적인 검토를 한 것을 행정적으로 판단하는 역할을 담당할 뿐"이라며 "행정적인 판단 외에 전문적인 수량과 유량 검토까지 시에서 파악하지는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지난 6일 쏟아진 폭우로 한 편의점 안 천장에서 누수가 발생해 일부 천장을 뜯어낸 모습. (사진=유선희 기자)
이처럼 강릉역 설계와 시공 과정에서 미흡한 부분이 있었다는 것이 확인되면서 역 내에서 장사를 하는 상인들은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역 안에서 음식점을 하는 오모(64)씨는 "정말 기록적인 폭우가 문제였다면 강릉역 일대에 있는 노후화된 건물도 비가 새고 난리가 났어야 했는데 아니었다"며 "강릉역만 피해가 있었다면 설계 등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한 음식점 아르바이트생 천모(여.22)씨는 "새 건물에서 이렇게 누수가 발생하는 것을 보니 건물 전체에 대한 안전까지 우려된다"며 "올림픽 때문에 건물이 급하게 지어진 것 아니냐"고 불안해 했다.
이에 대해 가톨릭관동대학교 토목공학과 박창근 교수는 "천장에서 물이 새는 것은 명백한 부실공사"라며 "강릉역을 설계하고 건축 허가를 진행할 때 사전재해영향성검토나 환경영향평가 등이 제대로 검토됐는지 등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