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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쇄 화재' 불명예 디젤차…국내서도 설 자리 잃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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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쇄 화재' 불명예 디젤차…국내서도 설 자리 잃을까

    • 2018-08-12 12:51

    올해 가솔린차에 역전당할 듯…본고장 유럽선 이미 뒤처져

    (사진=연합뉴스)

     

    BMW 화재 사건을 계기로 수입차 시장에서 디젤차가 본격적인 내리막길을 걷게 될지 관심이 쏠린다.

    과거 아우디폭스바겐의 '디젤 게이트'가 불거졌을 때도 디젤차의 시대가 저물 것이란 관측이 나왔지만, 다른 브랜드의 인기 모델들이 판매량을 굳건하게 유지하면서 현실화하지 않았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수입차 시장에서는 지난 2012년부터 디젤 차량이 독주했다.

    엄격한 환경규제를 충족하고 높은 연비까지 갖춘 독일 디젤차들이 '클린 디젤'이라는 구호를 대대적으로 홍보하면서 친환경적 이미지가 높아져 인기가 치솟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수입차 시장에서 2009년 22.4%에 불과했던 디젤차 점유율은 2012년 51.0%로 높아졌고 2015년에는 68.8%까지 수직 상승했다.

    그러다 작년 1월 판매 집계에서 가솔린 차량이 4년 6개월 만에 디젤 차량을 앞섰고, 그 뒤로 몇 달간 초접전이 벌어졌다. 2015년 말 디젤 게이트가 터지면서다.

    결과적으로는 지난해 디젤차 점유율(47.2%)이 가솔린차(42.9%)를 앞섰다. 디젤이 주력인 아우디와 폭스바겐의 국내 판매가 사실상 중단됐음에도 BMW와 메르세데스-벤츠 등 다른 독일 브랜드의 디젤 모델이 선전해 가솔린차보다 높은 점유율을 수성할 수 있었다.

    그러나 디젤 게이트 이전과 비교하면 격차는 많이 좁혀졌다.

    올해 들어 7월까지 점유율은 디젤차가 46.3%, 가솔린차가 44.9%로 격차가 1.4%포인트(p)에 불과하다.

    업계에서는 올해 연쇄 화재란 대형 악재가 터진 만큼 연간 디젤차 점유율이 처음으로 가솔린차에 뒤질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환경 문제였던 디젤 게이트와 달리 BMW 화재는 소비자에게 더 와 닿는 실생활 문제라는 점에서 디젤차 판매에 타격이 클 것"이라며 "디젤차가 주력인 독일 브랜드를 렉서스 등 일본 브랜드의 친환경차가 대체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디젤차의 하락세는 본고장인 유럽에서 더욱 뚜렷하다.

    유럽자동차협회(ACEA)에 따르면 유럽 주요 15개국의 디젤차 점유율은 2011년 56.1%였으나 매년 줄어 지난해에는 45.7%까지 떨어졌다.

    작년 상반기에는 디젤차 점유율이 46.3%를 기록해 가솔린차(48.5%)에 8년 만에 처음으로 역전당했으며, 올해 1분기 집계에서도 가솔린차(55.5%)가 디젤차(37.9%)를 큰 차이로 앞섰다.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올해 유럽 내 디젤차 점유율이 42%로 하락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더 나아가 스위스 UBS은행은 오는 2025년 디젤차 비중이 유럽에서 10%대로, 전 세계적으로는 4%대까지 내려앉을 것으로 내다봤다.

    디젤차의 몰락은 친환경차의 성장세와도 맞물린다.

    하이브리드(HEV),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전기차(EV) 등 친환경차는 과거에 비싼 가격과 충전 문제 때문에 선호도가 낮았다.

    최근 들어선 이런 단점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모델들이 잇달아 출시돼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기 시작했다. 특히 연료 가격이 저렴하다는 디젤차의 강점은 저가형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에 의해 잠식됐다.

    이에 따라 수입차 시장에서 친환경차의 점유율은 2015년까지만 해도 5% 미만이었으나 2016년 7.4%, 2017년 9.9%로 계속 높아졌다.

    올해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이 처음을 판매고(631대)를 올리면서 7월까지 8.9%를 기록 중이다.

    글로벌 완성차업계의 전략 중심도 디젤차를 떠나 친환경차로 이동한 지 오래다.

    피아트 크라이슬러(FCA)는 2022년 디젤 승용차 생산을 중단하기로 했고, 볼보와 닛산은 디젤 엔진을 더는 개발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도요타는 유럽에서 디젤차를 판매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도요타는 2020년대 초반까지 전 세계에서 10종 이상의 배터리전기차(BEV)를 출시하겠다고 발표했다.

    현대차는 판매 저조를 이유로 그랜저와 쏘나타, i30, 맥스크루즈 등 4개 차종의 디젤 모델 생산을 중단했다. 현대차그룹은 2025년까지 친환경차 모델을 38종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업계 관계자는 "전 세계적인 환경규제 강화로 인해 결국 대부분의 완성차 브랜드가 디젤 모델을 줄이고 친환경차 모델을 늘리는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다"면서 "국내에서도 BMW 화재 사건이 디젤차에 대한 인식 자체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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