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경남지사.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허익범(59) 특별검사팀이 김경수(51) 경남도지사를 두 차례나 불러 조사했음에도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쉽사리 결정하지 못하고 고심을 거듭하는 모양새다.
특히 김 지사에 대한 2차 소환 조사 당시 대질신문에 나선 '드루킹' 김동원(49·구속)씨 진술이 일부 흔들리면서 고민은 더욱 깊어지는 분위기다.
13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 9~10일 특검 조사실에서 진행된 김 지사와의 대질신문에서 일부 기존 진술을 번복하는 등 '오락가락' 행보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대질신문은 김 지사가 2016년 11월 9일 드루킹이 운영하는 느릅나무 출판사(일명 산채)에서 댓글조작 프로그램 '킹크랩' 시연회를 보고 사용을 지시하거나 묵인했는지를 규명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시연회가 열렸던 당시 장면이 담긴 폐쇄회로(CC)TV나 서로 주고받은 메신저 대화 등 직접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드루킹 등의 진술은 김 지사의 혐의를 입증하는 핵심 요소로 꼽혔다.
하지만 드루킹은 대질조사에서 진술에 허점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드루킹은 시연을 보여준 뒤 김 지사에게 "불법이냐"고 묻자 김 지사가 "적법하다"고 답했다.
특히 "걸리면 제가 감옥에 가겠다"는 자신의 말에 김 지사가 "나는 정치적 책임만 지면 되겠느냐"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김 지사는 "그날 느릅나무 출판사를 찾아 빔프로젝터로 경인선에 대한 소개를 본 적은 있지만, 킹크랩 같은 것을 제게 브리핑한 사실은 없다"고 반박했다.
김 지사는 또 설명을 들을 때 다른 사람들과 함께 있었고, 드루킹 진술대로 '독대'한 적이 없다고 맞섰다.
드루킹은 대질조사에서 "킹크랩 부분은 나머지 회원들을 내보내고 김 지사와 독대를 하며 (본인이) 브리핑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지난 5월 자신이 공개한 이른바 '옥중편지'에서 '시연회가 여러 명이 있는 자리에서 이뤄졌다'고 밝힌 것과도 배치되는 내용이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특검이 김 지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할 가능성이 여전히 크다고 보면서도 고민 또한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예상을 내놓고 있다.
구체적인 물증이나 객관적인 자료가 없는 상태에서 승패를 가르는 핵심 관련자 드루킹 진술마저 흔들려 혐의 입증이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또 현직 도지사라는 신분도 고민을 키우는 요소다.
이런 상황에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가 자칫 법원이 기각할 경우 수사 동력을 잃을 위험을 떠안아야 하는 것도 부담이다.
일각에서는 특검이 김 지사를 소환 조사한 이후인 지난 11일 공범 '서유기' 박모(31)씨에 이어 전날 드루킹을 다시 불러 조사한 것도 혐의 입증을 위한 일종의 '다지기'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특검 관계자도 김 지사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와 관련해 "진술의 진위 확인이 먼저 이뤄져야 기소 여부와 함께 신병처리가 결정될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