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미 관계 악화로 리라화 폭락 사태를 맞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은 미국의 압박에 굴복하지 않고 새로운 동맹을 찾겠다고 선언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흑해 연안 트라브존에서 열린 행사에서 "이번 작전의 목적은 재무로부터 정치까지 모든 영역에서 터키의 항복을 받아내려는 것"이라고 미국을 비판했다.
이달 10일 터키리라화는 미달러에 견줘 14% 폭락했다.
전날 터키정부 대표단이 미국에서 '빈손'으로 귀국한 데 이어 10일 오후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터키산 철강·알루미늄에 '관세폭탄'을 투하한 결과다.
이번 사태를 '경제 전쟁'으로 규정한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날도 항전 의지를 다졌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우리는 다시 비열한 정치적 음모에 직면했다"면서 "알라의 뜻으로 우리는 이 상황을 극복할 것이다"라고 지지자들을 격려했다.
그는 "터키를 포함해 전 세계를 상대로 경제전쟁을 벌인 나라를 향해, 우리는 새로운 시장으로, 새로운 협력관계로, 새로운 동맹으로 옮겨가는 것으로 답할 것"이라며 "누군가 문을 닫으면 다른 누군가는 문을 연다"고 덧붙였다.
터키를 지지하지 않는다면 미국뿐만 아니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소속 어느 나라라도 기꺼이 결별할 것이라고 에르도안 대통령은 경고했다.
이어 "인구 8천100만의 나라와 맺은 전략적 관계와 반세기 동맹을 희생시키는 나라에 우리는 작별을 고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미국이 터키 정부 대표단에 가택연금 상태인 앤드루 브런슨 목사의 석방 데드라인을 제시하며 모욕적으로 압박했다고 공개했다.
앞서 이달 7일 터키 정부는 미국과 갈등 해소를 모색하고자 세다트 외날 외교차관이 이끄는 대표단을 미국에 보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그들은 우리에게 (브런슨) 목사를 8일 오후 6시까지 석방하라고 요구하면서, 이를 수용하지 않으면 제재가 시작될 것이라고 했다"고 털어놓으며, 터키는 그런 요구를 따르는 나라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1일 브런슨 목사 장기 구금을 이유로 터키 장관 2명에 제재를 부과했으며, 10일에는 "터키와 관계가 좋지 않다"며 터키산 철강·알루미늄에 2배 관세를 매길 것이라고 밝혔다.
1993년 터키에 입국해 2010년 서부 이즈미르에서 교회를 개척한 브런슨 목사는 2016년 10월 테러조직 지원과 간첩행위 혐의로 구속돼 옥살이를 하다 지난달 말부터 가택연금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