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자료사진)
사법농단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문건 작성에 관여한 의혹을 받는 현직 부장판사를 공개소환했다. 검찰 영장이 번번이 기각되는 상황에서도 의혹 관여자들에 대한 소환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신봉수 부장검사)·특수3부(양석조 부장검사)는 13일 오전 10시 울산지법 정모 부장판사를 소환했다. 정 판사는 '원세훈 문건'을 비롯해 재판거래 의혹 문건을 다수 작성한 의혹을 받고 있다.
정 판사는 이날 서초동 검찰청사에 출석해 '재판거래 의혹 문건을 왜 작성했는지'를 묻는 질문에 "최대한 성실히 수사에 임하겠다"고 답했다. '임종헌 당시 법원행정처 차장의 지시가 있었는지'를 묻는 말엔 "상세한 말씀은 검찰에서 말하는 게 도리"라고 말을 아꼈다.
정 부장판사는 2013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심의관으로 근무하면서 '원세훈 전 국정원장 사건 관련 검토',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 효력 집행정지 관련 검토' 등 재판거래 의혹이 담긴 문건들을 작성했다.
정 판사는 또 항소심 결과에 따른 청와대와 정치권의 예상 반응과 함께,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을 문건에 적시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앞서 검찰은 지난 8일 양승태사법부 시절 판사들을 뒷조사한 혐의 등을 받는 당시 법원행정처 기획1·2 심의관이던 김모 부장판사를 공개소환했다. 현직 판사 신분으로는 첫 공개소환이었다.
김 판사는 양승태사법부 시절 법원행정처에서 판사동향을 파악해 사찰 의혹 문건을 작성하는 등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다. 또 그는 지난해 2월 인사이동을 앞두고 법원행정처 컴퓨터 파일 2만4500여건을 무단으로 삭제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또 2016년 대법원 양형위원회에서 근무했던 현직 A판사를 지난 2일과 5일 두 차례 불러 조사했다. A판사는 당시 양승태 대법원장의 숙명사업이었던 상고법원 추진을 위해, 국회의원들의 재판 현황과 양형 전망 등을 정리한 문건을 작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의혹에 관여한 현직 판사들에 대한 검찰 소환조사가 이어지고 있지만 수사가 순탄한 것만은 아니다. 지난 10일 검찰이 법원행정처 및 전현직 대법관들에 대해 청구한 압수수색 영장이 또다시 법원에서 줄줄이 기각됐다.
검찰은 지난 6월 수사 착수 이래 수차례 당시 법원과 고위 법관에 대한 영장을 청구했으나 임종헌 전 차장과 외교부 정도를 제외하곤 대부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수사의 7부 능선이라고 불리는 압수수색이 발부되지 않으면서 검찰 수사가 난항을 겪는 모양새가 자주 연출됐다.
이에 검찰은 지난달 임종헌 전 차장의 USB에서 확보한 문건 8000개 상당과,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에서 임의제출 받은 일부 문건을 토대로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이들 자료에는 강제징용·위안부피해자들의 민사소송 불법 개입 의혹 등 기존 대법원에서 공개했던 문건 410개에 담겨있지 않은 새로운 혐의점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
검찰은 2013년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 재판에 당시 정부가 개입한 의혹 사건과 관련해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을 다음날 오전 9시30분으로 다시 소환한다. 김 전 실장은 개인상 이유로 이미 2차례 검찰조사를 거부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