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에 전시된 김정호의 <대동여지도> (사진 조은정 기자)대동여지도>
내가 어디에 있는지, 세상은 어떤 모습인지 알고싶어 하는 것은 인간의 기본적인 욕망이다. 때문에 지도를 보면 시대상은 물론 그시대의 욕망을 엿볼 수 있다.
조선은 '지도의 나라'로 불릴 정도로 풍성하고 방대한 지도가 제작된 시기이다. 조선시대 지도는 그 자체가 훌륭한 네비게이션이었고, 국토의 자부심을 나타내는 교양서이기도 했다.
조선시대 방대한 지도를 한자리에 모은 전시가 오는 14일부터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개최된다. 국내 20여개 기관과 개인들이 소장한 조선시대 중요 지도 260여점이 한자리에 모였다.
조선 초기에 제작돼 국보 248호로 지정된 <조선방역지도>를 비롯해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전국 지도인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 등이 전시된다.
<서북피아양계만리일람지도>, <일본여도> 등에서는 중국과 일본 등 한반도 주변의 정세를 파악하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엿보인다.
<천하총도>로 불리는 지도에서는 사람이 죽지 않는 '불사국', 머리가 세개인 사람들이 사는 '삼수국;, 눈이 하나인 사람들이 사는 '일목국' 등 상상의 나라들이 표시돼 있다. 이미 서구 문물이 들어온 시기이지만 신화적인 믿음을 지도를 통해 표현한 것이다.
선조들은 지도에 위치 뿐 아니라 여러 정보를 포함시켰다. 중요한 지역을 강조하기 위해 한양 등을 크게 과장해 그렸다. 물리적인 정확성보다는 정보성을 중시했기 때문이다.
지역 관리들은 경쟁적으로 지도를 제작해 한 폭의 회화처럼 아름답게 마을을 표현했다. 때로는 실용성을 중시해 자주 이용하는 길만 표시해 네비게이션처럼 쓰기도 했다. 행정 및 국방용 지도, 휴대용 지도, 조상의 무덤 위치를 표시하는 '산도' 등 쓰임에 따라 다양한 지도가 제작됐다.
조선 후기로 갈수록 정확성과 섬세함을 갖춘 대축적 방안 지도들이 등장한다.
18세기에 <동국대지도>를 만들어 대형 전국지도를 크게 개선한 정상기, 영조의 명을 받아 세밀하고 아름다운 관찬 지도를 완성한 신경준, 그리고 <대동여지도>로 조선지도학을 집대성한 김정호까지. 위대한 지도학자들의 노력이 지도의 눈부신 발전을 가져왔다.
이번 전시의 하이라이트는 김정호의 <대동여지도>이다. 총 22권의 첩을 모두 펼쳐 연결한 세로 6.7m, 가로 3.8m의 대형 지도 원본을 가까이에서 감상할 수 있다. 대동여지도에는 십리마다 점을 찍는 섬세함을 갖췄으며, 실측 지도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정확성을 자랑한다.
지도를 직접 만지고 스마트폰 앱을 통해 지도를 찾아볼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도 마련됐다. 증강현실(AR)을 활용해 <동국대지도> 위에서 내가 원하는 지역의 지도 정보를 찾을 수 있다.
백승미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사는 기자간담회에서 "근대 이후에 조선지도의 중요성과 의미가 퇴색돼 온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라며 "이번 전시에서는 지도를 통해 조선이라는 나라를 다시 되새겨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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