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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Z 평화 교육의 현장 3시간, "사슴의 눈망울에 그만"



교육

    DMZ 평화 교육의 현장 3시간, "사슴의 눈망울에 그만"

    문체부·교육부 장관 및 시· 도교육감, "평화 실감하는 시스템 구축 노력"
    남북평화 실현의 역사적 현장 체험, 평화 메세지 담은 작품들 다채

    DMZ 옛 미군기지 캠프그리브스 내 빈 탄약고에 설치된 작품 '박제된 사슴'. (왼쪽부터)이석문 제주교육감, 박종훈 경남교육감, 김석준 부산교육감, 노옥희 울산교육감, 최교진 세종교육감, 장휘국 광주교육감, 김상곤 교육부장관, 도종환 문체부장관, 김지철 충남교육감, 김병우 충북교육감, 김승환 전북교육감, 강은희 대구교육감.

     

    텅 빈 탄약고에 들어서자 박제된 사슴 한 마리가 일행들을 놀래킨다. 사슴의 눈망울이 커진 만큼 바라보는 이들의 눈동자도 커졌다.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김상곤 부총리겸 교육부 장관,그리고 김승환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장 등 10명의 시도교육감은 14일 민통선 내 빈 탄약고 안의 '박제된 사슴' 작품 관람을 끝으로 DMZ 평화관광· 평화교육 현장 방문을 마쳤다.

    박제된 사슴의 큰 눈망울은 DMZ(비무장지대)가 생명과 평화가 살아 숨쉬는 공간임을 마음에 와닿게 했고, 발길을 돌리는 순간에도 그 의미를 잊지 말아달라는 애절함으로 강한 여운을 남겼다.

    평화의 집 2층 회담장.

     

    현장 탐방은 14일 오후 2시30분부터 오후 5시30분까지 3시간 동안 진행되었다. 인상적인 장면들 덕분에 무더위도 잠시 잊고 시간이 금세 지나갔다.

    평화의 집 - 자유의 집 - 남북회담장 - 기념식수 장소 - 도보다리를 차례로 둘러보았다. 이어 옛 미군기지 캠프그리브스에서 학생들과 평화관광·교육을 주제로 자유토론을 가진 뒤 캠프그리비스 전시작품을 관람하는 것으로 행사를 마감했다.

    평화의 집 방문으로 DMZ 첫 일정을 시작했다. 1층 귀빈실, 2층 회담장, 3층 만찬장을 방문해 4.27회담 당시의 가슴 벅찬 남북정상회담의 느낌을 역사의 현장에서 회상해보았다.

    북측 판문각을 배경으로 회담장 통로에서.

     

    자유의 집에서 나와보니 북측 판문각이 보이고 그 사이로 세 개의 푸른색 건물로 된 '남북회담장'이 눈에 들어왔다. 등을 돌린 채 정자세로 서 있는 한국군, 미군 여러 명을 보니 삼엄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맞은편에서 남측 방문객들을 열정적으로 사진 찍는 북한군의 모습을 보니 말장난을 걸고 싶은 마음이 발동했다. '뭣하러 그렇게 열심히 찍습네까? 남측 사람 처음 봅네까?'

    회담장을 안내한 경비대장 머로우 중령은 "T1, T2, T3 회담장은 각기 다른 급의 대화를 위해 운영된다. 2013년 대화를 마지막으로 북측과 UN사 대화가 끊겼다. 7월 20일 이후 북측과 UN사 대화가 회복되어 다양한 대화가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도보다리에서.

     

    2018년 4월 27일 김정은 위원장과 문재인 대통령이 정상회담 기념식수를 한 현장을 방문했다. 이어 우측 방면으로 더 가자 푸른색 나무다리가 펼쳐졌다. 일행들은 저마다 "이 다리가 그 다리인가" 탄성을 터뜨렸다.

    꿩이 놀라 논에서 푸드득 힘찬 날갯짓을 하며 솟아오르고, 점박이 하얀 나비는 여유롭게 하늘하늘 날개를 움직이며 사라졌다. 마치 꿩의 소리는 꿈을 꾸다가 깨어난 듯하고, 나비의 출몰은 꿈과 현실의 경계에 있는 듯한 몽환적 느낌을 주었다.

    중립국감독위원회를 방문해 그 역할을 소개하는 설명을 들었다.정상회담 때 사용된 도보다리가 중립국감독위에서 회담장까지 이동하는 다리였다는 사실도 새롭게 알았다.

    체험 학생들과의 대화.

     

    캠프그리브스 볼링장을 개조한 강당에서 'DMZ 평화관광과 연계한 평화교육 현장 방문' 간담회가 열띤 분위기 속에 진행되었다. DMZ를 탐방 중인 청소년들이 궁금한 점을 묻고 교육 수장들이 답하는 방식으로 화기애애하게 문답이 오갔다.

    김상곤 교육부장관은 "우리 아이들이 DMZ를 방문하면서 평화를 실감하고, 관광과 함께 즐겁게 할 수 있는 시스템을 찾고자 하는 것이 우리가 방문한 이유이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이어 "바로 이런 평화관광과 평화교육이 함께 갈 수 있는 그 출발이 바로 오늘이다. 오늘을 다시 한번 기억하시고 여러분이 이것을 위해서 모두 다 함께 노력해 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부탁했다.

    이번 행사를 제안한 도종환 문체부 장관은 "북한 수학여행을 보내자는 교육감들 공약을 보고서, 그냥 보낼 건가 분단현실을 이해하고 보낼 건가 고민 속에서 이런 자리가 마련 된 것이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도 장관은 이어 "우리가 현장에서 평화를 가르치고 내면화할 것인가 이런 고민들을 현장에 와서 직접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우리 모두가 평화로 가는 길, 그 길을 만드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김승환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장은 "학생들이 비극이 분단이 아니라 기쁨의 통일을 기다리는 분위기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타리스트 양태환 학생의 공연.

     

    학생들과 대화에 앞서 공연을 펼친 기타리스트 양태환 군(화천중학교 2학년)은 "우리나라가 하루 빨리 통일이 되어 남북의 아이들이 문화와 예술을 자유롭게 교류하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소망했다.

    "학생간 남북 교류 활성화 방안이 무엇이냐"는 학생의 질문에 박종훈 경남도교육감은 "11년 전 11억 성금을 모아 북한 창교리 소학교 건립을 지원했는데 방문 교류를 하고 싶다. 함양에 오케스트라가 있는데 평양에서 공연하고 싶고 북한 오케스트라도 초청하고 싶다"고 구체적인 계획을 설명했다.

    "언어 문화적 차이를 극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 학생의 질문에 최교진 세종시교육감은 "남북간 같은 것도 많고 다른 것도 많다, 다른 것이 많아지기 전에 동질성을 회복해야 한다"고 답변했다.

    작품 '보물'

     

    문화예술공간으로 탈바꿈한 캠프그리브스 전시작품 관람으로 이어졌다. 박찬경 작가의 영상 작품 '소년병'(16분), 설치 작품 '보물', 또 다른 설치작품 '구부러진 직선'등을 볼 수 있었다.

    '보물'은 넝쿨 모양의 철조망이 중앙에 설치되어 있고, 그 아래로 풀이 깔려 풀내음을 강하게 풍겼다. 방안 허공에는 버들강아지로 만든 공 모양의 전등이 여러 개 걸려 있었다. 풀은 생명력을, 버들 강아지는 보석처럼 자연의 소중함을, 넝쿨 모양의 철조망은 전쟁의 상징인 쇠붙이에서 생태적 식물성으로 탈바꿈을 각각 은유한다.

    '구부러진 직선'은 예술창작공간으로 변신한 캠프그리브스에서부터 민통선까지 400개의 돌을 놓아 구성한 작품이다. 이 작품 제목은 DMZ가 곡선임에도 직선으로 생각하는 통념을 깨기 위함이다. 분단 이데올로기라는 통념을 깨야만 이념의 분단을 넘어서 통일에 다가설 수 있기에. 이 작품은 또한 설치 범위를 민통선 넘어서까지 뻗어나가고자 했으나 좌절되었다고 한다.

    이런 상상력과 다양한 시도들이 분단을 넘어 통일의 큰바다를 이루리라. 도종환 시인의 싯귀처럼 "담쟁이잎 하나는 담쟁이잎 수천 개를 이끌고 그 벽을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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