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만실을 기록한 롯데리조트 속초 (사진=김민수 기자)
6살, 4살배기 아이를 둔 서울 마포구에 사는 이지혜(36)씨는 올 여름 휴가 계획을 급히 수정했다. 제주도에 팬션을 잡아 묵을 계획이었지만 계속되는 폭염에 장거리 이동이 부담스러워 취소하고, 대신 작은 수영장이 딸린 서울 시내 호텔을 예약했다.
이씨는 "제주도도 연일 폭염이라는 뉴스를 듣고 올해는 마음을 접었다"며 "아이들이 어리다보니 너무 더운 날씨에 관광은 어려울 것 같아 도심 호텔에서 며칠 쉬기로 했다"고 말했다.
끝날줄 모르는 폭염이 여름 휴가 풍경도 바꿔놓고 있다. 동해안 주요 해수욕장 피서객이 감소하는 등 외부 관광객은 줄어든 반면 도심 호텔에서 휴가를 즐기는 '호캉스'족은 크게 늘어났다.
국내 최대 숙박 사이트 인터파크에 따르면 지난 7월 한달간 서울, 경기, 인천 등 주요 도심 호텔의 숙박 예약은 전년 대비 크게 증가했다.
지난해보다 서울 강남 지역 49%, 인천 53%, 경기 54% 숙박 예약이 늘었다. 신규 호텔이 많아진 강원도도 62% 예약이 증가했다.
인터파크 홍보팀 박선미 대리는 "도심 호텔에서 휴가를 보내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전년에 비해서 주요 도시 호텔 예약이 큰 폭으로 늘었다"며 "특히 인피티니풀을 갖춘 호텔이 인기가 많다"고 전했다.
반면 주요 해수욕장 피서객이 줄어드는 등 타격을 입은 곳도 많다.
동해안 주요 해수욕장은 피서객이 전년보다 눈에 띄게 줄었다.
한산한 속초 해수욕장
강원도 환동해본부에 따르면 해수욕장 개장 후 지난 5일까지 도내 93개 해수욕장을 찾은 피서객 수는 1222만7039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393만1191명이 방문한 것에 비해 170만4152명(12.2%)가량 감소했다.
환동해본부 관계자는 "무더위로 인해서 지난해에 비해 피서객 수가 대부분 지역에서 감소했다"고 밝혔다.
대표적인 휴가지인 부산 해운대 해수욕장도 피서객이 줄었다. 해운대구 집계에 따르면 지난 6월1일부터 8월13일까지 피서객은 942만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천41만명에 비해 10%가량 피서객이 감소했다.
이에따라 휴가지 인근 지역 민박 시설과 인근 상인들은 한철 장사에 타격을 입고 있다. 호텔이나 수영장을 갖춘 대규모 리조트에 사람이 몰리면서 민박, 펜션 등 소형 숙박업자들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강원도 삼척시 삼척항 주변에서 마른 해산물을 판매하는 상인 김모씨(62)는 "작년에는 줄을 서서 사갈 정도로 사람이 많았는데 올해는 피서객이 줄어서 장사가 너무 안된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한국관광공사 관계자는 "아직 정확한 집계가 나오지 않았지만 기록적인 폭염이 지역 관광에도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통계를 통해 관광업계 미친 영향 등을 분석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