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16일 여야 5당 원내대표들과 회동에서 선거제도 개편에 대한 '지지' 의사를 재확인하면서 정치권의 향후 논의가 주목된다.
문 대통령이 강한 의지를 피력함에 따라 일단 국회 논의의 물꼬는 터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각론으로 들어가면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은 내심 분권형 개헌을 우선하고 있어 국회 논의가 탄력을 받긴 어렵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범(凡)여권의 반응 역시 단일대오를 이루긴 쉽지 않아 보인다. 여당인 민주당은 이날 회동의 선거제도 개편 언급과 관련,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반면 원내교섭력은 없으면서 다당제를 유지해야 하는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군소정당은 일제히 환영 입장을 피력해 온도차를 드러냈다.
◇ 文 "비례성‧대표성 강화, 강력히 지지"문 대통령은 이날 모두 발언의 마지막 대목에서 "조금망설여지기도 하고 조심스러운 부분"이라면서도 "요즘 선거 개편에 관한 논의가 국회에서 활발하게 재개되는 것을 보았다. 저는 아주 좋은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며 운을 띄웠다.
그는 "대통령이 분명하게 입장을 표명해 주었으면 하는 그런 요청이 있는 것을 보았다"며 "저는 비례성과 대표성을 강화하는 선거제도 개편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어느 누구보다 일찍 주장을 해왔었고, 2012년 대선 때 이미 권역별 정당명부 비례대표제를 공약했었다"고 말했다.
이어 "19대 국회 때 중앙선관위가 권역별 정당명부 비례대표제 또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국회에 제시한 바 있어서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서 정의당과 함께 민주당이 함께 노력을 했었다"며 "비례성과 대표성을 제대로 보장할 수 있는 그런 선거도 개편에 대해서 대통령 개인적으로는 강력하게 지지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한편으로 "대통령이 너무 입장을 강하게 내면 혹시라도 국회에서 자유롭게 논의하는 데 오히려 장애가 될까봐 망설였다"고도 말해 진정성 있게 추진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 바른‧평화‧정의, 일제히 환영 "건의하려던 것, 대통령이 먼저 말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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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야당들은 문 대통령의 이날 언급에 대해 일단 환영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는 회동 자리에서 "오늘 선거제도 개편에 대해서 건의 말씀을 드리려고 했는데 이렇게 미리 대표성과 비례성 강화하는 제도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지지해주신다고 말씀을 해주셔서 저희가 힘을 얻고 국회에서 논의를 잘 해나가도록 하겠다"고 화답했다.
김 원내대표는 다만 "(문 대통령이) 개헌 문제는 말씀을 안 하셨다"며 다소 유보적인 입장도 드러냈다. 그는 회동 뒤 기자들과 만나 "(개헌에 대해) 국회에서 1년 6개월 동안 개헌특위 논의에 의해서 성숙돼 있기에 결단만 하면 그리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을 것, 대통령도 더 관심을 가져달라고 했는데 이 부분은 특별한 언급을 안하더라"고 전했다.
선거제도 개편과 맞물려 권력구조 개편 등 개헌 논의도 함께 진행돼야 하는데 언급이 없었다는 지적이다.
민주평화당 장병완는 모두발언에서 "여야정(與野政) 간 협치는 선거제도 개혁에 대한 합의로부터 시작된다"고 주장했다. 정의당 윤소하 원내대표도 "정치개혁은 의회 정치 내에서 풀어내야 하지만, 거기에 대한 힘을 내 주신 점을 감사드린다"며 강한 환영 의사를 드러냈다. 윤 원내대표는 "(정치개혁의) 핵심적 화두는 선거제도 개혁에 있다"며 "비례성을 보장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비롯해서 선거제도 개혁에 국회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모양새를 보면 바른미래당이 환영 의사를 드러냈지만 개헌 논의가 빠진 데 대한 한계를 지적했고, 민주평화당과 정의당은 이보다 강하게 반겼지만 이들 정당은 비(非)교섭단체로 원내교섭권이 없다.
◇ 거대정당들 '미적지근'…민주 "의원數 늘려야", 한국 "대통령, 과거 내각제 약속"
문 대통령 입장에선 연동형 비례대표제와 중‧대선거구제 개편 등이 의제가 될 수 있는 선거제도 개편을 재차 강조한 셈이지만, 민주당과 한국당 등 국회 논의의 주도권을 쥔 거대 정당들은 구체적인 향후 계획을 밝히지 않았다.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를 대신해 박경미 원내대변인은 선거제도 개편 논의에 대해 "모두 발언에서만 했고, 비공개에서는 한 걸음 더 안 나갔다"며 세부적인 논의가 없었다고 했다.
이와 관련, 민주당 원대대표실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대통령이 선거제도 개편에 대해 강조하면서 여야 논의에 밑자락을 깔아 준 측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지난 7월, (여야가) 정치개혁특위 구성에 합의한 것은 선거법 개정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면 된다"며 "논의를 해봐야겠지만, 연동형 비례대표를 하면 의원수를 늘여야 하는 문제가 있어 이 부분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주안점을 둔 대목은 연동형 비례제 등 비례성 강화에 있는데, 이를 실현하기 위해선 의원정수를 늘려야 하는 난점이 있다는 얘기다. 막상 각론으로 들어가면 쉽지 않는 논의라는 지적이기도 하다.
한국당도 특별한 논평을 하지 않았다. 다만 김성태 원내대표는 "대통령이 작년 5월 19일, 대선을 마치고 난 후 5당 원내대표 회동을 기억하고 계신 듯하다"며 "그때 대통령이 한 말씀이 국회에서 선거제도 개편이 이뤄지면 의원 내각제도 수용할 수 있다고 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선거제도 개편을 말했는데, 김 원내대표는 분권형 개헌을 지목한 셈이다. 각당 이해관계가 갈려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