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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미세섬유 확보…제주 보육교사 살해사건 증거 추가됐다

사건/사고

    [단독]미세섬유 확보…제주 보육교사 살해사건 증거 추가됐다

    경찰 다음달 영장 재신청…"미세섬유 추가·정황 증거 구체화"
    현재 직접증거 없어 영장 발부 미지수…"꼭 기소해 유족 한 풀 것"

    제주지역 장기미제사건인 '어린이집 보육교사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된 박모(49)씨가 구속영장 기각 결정이 나자 지난 5월 19일 오전 0시50분쯤 제주동부경찰서 유치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사진=고상현 기자)

     

    지난 5월 제주지역 장기미제사건인 '어린이집 보육교사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된 박모(49)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가운데 경찰이 다음 달 영장을 재신청하기로 했다.

    증거 부족에 따른 법원의 기각 결정에 경찰은 그동안 보강 수사를 벌여왔고 미세섬유 등을 추가 증거로 확보했지만, 직접 증거를 확보할 수 있는 지가 구속 여부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 사건 발생 9년 만에 재수사…체포 3일 만에 풀려나

    현재 박씨는 지난 2009년 2월1일 새벽 제주시내에서 보육교사 이모(당시 27세‧여)씨를 자신의 택시에 태워 성폭행을 시도하고 살해한 혐의(강간 살인)를 받고 있다.

    경찰은 사건 발생 당시에도 박씨를 유력한 살해 용의자로 지목했다. 실종 이후 이씨의 동선을 조사해서 겹치는 사람들을 전수 조사한 결과 택시기사 박씨가 사건 당일 시신 발견 지역을 지나간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이씨는 2월1일 새벽 제주시 용담동에 있는 남자친구 집에서 나온 뒤 실종됐다가 8일 만에 제주시 애월읍 고내오름 인근 농업용 배수로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실종일인 1일 이씨가 숨졌을 것으로 보고 수사력을 집중했다. 그러나 부검 결과 시신 부패가 진행되지 않아 사체 발견 시점으로부터 24시간 이내인 7일 숨졌다는 소견이 나오면서 수집한 모든 정황 증거들이 틀어졌다.

    또 7일 박씨에 대한 알리바이가 있었고, 결정적으로 성범죄 또는 살해 혐의를 입증할 만한 증거를 발견하지 못하면서 보육교사 살인사건은 장기미제로 남았다.

    그러나 일명 '태완이법' 시행으로 살인죄 공소시효가 사라지면서 경찰은 올해 초 재수사에 착수했다.

    이와 함께 9년 전보다 발전한 과학기술을 토대로 사망시점에 대한 동물사체 실험을 진행해 이씨의 사망일이 실종일인 1일 전후일 것이라는 결론을 얻었다. 이후 사건 수사가 급물살을 탔다.

    특히 경찰은 9년 전 피해자의 시신에서 발견한 미세섬유와 박씨의 택시에서 확보한 미세섬유가 서로의 옷에서 나왔을 것으로 추정된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식 결과를 받았다.

    경찰은 새롭게 확인된 사망시점을 토대로 미세섬유 증거, 당시 확보한 폐쇄회로(CC)TV 영상 등을 통해 법원으로부터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지난 5월 16일 사건 발생 9년 만에 박씨를 체포했다.

    이후 확보한 증거 등을 토대로 구속영장까지 신청했지만 법원은 "피의자의 주장에 석연치 않은 점이 일부 있지만 제출된 자료들을 종합할 때 피해자가 범행 당일 피의자가 운행하는 택시에 탑승한 사실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사실상 경찰이 제출한 증거들을 '직접증거'가 될 수 없다고 법원이 판단을 내리면서 박씨는 체포 3일 만에 풀려났다.

    ◇ '절치부심' 경찰…"미세섬유 추가 확보‧정황 증거 구체화"

    2009년 피해자 시신 발견 장소. (사진=자료사진)

     

    제주지방경찰청 장기미제수사팀은 구속영장 기각 이후 이번 사건과 관련된 기존의 증거와 수사 기록들을 면밀하게 재검토했다.

    그 결과 영장 신청 전엔 피해자의 시신에서 피의자 박씨의 청색남방으로 추정되는 미세섬유만 확보했지만 다른 옷의 미세섬유도 얻어냈다.

    또 박씨의 택시에서 피해 보육교사가 입었던 무스탕 미세섬유 말고도 피해자의 것으로 추정되는 다른 두 옷의 미세섬유를 확보했다.

    즉 구속영장 신청 전보다 미세섬유가 발견된 피해자와 박씨의 옷가지수가 늘어났다.

    이 역시 직접증거가 될 수는 없지만 미세섬유가 떨어져나가려면 웬만한 접촉 없이 불가능하고, 발견된 옷가지수가 늘어난 만큼 박씨와 피해자가 접촉했을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특히 경찰은 전문가 2명으로부터 '서로 간 접촉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는 감정을 받기도 했다. 다만 서로의 옷이라고 단정 지을 순 없고 '유사하다'는 전제가 깔렸다.

    또 경찰은 이전까지는 피의자 이동 동선을 수사할 때 피의자 추정 차량을 중심으로 수사를 벌였다면, 이번에는 이 경로로 이동한 전 차량을 대상으로 이동 시간 등을 조사해 박씨의 택시가 유력한 용의 차량이라는 점을 밝혀냈다.

    이밖에 경찰은 사건 당시 '박씨가 평소와 다르게 행동했다'는 제3자 진술에 대한 근거를 다수 확보해 정리했고, 9년 전 거짓말탐지기 기록을 비롯해 최근 체포 당시 대면조사 등에 대해 전국의 경찰 프로파일러 8명으로부터 '박씨가 유력한 범인'이라는 내용의 분석보고서를 받아냈다.

    그러나 이 모든 증거들이 DNA 등 직접 증거가 아닌 정황 증거에 그쳐 이번에도 구속영장이 발부될지는 불확실하다.

    ◇ "9년 전 사건 수사 어려움…과학증거로 기소 사례 만들고파"

    제주 어린이집 보육교사 살인사건 피의자 박모(49)씨가 지난 5월 18일 오전 제주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고상현 기자)

     

    이번 사건의 수사를 맡은 경찰관들은 9년 전 사건을 재수사하는 데 있어 어려움을 토로한다. 사건 직후라면 1시간이면 확인이 가능한 부분을 지금은 10일 이상 소요될 만큼 시간과 정성이 많이 든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경찰은 재수사에 착수했고, 영장 기각 후에도 수십 권에 달하는 기존 증거자료를 재검토하고, 국과수‧사설연구기관으로부터 물증 감식만 50여 차례 진행했다.

    경찰 관계자는 "솔직히 경찰의 입장에서 장기미제사건을 재수사하기가 부담이 큰 게 사실"이라며 "결과가 나쁠 경우 아무리 노력했어도 비난의 화살이 돌아오기 때문"이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하지만 피해자와 유가족의 오랜 한을 경찰로서 그저 묵과할 수 없다"며 "오래 전 사건이어서 직접 증거를 확보하는 데 어려움이 많지만 다음 달 구속영장을 재신청해 꼭 과학 증거로 기소까지 이끌어내겠다"고 강조했다.
    제주지방경찰청. (사진=고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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