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가 나오게 된 배경 |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광복절 경축사에서 여성 독립유공자 발굴 필요성을 강조했다. 여성들은 가부장제와 사회.경제적 불평등으로 이중삼중의 차별을 당하면서도 독립운동에 뛰어든 만큼 그들을 찾아내는 것이 또 하나의 광복이라고 했다. 여성독립운동가는 얼마나 되고, 왜 발굴되지 않았던 것일까?
|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열린마당에서 열린 ‘제73주년 광복절 및 정부수립 70주년 경축식’ 에 참석해 독립유공자 포상을 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1949년 포상이 시작된 이래 포상받은 독립유공자는 8월 기준 1만5천여 명이다. 이 중 여성 독립유공자는 296명으로, 2% 수준이다.
1등급인 대한민국장부터 3등급인 독립장까지만 계산하면 비율은 더 낮아진다.
서훈 1~3등급 대상 총 946명 중 여성은 1.26%인 12명에 불과하다.
유관순 열사가 1등급이 아닌 3등급 독립장에 추서되어 있는 등, 공적에 비해 너무 낮은 등급의 훈장으로 저평가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명확한 기준 역시 알려지지 않았다. 서훈기준은 상훈법 제 3조에 따라 공적이 국가와 사회에 미친 효과의 정도와 지위, 그 밖의 상황을 고려해 결정한다고만 명시해 뒀다.
관련 단체의 사단법인 등록도 쉽지 않았다.
항일여성독립운동기념사업회 김희선 회장은 CBS노컷뉴스에 "이전 정부 때 국가보훈처에 항일여성독립운동기념사업회 사단법인을 신청했지만 계속 반려됐었다"며 "반려 사유도 밝히지 않고 서류만 돌아와 당황했던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정권이 바뀌고 난 뒤, 보훈처에서 먼저 사단법인 허가에 필요한 서류를 달라고 연락이 왔었고, 12월에 허가가 났다"고 덧붙였다.
피우진 국가보훈처장은 지난해 9월 "사회적 차별로 실태 파악도 제대로 되지 못했던 의병과 여성 독립운동가에 대해 집중 발굴할 것"이라고 의지를 보인 바 있다.
그 결과, 문재인 정부는 올해 202명의 여성 독립운동가를 새롭게 발굴하고, 그 중 26명을 포상했다. 올해 포상받은 국가유공자는 177명으로, 15%가 여성이다.
이전까지는 독립유공자로 인정받으려면 최소 3개월의 수형, 옥고 등 정량적인 기준을 지켜야 했다. 독립운동을 지원하는 등의 활동을 한 여성의 공적은 사실상 인정받지 못하는 기준이었다.
이에 정부는 지난 4월 이 기준을 폐지하고, 실형 여부보다 실질적인 독립운동 활동을 포상 기준으로 삼기로 했다.
(사진=청와대 제공)
서간도 무장 독립운동 당시 군복을 만들어 배급하고 식사를 조달해 공적을 인정받은 허은 여사의 아들 이항중 씨는 "문재인 대통령이 처음으로 여성의 가사노동을 공적으로 인정한 것"이라며 "더없이 기쁘다"고 말했다.
항일여성독립운동기념사업회 김희선 회장도 "과거 독립운동가들이 교도소에 수감되면 식사, 빨래 등 개인정비를 아내들이 해줬었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여성들이 하는 일을 허드렛일로 보는 정서가 기저에 깔려있었기 때문에 여성들의 항일운동이 저평가 될 수밖에 없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부 들어 여성들의 움직임도 큰 틀에서 독립운동으로 보려는 움직임이 생긴 것 같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