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안상수 의원.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야권은 17일 일제히 청와대와 정부 부처의 특수활동비(특활비)에 대한 '대 수술'을 예고했다. 국회가 특활비 폐지의 신호탄을 쏜 만큼, 정부도 후속 조치에 나서야 한다는 논리다.
국회 예산특별위원장인 자유한국당 안상수 의원은 다음 달 열리는 정기국회 때 정부 예산안 심사과정에서 불필요한 특활비를 없애겠다고 공언했다.
안 의원은 17일 기자회견을 열어 "2019년 정부 예산안에 목적 외로 사용되는 특활비의 대폭적인 삭감 편성을 촉구한다"며 "만약 정부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국회 심사 과정에서 철저히 따져 불요불급한 예산은 전액 삭감하겠다"고 했다.
안 의원은 이어 "이제 청와대와 정부가 국민의 여망에 답해야 한다"며 "올해 정부 21개 부처에 편성된 특활비는 총 7700여억 원에 달한다. 현재 미사용된 예산 가운데 불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반납하는 게 국민에 대한 도리"라고 강조했다.
같은 당 정종섭 의원은 같은 날 각 기관 특활비에 대한 감사원 감사를 강화하는 내용의 감사원법 개정안을 대표발의 했다. 특활비를 편성한 중앙관서에 대해선 감사원이 매년 적정한 집행 여부를 감사하고, 그 결과를 국회에 보고하도록 명시한 게 법안의 골자다.
정 의원은 "청와대와 국회, 사법부 등 이른바 힘 있는 기관에 대해서는 특활비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가 그간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는 지적이 있다"고 법안 발의 취지를 설명했다.
정종섭 의원. (사진=자료사진)
정 의원이 국회예산정책처에서 제출받은 '2018년 부처별 특활비 예산 현황' 자료에 따르면 국가정보원은 특활비 대신 안보비 비목을 신설해 4630억여 원을 편성했으며, 나머지 기관의 특활비는 ▲국방부 1479억여 원 ▲경찰청 940억여 원 ▲법무부 237억여 원 ▲청와대 대통령비서실 및 국가안보실 96억여 원 ▲해양경찰청 87억여 원 등이었다.
정 의원은 "특활비에 대한 국민 불신이 높은 만큼 감사원의 철저한 감사를 통해 적정한 집행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당 뿐 아니라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도 정부부처 특활비에 대한 폐지 목소리를 높였다.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는 이날 "이번 8월 임시국회 뿐 아니라 올해 정기국회를 '특활비 폐지 국회'로 삼겠다"고 공언했다.
민주평화당은 아예 '국회와 정부기관 특활비 100% 폐지'를 내용으로 하는 결의안을 최고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서 의결했다.
한편 야당의 이 같은 공격적 폐지 주장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신중한 접근을 당부했다. 민주당 강병원 원내대변인은 "행정부는 기획부서라 할 수 있는 입법부와 달리 정책을 집행하는 집행기관으로, 외교·안보·정보·수사 등 사용처가 분명하다"며 "때문에 국회 특활비 전면 폐지와 같은 관점으로 접근하는 건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