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후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제21차 남북 이산가족 단체상봉 행사에서 남측 이금섬(92) 할머니가 아들 리상철(71) 씨를 만나 기뻐하고 있다. 금강산=박종민 기자
20일 오후 3시부터 5시까지 2시간 동안 금강산 호텔에서 진행된 이산가족 단체 상봉 행사장 곳곳은 눈물바다로 변했다.
두 명의 여동생을 만난 김춘식(80) 할아버지는 "춘자야 춘녀냐 일어서봐. 일어서봐. 내가 춘식이다"라며 감격에 겨워했다. 두 동생은 그런 오빠의 가슴 팍에 얼굴을 묻고 오열했다.
김 할아버지는 동생들에게 "아버지 어머지는 건강하게 살다가 돌아가셨다"며 부고를 전한 뒤 "어머니가 춘자 춘녀가 보고 싶어 정말 가슴 쓰려하시다가 일찍 세상을 떠나셨다"고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88살의 김병오 할아버지도 꿈에도 그리던 여동생(김순옥·81)을 만났다.
평양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내과 의사를 지냈다는 여동생은 "혈육은 어디 못가. 오빠랑 나랑 정말 똑같이 생겼다"며 취재 기자에게도 연신 "우리 정말 닮았죠?"라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김순옥씨는 손수건으로 연신 눈물을 훔치면서 "오빠, 통일이 되면 정말 좋을 거야. 통일 돼서 단 1분이라도 같이 살다 죽자"고 말했다.
92살의 김달인 할아버지도 북측의 여동생(김유덕·85)과 상봉했다. 김 할아버지가 "노인이 됐어~"라고 말하자 유덕씨는 "오빠 만나려고 이렇게 오래 살았다"며 눈물을 글썽거렸다.
이어 오빠의 학창시절 증명사진을 보여주며 "오빠 사진을 이렇게 한참 보면서 언제나 만나볼까 매일 그랬단 말이야. 이렇게 만나게 돼서 반가워"라고 감격에 겨워했다.
89살 황우석 할아버지는 북측의 딸(황영숙·71)에게 "영숙이야? 살아줘서 고맙다"며 손을 꼭 맞잡았다. 딸은 상봉 시간이 다가오자 아버지가 들어올 입구쪽을 계속 응시하면서 눈시울이 붉어졌었다.
외손녀인 자신의 딸과 함께 60여 년 만에 큰절을 올리려했지만 아버지는 연신 만류했다.
황 할아버지는 북에 두고 온 아내의 생사를 물었는데, 69년에 이미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전해들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