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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통합', '文 실책' 목소리 높였지만…갈 길 먼 한국당

국회/정당

    '보수 통합', '文 실책' 목소리 높였지만…갈 길 먼 한국당

    소득주도성장론‧탈원전 등 '文 정책' 정면 겨냥
    김병준, '친박 청산' 인적쇄신 요구 일축
    김성태, "임시체제 끝내겠다" 야권통합론 띄워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사진=윤창원기자/자료사진)

     

    자유한국당은 20일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 취임 후 첫 소속 국회의원 대상 연찬회를 열고, 내부 전열 정비와 결집을 도모했다.

    경기도 과천 공무원인재개발원에서 모인 한국당 의원 100여명은 흰색 상의로 드레스코드까지 맞추는 등 모처럼 단합된 모습을 연출했다. 이들은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론과 탈원전 정책 등 주요 정책을 집중적으로 비판했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재창당 수준의 당 리모델링을 통한 '야권 재편' 주장을 펴며 보수통합론을 공론화했다. 하지만 일부 친박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김병준 체제'에 대한 반발과 당 정체성에 대한 강경론이 재확인되면서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평가가 나온다.

    ◇소득성장론‧탈원전 폐기촉구 등 대여(對與) 공세

    '책임과 혁신을 위한 대토론회'라는 제목을 내건 연찬회에는 단국대 김태기, 인하대 박상병 교수 등 외부인사들과 당내에선 김 원내대표와 김종석 의원 등이 연사로 나서 현 정부의 소득주도성장론과 탈원전 정책 등을 강하게 비판했다.

    김 비대위원장은 모두 발언에서 '고용참사' 관련 정부 대응을 거론하며 "아마 많은 분들이 (정부에서)정책적 방향의 전환이 있지 않을까 기대했겠지만 역시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며 "지금 고용이 유사 이래 이렇게 나빠질 수 없는데도 (당정청)회의 결과는 결국 4조원을 더 집어넣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홍준표 전 대표 체제 하에서 색깔론으로 비난 받던 '위장평화쇼' 공세 대신 '고용쇼크' 등 현 정부의 경제정책 비판에 화력을 집중한 것이다.

    김 원내대표는 개회사에서 "김 비대위원장을 중심으로 한 비대위원들의 활동에 의원들 모두가 공감하고 있다"며 "임시체제의 보수를 끝내고, 통합 보수 야당 건설을 위한 그런 재창당 수준의 야권 리모델링(재편)을 깊이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이같은 발언은 최근 민주당의 급격한 지지율 하락에도 불구하고, 한국당이 반사이익을 누리지 못하는 상황에서 '정계개편' 카드로 국면 전환 꾀하는 것으로 보인다.

    두 번째 특강 연사로 나선 박 교수는 "이 정당(한국당)을 가지고 리모델링은 안된다"며 "김 비대위원장이 앞장서서 통곡하는 심정으로 재창당하는 수순으로 가는 게 옳다"고 말했다. 한국당이 다시 국민 신뢰를 얻기 위해선 강한 인적쇄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김 비대위원장은 모처럼 단합된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인적청산' 등 당내 통합을 해칠 수 있는 언급을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한국당을 '고장난 자동차', 소속 의원을 '기사'에 비유하며 "차를 저렇게 만든 데는 기사의 책임도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자동차를 고치지 않고 아무리 좋은 기사를 영입한다고 그 차 갈 수 있냐"고 반문했다. 인적쇄신 요구를 일축한 셈이다.

    ◇숨죽이던 친박계, '김병준 체제' 강력 반발

    이날 오후 김 비대위원장이 직접 비대위 관련 진행 상황을 발표 후 의원들과 질의응답 과정에서 연찬회 분위기는 급반전됐다. 김 비대위원장 취임 후 잠잠했던 일부 친박계 의원들이 처음으로 공개 석상에서 성토하자, 김 비대위원장은 당황한 표정이 역력했다.

    강성 친박계로 불리는 김진태 의원은 "(김 비대위원장이) 운전수 문제가 아니라 차가 고장이 났다고 하는 것에 동의하기 어렵다"며 "차는 고장난 게 없는데, 운전수가 문제"라고 김 비대위원장의 주장을 정면 반박했다.

    그러면서 "자꾸 우리의 이념가치가 문제가 아니냐는 식으로 접근하는데, 선거 참패는 그때 당을 이끌던 리더십이 문제였다"며 "자꾸 엉덩이 들썩거리면서 중도로 포용하는 등 이렇게 하지 말고 선명한 우파정당 하나는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이 추구했던 '가치'에 문제가 있던 게 아니라 당을 이끌었던 인물들이 지지율 하락의 원인이라는 주장이다. 대표적으로 '막말' 논란 등을 일으킨 홍 전 대표를 겨냥한 것으로 읽힌다.

    역시 친박계 박완수 의원도 "당의 기초를 튼튼히 정립하자는 것에 동의하지만, 운전자에게도 책임이 크다고 생각한다"며 "당의 보수 이념과 가치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건 국민 눈높이에 맞는 건전한 상식을 가진 리더와 국민의 기대에 부흥하는 정당"이라고 김 의원을 거들었다. '가치 재정립'보다는 당 지도부의 쇄신과 '특수활동비 폐지' 등 현안에서 한국당이 개혁적인 모습을 보이는 게 지지율 상승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지적이다.

    범(凡)친박계 정용기 의원은 "당이 위기에 처한 근본 위기는 독선적 리더십 때문이었다"라며 "지금 김 비대위원장님도 '가치를 바로 세우겠다'고 하면서 (자신에게) 동의하지 않으면 같이 갈 수 없다고 하는 것은, 결국은 표현만 다를 뿐"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김 비대위원장이 보여주는 모습이 독선적 리더십으로 당내 반발을 일으켰던 홍 전 대표와 다를 바 없다는 비판이다.

    이밖에 비박계 정양석, 친박계 엄용수 의원 등은 '속도감 있는 논의' 및 '가시적인 결과물' 등을 공개적으로 요구하기도 했다.

    김 비대위원장은 자신에게 질문한 의원들에게 일일이 비대위 운영 과정과 향후 계획 등을 설명하며 진화에 나섰다. 그는 "어떤 혁신 작업도 민주적 절차를 거치지 않는 것은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혁신은) 민주적 과정과 숙의를 거치는 것이지, 밖에서 칼잡이가 왔다고 바로 되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래서 애초 비대위가 (혁신과정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한 것"이라며 "될 수 있으면 모두의 동의를 얻어 바꿨으면 좋겠다는 게 제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이같은 발언은 김 비대위원장이 당내 갈등을 우려해 '관리형 비대위'를 유지하는 명분으로 '민주적 절차' 등을 내세우고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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