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정스님 (사진=대한불교조계종 홈페이지 캡처)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이었던 설정 스님이 탄핵 인준을 하루 앞두고 사퇴하면서 불교계가 다시한번 기로에 서게 됐다. 종회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개혁 수위가 어디까지 갈지 관심이 모아진다.
설정 스님은 21일 오후 1시 서울 종로구 견지동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소회를 밝히고 조계사에 들러 참배한 뒤 수덕사로 떠났다. 설정 스님은 지난해 11월 1일 제35대 총무원장으로 취임한 후 10개월만에 불명예스럽게 직에서 물러나게 됐다.
그는 선거 과정에서부터 숨겨둔 자녀가 있다는 의혹, 서울대 학력위조 의혹, 부동산 보유 의혹 등에 휘말렸지만 자승 전 총무원장의 지지를 받아 당선됐다. MBC 'PD수첩'이 관련 의혹을 다루면서 논란이 다시 확산됐고, 설조 스님이 40일 넘게 단식하는 등 재야불교단체들이 퇴진 요구가 이어졌다.
이에 조계종 중앙종회가 지난 16일 임시회에서 총무원장의 불신임 결의안을 가결했다. 조계종 총무원장의 탄핵이 이뤄진 것은 사상 처음이었다. 이 과정에서 자승 스님 측이 다시 설정 스님과 대립각을 세우기도 했다.
오는 22일 원로회의에서 인준을 통해 해임이 이뤄질 예정이었지만, 사퇴를 거부하며 버티던 설정 스님은 하루 전인 21일 스스로 물러서는 길을 택했다.
이로써 불교계는 다시 기로에 서게 됐다. 비주류 세력과 주류 세력간의 시각차가 크기 때문에 본격적인 세대결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비주류권에서는 설정 스님 뿐 아니라 자승 전 총무원장을 포함해 총체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며 중앙종회 해산을 요구하고 있다. 오는 22일 원로회의에서 중앙종회 해산을 선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불교개혁행동 등은 26일 예정된 전국승려대회에서 세를 모아 종회 해산과 혁신 비상대책위원회 설치를 관철하겠다는 계획이다.
박정호 불교개혁행동 상임대표는 "보다 근본적인 개혁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설정 스님 한명만 바뀌는 것일 뿐 고질적인 비리 문제가 반복될 것"이라며 "이번 기회를 동력으로 개혁을 완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주류권에서는 갈등 수습에 방점을 찍고 있다.
총무원장 권한대행 진우 스님은 특별담화문을 내고 대국민 사과 입장을 밝히면서도 "종단이 처한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 종도 여러분께서 가져야 할 가장 중요하고 기본적인 원칙은 종헌종법 질서에 따른 종단의 안정과 화합"이라고 강조했다.
전국승려대회를 앞두고 중앙종회와 교구본사주지협의회 등 종단 주류 세력이 본격적인 견제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결국 분수령은 오는 26일 전국승려대회가 될 전망이다. 이날 대회에서 승려들이 얼마나 참여할지, 신도들의 여론은 어떤 방향으로 흐를지가 개혁의 강도를 결정지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