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재벌 저격수'로 불리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취임한 이후 대기업에 대한 공정위 제재 건수가 오히려 이전보다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자산 총액 5조원 이상 대기업집단에 대한 제재가 상대적으로 큰 폭의 감소세를 나타내면서 그 배경을 놓고 여러 해석이 나온다.
22일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에 따르면 지난해 6월 김 위원장 취임 후 1년 2개월간 공정위가 발표한 기업 제재 내역을 분석한 결과 제재 건수는 421건, 제재 금액은 4천600억원으로 각각 집계됐다.
김 위원장 취임 이전 1년 2개월 간(2016년 4월∼2017년 5월) 공정위가 557건, 1조8천125억원의 제재를 내린 것과 비교하면 건수는 24.4%, 금액은 74.6%나 감소한 것이다.
특히 공정위가 지정한 60대 대기업집단에 대한 제재가 눈에 띄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대기업집단을 상대로 한 제재 건수는 155건에서 76건으로 51.0%나 줄었고, 제재 금액도 4천344억원에서 1천370억원으로 68.5% 감소했다. 제재를 받은 개별 기업도 127곳에서 69곳으로 절반 수준이 됐다.
취임 후 그룹별 제재 건수는 LS가 9건으로 가장 많았다. 제재 대상 계열사가 5곳에서 7곳이 됐고, 제재 금액은 44억원에서 412억원으로 무려 836.2%나 급증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어 부영(7건), 효성(6건), KT(5건), LG·SK(각 4건), 현대차, 유진, 코오롱(각 3건) 순으로 제재가 많았다.
교보생명과 금호석유화학, 농협, 대우건설, 동국제강, 메리츠금융, 삼천리, 에쓰오일, 영풍, 이랜드, 카카오, KCC, KT&G, 한국투자금융, 한라, 한솔, 한화, 현대백화점, 현대중공업 등 27곳은 1년 2개월간 단 1건도 제재를 받지 않았다.
김 위원장의 '주요 타깃'으로 지목됐던 삼성은 1건에 4억8천800만원의 제재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전 1년 2개월간 4건, 734억9천500만원과 비교하면 크게 줄어든 수치다.
경고, 시정, 과태료, 과징금, 검찰고발 등으로 이어지는 제재 수위 가운데 가장 강력한 고발은 모두 161건으로, 취임 전 같은 기간의 160건과 거의 같았다.
재계에서는 김 위원장이 취임 이후 대기업집단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겠다고 선언하면서 '재벌개혁'에 드라이브를 걸었지만 직접적인 조치는 오히려 줄어든 데 대해 여러 해석을 내놓고 있다.
기업들이 김 위원장의 강력한 메시지를 계기로 미리 대비한 데 따른 것이라는 분석과 함께 김 위원장이 공정위 내부 조직 장악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기업 대상 조사가 약해졌을 가능성 등이 제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