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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위원장은 왜 비까지 맞고 경제 시찰 다닐까

통일/북한

    김정은 위원장은 왜 비까지 맞고 경제 시찰 다닐까

    김정은, 7~8월 북한 전역서 30곳 가까이 현지 지도
    경제발전 독려하고 관료들 질책
    "자립경제 자력갱생 성과없고 대북 제재 완화도 성과없어 답답함 표출"
    "경축일인 9‧9절 맞아 내세울 성과에 대한 중압감"

    지난 17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비를 맞으며 평안남도 양덕군 온천지구를 시찰하는 모습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정권수립 70주년을 앞두고 경제 시찰 행보를 강화하고 있다.

    소낙비를 흠뻑 맞은 채로 현지 지도에 나서는가 하면 공장 현대화가 부진한 곳은 강하게 질책하면서 생산성 향상을 독려하고 있다.

    지난 4월 사회주의 경제건설 노선을 천명하고 '북미 정상회담'이라는 승부수까지 던졌음에도 기대했던 대북 제재가 풀리지 않으면서 북한 경제가 좋아질 조짐을 보이지 않자 어떻게든 성과를 만들기 위해 직접 발로 뛰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북한 매체들은 김정은 위원장이 "삼복철 기간에도 끊임없이 초강도 강행군을 해오고 있다"고 소개하고 있다.

    통일부 자료에 따르면 실제로 김정은 위원장은 공개된 활동만 보더라도 지난 7월에는 18곳의 산업 현장을 방문했고, 이달 들어서도 지난 21일까지만 벌써 11곳을 현지 지도했다.

    광폭행보라 할 만큼 북한 전역을 망라하고 있다.

    노동신문은 "평안북도에서 양강도로, 함경북도에서 강원도로, 황해남도와 평안남도를 거쳐 또다시 함경북도와 양강도로 현지지도 강행군을 이어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방문한 산업 현장의 종류도 다양하다. 김정은 위원장이 큰 관심을 두고 있는 관광 개발단지는 물론 화장품공장과 방직공장, 화학섬유공장, 의료기구 공장에 이어 메기양식장과 온실농장, 목장 등 농업관련 시설까지 망라돼있다.

    지난 17일에 방문한 평안남도 양덕군 온천 지구에서는 시찰 도중 내린 소나기를 그대로 맞고 옷이 다 젖은 채로 지시를 내렸고, 이 장면은 노동신문에 크게 실렸다.

    김정은 위원장은 시찰 도중 잘하는 곳은 격려하지만 성에 차지 않는 곳은 매서운 질타를 이어오고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 21일 방문한 묘향산 의료기구 공장의 현대화가 지지부진하다며 당과 정부 관리들에게 "겨울잠을 자고 있다"거나 "관점과 자세가 틀려먹었다"고 원색적으로 비판했고, 이 내용은 그대로 북한 매체를 통해 주민들에게 알려졌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공개 행사 동향 (자료=통일부)

     

    김정은 위원장의 이같은 행보가 의도하는 것은 무엇일까.

    이와관련해 22일자 노동신문은 의미심장한 사설을 실었다 .

    '경애하는 최고령도자동지의 애국헌신의 강행군에 보폭을 맞추며 경제건설대진군을 더욱 가속화해나가자'는 제목의 글이다.

    한마디로 김정은 위원장이 삼복더위에 비까지 맞아가며 경제 살리기에 나서고 있는데, 당과 정부 관리들은 '복지부동' 하지 말고 생산성을 높이는데 총력을 다하라는 주장이다.

    사설은 "지금 우리 앞에는 어렵고도 방대한 투쟁과업이 나서고 있다. 당중앙위원회 4월전원회의 결정관철을 위한 '경제건설대진군'을 줄기차게 다그치며 당면하게는 공화국창건 70돌을 승리자의 대축전으로 빛내이고 그 성과를 계속 확대해나가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그러면서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목표 수행으로 당을 옹위하자' 이것이 오늘 우리가 들고 나가야 할 신념의 구호"라고 강조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2016년에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제시했고, 지난 4월에는 핵-경제 병진노선을 끝내고 사회주의 경제건설에 매진하는 것으로 국가 전략을 수정했다.

    그 이후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이 숨가쁘게 이어졌다. 남북관계와 북미관계 개선, 구체적으로는 제재 해제를 통해 경제발전의 돌파구를 찾아보겠다는 메시지로 읽혀졌다.

    이것이 그가 올해부터 국제무대에 전격적으로 나선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미국과의 비핵화협상은 교착 상태에 빠졌고, 미국은 최근들어 오히려 대북 제재의 고삐를 더욱 옥죄어오고 있다. 북한도 연일 종전선언을 채택하라고 미국을 압박하고 있다.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방북을 앞두고 양측 간의 기싸움이 고조된다는 것은 물밑 협상이 무르익고 있다는 반증일 수도 있지만, 김정은 위원장으로서는 적대관계인 미국과 정상회담을 했음에도 제재는 완화되지 않고, 경제 발전의 속도가 나지 않는 것에 상당한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로서는 중대 경축일인 정권수립기념일(9‧9절)을 맞아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으로 얻어낸 성과를 보여줘야 하는데, 종전선언과 경제 성장보다 더한 효과를 내는 것은 없다.

    북한대학원대학 양무진 교수는 "김정은 위원장이 9‧9절 앞두고 나름대로 주민생활 향상을 비롯한 경제 발전을 계속 독려하고 있다"며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자립경제나 자력갱생의 성과가 별로 없고 미국의 대북제재 완화도 성과가 없어서 답답함의 표시로 관료들을 질책하고 있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양 교수는 "외부적으로는 '비핵화 진전과 관련해 미국의 상응 조치로 가장 중요한 것은 대북 제재 완화 또는 해제다'라는 메시지를 우회적으로 보내는 것 같다"는 분석도 내놨다.

    경상대 박종철 교수는 "김정은 위원장이 9‧9절과 예고된 여러 정상회담을 앞두고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는 중압감을 느끼고 있는 것 같다"며 "더불어 개방과 비핵화로 가는 과도기에 복지부동하는 관료들을 채찍질하고 있는 측면도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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