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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에 예민한 '넷플릭스 드라마'는 왜 먹힐까

문화 일반

    시대에 예민한 '넷플릭스 드라마'는 왜 먹힐까

    '설국열차' 드라마로…"계급투쟁 등 주제 더욱 풍부하게"
    '센스8' 시리즈, 젠더·계급·인종 불평등 자연스레 녹여내
    "페미니즘·다문화 등 흐름…현재 문화콘텐츠산업 주류"
    사회 이슈에 상업성 접목…"좋은 드라마 독점 가능성도"

    영화 '설국열차' 스틸컷. 넷플릭스는 '설국열차'를 드라마 시리즈로 선보인다.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꽁꽁 얼어붙은 지구에서 살아남은 인류를 태우고 끝없이 궤도를 달리는 열차 한 대. 고삐 풀린 자본주의를 비판한 봉준호 감독의 SF 영화 '설국열차'(2013) 이야기다. 전 세계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주무르는 넷플릭스가 최근 이 영화를 드라마로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흥미로운 대목이 있다. 넷플릭스가 드라마 '설국열차'를 통해 "계급 투쟁, 사회 불평등, 정치적 생존에 대한 주제를 중심으로 더욱 더 풍부한 이야기를 다룰 예정"이라고 밝힌 것이다.

    앞서 넷플릭스에서 선보인 '센스8' 시리즈. 배우 배두나의 출연으로도 화제를 모은 이 드라마를 접한 이들은, 전 세계 젠더·계급·인종 불평등 문제를 이야기에 자연스레 녹여내고 꼬집는 전향적인 태도를 목격했을 것이다.

    넷플릭스 드라마는 일가견을 지닌 셈일까. 흥미로운 이야기에 예민한 정치·경제·사회·문화 이슈를 접목시킴으로써 우리네 견고한 편견에 균열을 내는 데 말이다.

    넷플릭스의 어떠한 특징이 이러한 드라마들의 탄생을 가능케 했을까.

    대중문화평론가 김교석은 23일 "초창기 넷플릭스는 막대한 자본을 투입해 만든 자체 콘텐츠로 영미권에서 커다란 반향을 일으켰다"며 "그 뒤로 미국에서 디즈니, HBO 등과 치열한 드라마 콘텐츠 대전을 벌이면서 글로벌 사업에 뛰어든 넷플릭스는 각국 현지 콘텐츠에 투자하는 전략으로 차별화를 꾀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수년 전부터 디즈니는 자사 콘텐츠에 페미니즘, 다문화 등의 사회 메시지를 담아내면서 변화를 시도했고, 그러한 흐름이 지금은 문화 콘텐츠 산업의 주류가 됐다"며 "이들 콘텐츠는 인권이 신장한 국가와 국민들 사이에서 주로 소비되기 때문에 넷플릭스 역시 이에 발맞춰 가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현지화 기조를 강조하는 넷플릭스는 디즈니처럼 모든 콘텐츠에서 페미니즘, 다문화 메시지 등을 드러내는 것 같지는 않다"면서도 "다만, 이러한 메시지가 현대를 규정짓는 흐름이기 때문에 넷플릭스 콘텐츠에서도 여권 신장, 여성 캐릭터에 대한 변화 등이 감지된다"고 부연했다.

    넷플릭스에서 투자한 한국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역시 이러한 큰 흐름을 차용하고 있다는 것이 김교석의 분석이다.

    "사실 '미스터 션샤인' 역시 로맨스물이라고는 하지만, 주인공 김태리씨가 이병헌씨보다 주도적인 인물로 등장한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그 연장선상에 있다"는 이야기다.

    ◇ "미국은 분당 제작비 고려…한국은 미니시리즈 총제작비 5억 퉁쳐"

    넷플릭스 드라마 '센스8' 포스터(사진=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는 거대 기업이다. 그 속성상 '이러한 특징을 지닌 드라마가 수익을 극대화하는 데도 보다 효과적'이라는 판단이 서야만 투자가 이뤄질 수 있는 셈이다.

    성신여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노동렬 교수는 같은 날 "드라마는 영화보다 더욱 더 우리네 현실세계와 밀접하다"며 "일상에서 접하는 크고 작은 문제점을 갖고 긴장과 갈등 구조의 이야기를 만들기 때문"이라고 역설했다.

    "우리가 살면서 부딪히는 고민거리를 드라마 주제로 다루는 태도는 너무도 당연한 것이다. 상업적으로 성공하는 드라마는 기본적으로 잘 만들어져야 한다. 시청자들이 '이 이야기는 내가 사는 사회에서 내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라고 여길 때 성공도 뒤따르는 것이다."

    노 교수는 "상업성이 전제된 상태에서 드라마의 주제를 잘 다루는 사람이 결국 좋은 작가이고 좋은 연출가"라며 설명을 이어갔다.

    "잘 만든 드라마를 '굿(good) 드라마', 그보다 한 단계 더 높은 드라마를 '그레이트(great) 드라마'라고 구분한다면, 우리는 지금 시청률 잘 나오는 굿 드라마를 만들려고 몹시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굿 드라마가 지향해야 할 곳은 그레이트 드라마라는 것을 우리는 아직도 깨우치지 못하고 있다."

    결국 "외국의 일반적인 드라마들이 성·계급·인종 불평등 이슈와 같은 사회 문제를 다루면서 그레이트 드라마의 길로 나아가고 있다면, 우리나라는 단순히 '한류 드라마'를 그레이트 드라마로 오인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논란을 부를 수도 있는 예민한 사회 문제를 뛰어난 성업적 이야기로 풀어낸다는 점에서, 넷플릭스가 선보이는 드라마는 그레이트 드라마를 추구한다고 추론할 수 있다.

    노 교수는 "전 세계에서 문제로 여기는, 커다란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이슈들을 한국 사회에서도 너무 흔하게 찾아볼 수 있다"며 "그런데도 우리는 그것을 본격적으로 다루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이어 "물론 상업적으로 접근할 때, 일례로 우리 사회에서 쉽사리 받아들여지기 어려운 동성애 문제를 공격적으로, 급진적으로 다룬다면 성업적으로 성공하기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지금 시대 상황에서는 사랑·가족 개념의 외연을 확장할 수 있도록 다양한 형태의 사랑을 그린 에피소드를 포함하는 드라마가 나와야 한다"고 봤다.

    이러한 환경에서, 막대한 자본과 전 세계 유통망을 지닌 넷플릭스와 같은 몇몇 기업들이 수준 높은 드라마를 독점하는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노 교수는 "기본적으로 넷플릭스가 시대를 다루는 드라마 흐름을 선도하는 데는 제작비 규모가 질적 수준을 결정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크게 작용한다"며 지적을 이어갔다.

    "미국의 경우 드라마 제작비를 분 단위로 고려한다. 60분짜리 드라마를 만들 때 1분당 얼마의 돈을 들이느냐를 제작비 규모로 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미니시리즈 한편의 전체 제작비를 5억원으로 퉁치는 식이니 소재가 다양해지기 어렵고 질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는 특히 "결국 넷플릭스가 드라마 제작비를 어떻게 투자하고 관리하느냐에 따라 각국 드라마의 질적 수준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이로 인해 좋은 드라마, 이른바 그레이트 드라마가 될 콘텐츠를 넷플릭스가 독점하게 될 가능성은 상당히 높고, 그러한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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