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정재승(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
하루에도 수없이 쏟아져 나오는 뉴스들. 과학적으로 접근해 보면 어떨까요? 뉴스에 왜, why라는 질문을 던져 봅니다. 뉴스쇼가 마련한 <방학 특집="" 정재승="">.
◆ 정재승> (웃음)
◇ 김현정> (웃음) 저도 하고 나니까 좀 민망하긴 하네요. 일단 방학 특집 정재승. 일단 소개부터 하죠. 카이스트 과 이름이 복잡하죠.
◆ 정재승> 바이오 및 뇌공학과 정재승입니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웃음)
◇ 김현정> 어서 오세요. 벌써 청취자 한 분께서 아기공룡 둘리가 오늘 또 나오시나요? 문자 주셨는데 푸우 말고 둘리라는 별명도 갖고 계세요, 정재승 교수님?
◆ 정재승> 많이 못 들어봤는데 도대체 저는 언제 호모사피엔스가 되는 건가요? (웃음)
◇ 김현정> (웃음) 언제 인간 대접해 주실 겁니까? 푸우 겸 둘리 정재승 교수와 함께하는 방학 특집 정재승. 웬 느닷없는 코너야? 이러실 텐데 사실은 한 달 전에 정재승 교수 나오셨었잖아요. 그때 질문이 정말 많이 들어왔어요. 과학과 시사를 접목시킨 질문들이 많이 들어왔는데 시간이 없어서 소화를 못 했습니다. 그래서 이 코너 끝나고 나가서 둘이 빵 먹으면서 얘기를 한 거예요. 이걸 어떻게 할 거냐. 나오셔라 그랬더니 교수님이 내가 진짜 주간으로 나오고 싶은데 학교가 대전이다. 그래서 대전 가는 길에 맨날 들으신다면서요, 뉴스쇼를.
◆ 정재승> 네, 맞습니다.
◇ 김현정> 그러면 방학 때는 서울에 집에 계시지 않느냐. 우리가 방학 때만 만나자.
◆ 정재승> 서울에 있는 시간들이 조금 더 많으니 방학 특집으로. 여기는 뭐 월간도 있고.
◇ 김현정> 월간, 있습니다 (웃음)
◆ 정재승> 그러니까 6개월에 한 번씩 찾아오면 저도 즐겁죠.
◇ 김현정> 그러면 우리 다음에는 겨울 방학에 만나는 거예요?
◆ 정재승> 그때는 눈 예보에 대해서 얘기를.
◇ 김현정> 이렇게 해서 탄생한 게 방학 특집 정재승입니다. 여러분, 지금도 문자 보내주셔도 돼요. 질문 보내 주셔도 되고. 일단 지난번에 들어온 질문들을 바탕으로 오늘은 진행을 해 보겠습니다. 일단 오시는 길 괜찮죠? 지금 비 그쳤어요?
◆ 정재승> 많이 그쳤습니다.
◇ 김현정> 아까 저 올 때 새벽에는 조금 내렸는데. 날씨 얘기부터 해 보죠. 최악의 폭염에 이어서 태풍 솔릭. 굉장히 역대급이 될 거라고 했는데 또 약해졌어요. 물론 다행이긴 합니다마는 약해졌어요. 이렇게 좀 오락가락하는 걸 보면서 왜 일기예보는 이렇게 정확하기가 어려운가. 슈퍼컴퓨터를 돌린다는데도 왜 이렇게 예측하기가 어려운가.
◆ 정재승> 최근에 기상청이 600억짜리 슈퍼컴퓨터 4기를 도입했는데 그 이후에도 정확도가 많이 늘어나지 않고 있죠. 늘 문제가 뭐냐 하면 비가 오지 않는 날이 한 220일 정도 되는데 그 날을 맞추는 건 쉬워요.
◇ 김현정> 비가 오지 않는 날.
◆ 정재승> 사막에서 우리가 내일 비 안 와라고 일기예보만 해도 90% 이상 정확하게 맞출 수 있을 거 아니에요. 문제는 비가 오는 날 비가 온다는 걸 맞히는 걸 어려운데 그 정확도만 따져보면 이른바 결정적인 성공지수라고 부르는 걸 재보면 50%대로 떨어져요. 그러니까 비가 올 때 온다는 걸 맞히는 건 사실은 어려운 일이고. 특히나 지금 같은 태풍의 경우에는 한반도에 오기 전에 바다에 있는 거잖아요.
◇ 김현정> 그렇죠.
◆ 정재승> 그런데 바다 위에서는 정보의 양이 육지보다 현저히 적고 부정확해요. 그러니까 태풍은 본질적으로 일기예보보다 훨씬 더 부정확할 수밖에 없는 상황임을 일단 기상청을 대신해서 변론을 조금 드리고요. 변명을 드리고.
◇ 김현정> 슈퍼컴퓨터가 돌아가도 안 되는 거예요?
◆ 정재승> 왜냐하면 그게 자체 모델이라는 게 있어야 돼요. 수치 예보 모델이 한국의 상황에 딱 맞게 자체 모델이 있어야 하는데 이걸 만드는 데 많은 예산과 노력이 필요하고 전문가가 필요해요. 그런데 이 수치 예보 모델을 갖고 있는 나라가 전 세계 10개 이하 7-8개 나라거든요. 그런데 우리는 영국 모델을 쓰는 거예요. 그런데 영국은 우리하고 자연 환경, 상황이 다르죠. 그러다 보니 본질적으로 그걸 고쳐서 쓰는 데는 한계가 있고. 그래서 최근 기상청에서는 2020년인가요? 2022년인가 한국형 모델을 만들겠다 하고 있는데 그러한 본질적인 노력이 일단 필요하고. 그런데 복잡계라고 부르잖아요. 날씨라는 것이 나비효과. 작은 초기의 차이가 전혀 다른 결과값을 만들어내는 대표적인 시스템이기 때문에 일기예보라는 게 참 어렵고 잘해도 칭찬 안 해 주지만 못하면 많이 욕먹는.
◇ 김현정> 대표적인 곳이 기상청.
◆ 정재승> 그런 거죠. 그래서 저는 이런 것 같아요. 예를 들어서 이 일기예보가 틀리면 그래서 휴교령을 내렸는데 만약에 틀리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도 같이 항상 대책을 정부는 세워야 돼요. 그래서 날씨 예보는 틀릴 수 있다는 가정 하에 맞는 경우와 틀리는 경우의 각각의 대처를 해야 되는데 우리는 그러지 않죠. 고심을 하죠, 그냥. 그런데 이거는 고심해서 될 문제가 아니라 각각의 상황이 늘 있기 때문에 두 상황을 모두 대비하는 게 좋은 정부죠.
◇ 김현정> 이렇게 이해하는 게 제가 맞는지 봐주세요. 슈퍼컴퓨터라는 어마어마하게 좋은 장비가 들어와 있더라도 그 안에다가 데이터를 충분히 넣어서 이걸 돌려야 되는 건데 우리가 사실은 기상청에서 제대로 뭔가 데이터 정보 수집한 게 30년 정도밖에 안 되잖아요. 그러니까 쌓인 축적된 게 그리 많지 않다 보니 아무리 컴퓨터가 좋아도 이게 자꾸 틀릴 수밖에 없다. 이렇게 봐도 돼요?
◆ 정재승> 네, 일단 굉장히 좋은 슈퍼컴퓨터를 마련한 지 얼마 안 됐고 그 안에 넣은 모델이 한국형이 아직 아니고, 그 모델에다가 넣는 데이터 양도 충분하지 않고 게다가 바다로부터 얻은 데이터는 더 부정확하고. 그런데 그 양이 아무리 많더라도 본질적으로 복잡계라서 데이터 측정의 작은 차이가 또 전혀 다른 결과값을 만들다 보니 예보는 쉽지 않다.
◇ 김현정> 어쨌든 틀렸지만 이번에는 강하다고 했다 약했기 때문에 그래도 많은 분들이 아휴, 다행이야 이러시지만 이게 반대였으면 어땠을까, 저는. 너무 아찔하거든요, 생각하면.
◆ 정재승> 네 그렇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양치기 소년처럼 이런 일이 자꾸 반복됐을 때 나중에는 큰 태풍이 온다는 예보를 사람들이 간과하고 경시할까 봐 그게 또 걱정이죠.
◇ 김현정> 그것도 걱정이고. 그렇습니다. 이렇게 우리 뉴스에 과학을 접목시키는 코너. 그게 바로 아까 제가 뭐랬죠? 방학 특집 정재승 (웃음)
◆ 정재승> 뇌과학자에게 일기예보 물어보네요. 알겠습니다. (웃음)
◇ 김현정> 저도 지금 답하실 수 있을까 했는데 답을 하셨어요. 그러자 청취자 한 분께서 정 교수님은 별걸 다 아시네요. 이분이 진짜 별걸 다 아는 분이세요.
◆ 정재승> 알아도 쓸데없는(웃음)
◇ 김현정> 이 질문 가능하실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면. 요새 뭐 드루킹이니 매크로니, 둘리, 킹크랩 이런 얘기 우리 많이 듣잖아요. 인터넷 뉴스에다가 댓글 조작을 했던 사람들의 뉴스를 많이 듣는데, 정말 기사 밑에 달리는 댓글이 우리의 뇌를 움직이는가. 정말로 여론을 왔다 갔다 하게 하는가. 보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가. 이것도 뇌과학으로 설명됩니까?
◆ 정재승> 뇌과학적으로 했던 연구는 실험실에서 했던 매우 제한된 연구고요. 사회심리학이나 미디어심리학 분야에서는 관련된 연구들이 좀 있습니다.
◇ 김현정> 영향을 일단 받아요, 안 받아요?
◆ 정재승> 영향을 받는 분들이 계시다. 이렇게 말하는 게 좀 정확할 것 같은데.
◇ 김현정> 다 받는 건 아니지만 받는 사람이 분명히 있다.
◆ 정재승> 네. 그러니까 자기의 관점이 명확하고 특히나 정치나 역사적 세계관은 이게 쉽게 바뀌지 않고 고정화가 되어 있어서 어떤 뉴스를 보면 우리가 다른 사람이 뭐라고 얘기하든 내 관점에서 뉴스를 해석하는. 그래서 그렇게 쉽게 댓글에 영향을 받지 않는 부류의 사람들이 일단 상당수 있어요. 그리고 어쩌면 그게 문제이기도 해요. 왜냐하면 좋은 팩트, 정보를 제공해도.
◇ 김현정> 안 움직여요.
◆ 정재승> 움직이지 않는 거예요. 그래서 일단 그런 부류의 분들이 계시고. 또 한 분들은 정보를 받았는데 이 정보를 어떻게 해석해야 될지 잘 모르겠어서 남들은 어떻게 보지? 하는 분들이 계세요.
◇ 김현정> 아직 정립이. 찬성인지 반대인지 저희 토론 많이 하거든요. 이 중간쯤에 계신 분들.
◆ 정재승> 그래서 그분은 일종의 밴드웨건 효과죠. 남들이 생각하는 다수가 생각하는 것이 옳다라고 우리 뇌가 믿게 디자인되어 있기 때문에 우리가 그냥 패션을 따르듯, 유행을 따르듯 다수의 의견에 묻어가는, 그것이 좀 더 안전하니까요. 그러면 자연스럽게 댓글을 보게 되고 그것에 영향을 받죠. 아, 이 뉴스는 사람들이 이렇게 해석하는구나. 그것을 지표로 보는 거죠.
◇ 김현정> 그럼 이렇게 생각하면 되겠네요. 그러니까 이 생각이 아직 정확하게 정립되지 않은. 정치에서라면 중도층이 되겠어요. 중도층들은 확실히 베스트 댓글 보면서 좋아요 숫자가 많은 댓글, 위쪽에 있는 댓글 보면서 흔들린다.
◆ 정재승> 끝까지 댓글을 다 살펴보는 정도의 노력은 안 하실 테니 아마도 베스트 댓글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겠죠.
◇ 김현정> 그래서 자꾸 베댓 조작 같은 게 나오는 거군요. 베댓을 움직이려고 하는. 베스트 댓글을 움직이려고 하는 노력이 그래서 특히 선거철에. 꼭 불법이 아니더라도 지지자들이 막 움직여서 그쪽을 만든다든지.
◆ 정재승> 그러니까 큰 틀에서는 사실은 지난 30년간 미디어의 큰 변화가 신문과 TV를 중심으로 한 공중파, 매스미디어에서 지금 이렇게 인터넷과 온라인 또 개인 미디어로 옮겨왔는데 그것의 가장 큰 차이는 일방향에서 쌍방향으로 바뀐 거예요.
그래서 우리가 뉴스를 제공하는 것만이 아니라 그 뉴스를 어떤 방식으로 사람들이 받아들이느냐도 볼 수 있는 그런 멍석이 깔리게 되었다. 그런 점에서는 굉장히 좋은 변화예요. 그런데 문제는 이렇게 조작, 본질적으로 IT는 온라인은 취약하다 보니 누군가가 의도를 갖고 개입하면 그것이 이제 왜곡될 수 있는데 그걸 막기 위해서 이 쌍방향 소통이라는 걸 본질적인 것을 막아서는 안 되고요.
◇ 김현정> 그 질문을 제가 지금 드리려고 했는데 지금 베스트 댓글을 통한 여론 조작 문제뿐만 아니라 댓글에 욕설이 넘쳐나고 혐오적인 표현이 넘쳐나는 명예훼손적이고 이것들을 어떻게 할 것인가. 차라리 댓글이라는 걸 없애자. 아니면 실명제 하자. 이런 얘기들 많이 나오잖요. 심지어 법안도 사실 올라가 있어요, 이런 상황. 이게 대안이 될 것인가. 정재승 교수는 어떻게 보세요?
◆ 정재승> 댓글 문화를 없애는, 없는 나라들도 있어요. 제한하기도 하고. 그리고 그 이전에 없었기 때문에 그걸 없앤다고 해서 나라가 망할 것 같은 큰 문제가 벌어지기보다는 제가 보기에는 어쨌든 큰 변화는 뉴스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받아들이는 시민들의 의견 또한 뉴스 못지않게 중요하기 때문에 시민들이 뉴스를 제대로 받아들이고 지금 이 쌍방향 소통의 미디어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미디어 리터러시'(Media Literacy), 이 교육이 필요한 거죠.
◇ 김현정> '미디어 리터러시'라는 말 여러분 요새 많이 들어보셨죠? 이게 무슨 말이냐면 미디어를 해독하는 능력을 미디어 리터러시라고 불러요.
◆ 정재승> 그리고 적절히 활용하고 자기가 어떻게 대응하고 자기가 그걸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이것에 대한 교육을 우리가 사실 한 번도 받아본 적이 없잖아요. 그러니까 그거를 제대로 사용할 수 있는 사용법을 가르쳐주면 현저히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 것 같고요.
◇ 김현정> 맞아요. 저도 그 부분에 100% 공감합니다.
◆ 정재승> 실명제 같은 경우에도 어떤 곳은 익명으로 해서 좀 더 자유로운 대화가 가능하고, 어떤 곳은 실명을 통해 책임 있는 발언이 좀 더 강화되고. 이런 다양한 미디어 환경들이 만들어져야죠.
◇ 김현정> 사실은 저희들이 지금 보면 유튜브에 채팅창 열어놓고 있고, 레인보우에서도 채팅들 하시면서 방송 듣는 분들이 많으신데요. 여기에 보면 거친 언어들도 나오고 해요. 하지만 이걸 걸러서 볼 수 있는 나의 눈이 있다면 그게 제일 중요한 거죠.
◆ 정재승> 중요하죠.
◇ 김현정> 그 교육을 하자. 학교에서 하자.
◆ 정재승> 그리고 또 이런 연구가 있어요. 어떤 사람이 굉장히 사회적으로 불만이 있어요. 그래서 그 불만을 표출하는데, 행동으로 표출하죠. 누군가가 저한테 잘못된 불공평한 행동을 하면 내가 그 사람한테 복수하고 싶잖아요. 그런데 그것을 복수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전에 댓글을 달게 해요. 그 사람에게 뉴스의 댓글처럼 코멘트를 달하게 하는 거에요.
◇ 김현정> 손으로 때리기 전에 글로 적게 하는?
◆ 정재승> 그래서 그런 댓글을 적게 하면 그 사람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거든요. 그런데 현실에서는 그래서 복수를 안 해요.
◇ 김현정> 안 해요?
◆ 정재승> 네.
◇ 김현정> 연구예요? 이런 연구 결과도 있어요?.
◆ 정재승> 그래서 우리가 사회에 대한 불만이 있는데, 그리고 그것을 내가 댓글을 통해서 충분히 표출하는 행위 자체가 현실적으로 누군가에게 해를 가하는 일을 줄여줄 수 있다는 연구가 있어요.
◇ 김현정> 재미있네요. 그 악성댓글들도. 긍정적인 효과도 찾자면 있네요.
◆ 정재승> 약간은 있습니다. 그렇다는 얘기는 뭐냐 하면 사람들은 어떻게 해서든 자신의 의사를 표출하고 싶은 욕망이 있고, 지금 미디어 환경은 그 욕망을 표출할 기회를 제공해 주니까. 그걸 통해서 사람들이 과격한 행동을 하지 않도록 댓글을 통해서 충분히 대화하도록 하는 게 좋은 환경 같아요.
◇ 김현정> 재미있습니다. 뇌과학과 시사. 오늘 정재승 교수와 함께 풀어가고 있는데요. 정재승 교수님, 자녀들 두고 계시죠?
◆ 정재승> 딸 셋 있고요. 중3, 중2, 초5.
◇ 김현정> 이 친구들도 혹시 게임을 합니까?
◆ 정재승> 저희 집 애들은 핸드폰이 없고.
◇ 김현정> 왜 안 주셨어요, 과학자가? 오직 공부만 시키시는 겁니까? (웃음)
◆ 정재승> 아닙니다, 아닙니다. 핸드폰이 없고요. 뭐냐 하면 핸드폰을 잘 사용할 수 있는 교육을 충분히 시킨 후에 주려고 하는데요. 그러다 보니 처음에 한 번 주고 한 달간 쓰는 걸 보고 잘 약속을 지켜야 되는데, 약속 못 지켜서 뺏기고. 또 우리가 룰을 만들고 또 줬다가 뺏고. 어느 순간 애가 '나는 아직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이 없는 것 같아' 그렇게 해서 반납을 해 줘서. 그런데 이제 게임을 할 수 있는 시간을 좀 주기도 하죠.
◇ 김현정> 게임 중독 얘기를 해 보려고 그래요. 학부모님들의 가장 큰 걱정이 '우리 아이 게임 중독 같아요. 오로지 게임만 하고 식탁 밑에서도 게임 하고. 이걸 어떻게 해야 됩니까.' 이런 이야기를 많이 하세요. 사실 게임하고 뇌하고 연결돼 있는 거잖아요?
◆ 정재승> 완전.
◇ 김현정> 완전? 그래서 그 질문을 드려보는데요. 일단, 게임 중독이라는 게 있습니까?
◆ 정재승> 있죠. 사실 이전까지는 질병이라고 보기는 좀 어려워서 질병 안에 포함되어 있지는 않았고요. 최근 들어서는 질병 안으로 포함시키려고 사람들이 생각하고 있고. 게임만이 아니라 인터넷 중독을 포함해서요. 그런데 게임이나 인터넷 같은 것들이 직접적으로 우리의 뇌의 보상 시스템, 도파민이라는 신경전달 물질을 증가시키는 보상시스템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요소이기 때문에.
◇ 김현정> 그 얘기는, 예를 들어서 농구게임을 하다가 한 골을 넣었어요. 요즘 중학생들이 농구게임은 안 하나요?(웃음) 어쨌든 한 골을 넣으면 기분 좋은 도파민 나오는.
◆ 정재승> 그럼요. 그리고 자신의 점수가 상대를 이기기도 하고.
◇ 김현정> '득템'하면 좋아하고.
◆ 정재승> 원하는 목적을 수행하고, 그것을 굉장히 안전하게 온라인 공간 안에서 시뮬레이션을 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거니까요. 그 나름의 의미가 있죠.
◇ 김현정> 그러니까 게임 중독이라는 게 존재한답니다. 마약 중독이나 무슨 도박 중독처럼, 똑같은 원리예요?
◆ 정재승> 유사한 영역을 직접적으로 자극한다는 측면에서는 유사하다고 볼 수 있고요. 양상은 조금 다릅니다만. 이제 핵심은 이 사람이 게임 중독이냐 아니냐의 핵심은 게임을 하지 않고 있는 시간에 어떻게 보내느냐에요. 오로지 게임 생각만 한다거나 그로 인해서 자기가 해야 될 일, 대인 관계,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망가지고, 점점점점 강한 자극을 게임 안에서 원하면. 그러면 중독으로 가고 있다고 보죠.
◇ 김현정> 그러면 두 가지를 지금 시간이 3분 남았는데 여쭙겠습니다. 하나, 우리 아이가 게임 중독인지 아닌지, 중독인지 그냥 좋아하는 건지, 판별하는 기준 같은 게 있습니까?
◆ 정재승> 지금 말씀드린 게임을 안 하는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 게임하는 시간도 중요하지만, 예를 들면 '너는 토요일만 게임을 해.' 이러면요. 월화수목금 내내 '토요일날 내가 어떻게 게임할지'만 생각하는 아이들.
◇ 김현정> 이게 중독이에요?
◆ 정재승> 그러면 이제 중독이 되는 거죠.
◇ 김현정> 이 중독에 빠진 아이들 생각보다 많답니다. 이 아이들은 그럼 뇌과학자 입장에서 어떻게 해 줘야 돼요? 뇌를 어떻게 만들어줘야 거기서 얘들이 빠져나올 수 있습니까?
◆ 정재승> 본질은요. 우리 아이가 게임에 빠져 있다는 이야기는, 부모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우리 아이가 지금 공부를 해야 되는 스트레스인 상황에서, 우리 아이가 빠져나오고 즐거움을 추구하는 돌파구를 게임밖에 주지 않았구나'라고 생각하셔야 돼요.
◇ 김현정> (부모 입장에서) '내가 잘못한 거다.'
◆ 정재승> 꼭 잘못했다기보다는요. 우리 아이가 게임 외에도 되게 다양한 것들을 즐길 수 있는 기회를 주는 방식으로 게임 중독을 해결해야지, 게임하고 싸우시면 안 됩니다. 다시 말하면 '마시멜로 테스트'처럼 '아이 혼자 두고서 눈앞에 있는 마시멜로 15분간 먹지 마라'고 했을 때, 그거를 안 먹은 아이들의 특징은 15분간 다른 걸 하는 아이들이에요.
◇ 김현정> 마시멜로의 달콤함을 대체할 수 있는 더 달콤한 어떤 일을 할 때는 마시멜로를 잊어버려요.
◆ 정재승> 책을 읽고 놀이를 하고 그러다 보니 '어, 벌써 15분이 갔어?' 그런 애들이 이기는 거지. '내가 15분을 이 마시멜로 안 먹어야지'라고 마시멜로를 쳐다보는 애들은 결국은 먹더라는 거예요.
◇ 김현정> 이런 것도 실험 결과예요?
◆ 정재승> 물론이죠. 그래서 '게임해라, 하지 마라, 10분만 해라.' 이렇게 게임 가지고만 계속 얘기하는 게 아니라, 우리 애가 다른 것에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게임 중독을 해결하는 방법이죠.
◇ 김현정> 그렇군요. 빠져나올 수 있는 거군요.
◆ 정재승> 그럼요.
◇ 김현정> '재승아, 너 주말동안 게임하면 너 그때부터는 용돈 1만 원 깎아.' 이런 방법 안 되는 거군요.
◆ 정재승> 왜냐하면 그걸 감당하기에는 아직 충분히 청소년들이 전전두엽, 자기를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이 없기 때문에요.
◇ 김현정> '재승아, 그럼 너 게임 주말에 안 하는 대신 나랑 같이 노래방 가자.' 이런 제안을?
◆ 정재승> 그래도 되고 다른 즐거움. 몸을 쓰는 즐거움도 좋고요. 운동을 하는 것도 좋고.
◇ 김현정> 재미있네요. 어떤 청취자분이 문자로 '노래방 중독도 무섭습니다.'
◆ 정재승> 그래서 어느 하나에 의존하지 않고, 굉장히 다양한 것들이 나한테 주는 즐거움을 만끽하는 사람. 그게 우리가 원하는 성숙한 어른이죠.
◇ 김현정> 재미있습니다. 어떡하죠? 방학 특집으로 모셨는데, 이거 겨울까지 어떻게 기다립니까?
◆ 정재승> 벌써 시간이 다 됐네요.
◇ 김현정> 다 되었습니다. <방학 특집="" 정재승="">. 이번 방학은 이렇게 보내드리고 겨울 방학까지 시사와 과학 사이에 더 재미있는 질문거리들.
◆ 정재승> 많이 보내주시면 준비하고 공부해 두겠습니다.
◇ 김현정> 무려 6개월 동안 보내주실 수 있습니다. 정재승 교수님 오늘 마지막으로 한마디?
◆ 정재승> 이번 여름은 너무나 뜨거웠는데요. 선선한 가을 만끽하시고, 또 책 많이 읽으시고요. 게임 중독 벗어나는 길은 책 중독으로 대처하는 법.
◇ 김현정> 괜찮네요. 그럼 책 중독은 괜찮은 거예요? (웃음)
◆ 정재승> 중독은 뭐든지 피해야죠. (웃음)
◇ 김현정> 여기까지. 오늘 정재승 교수 보내드리겠습니다. 카이스트 바이오 및 뇌공학과 정재승 교수와 함께했습니다. 오늘 고맙습니다.
◆ 정재승> 네, 감사합니다. (속기= 한국스마트속기협회)방학>방학>김현정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