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차 남북 이산가족 상봉행사 2회차 첫날인 24일 오후 금강산 면회소에서 열린 단체상봉에서 남측 조정기(67·왼쪽)씨가 북측에서 온 아버지 조덕용(88) 할아버지를 상봉하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북쪽 가족이 들어옵니다"
초조하게 기다리던 순간이 왔다.
24일 오후 첫날 단체상봉은 당초 예정보다 15분 늦은 오후 3시 15분에 시작됐다.
오후 3시부터 이산가족면회소의 지정된 테이블에 앉아 기다리는 남측 가족들은 ‘북쪽 가족이 입장한다‘는 안내 방송이 나오자 일제히 긴장된 표정으로 입구 쪽을 바라봤다.
16번 북측 형 리갑용(83) 할아버지 만나는 남측 동생 이재섭(80) 할아버지는 휠체어에 탄 채 북측 가족이 들어오기 전부터 눈물을 흘렸다.
북측 형(권혁만·86)이 딸(권순숙·57)과 함께 들어서는 것을 보자마자 동생 권혁빈(81) 할아버지는 "저기 형님 아니냐. 형님 아니냐"며 단번에 알아보고 형을 부둥켜 안았다.
다른 동생 권혁찬(84) 할아버지도 "나 혁찬이야"하며 포옹하며 눈물을 흘렸다. 오른쪽 귀에 보청기를 찬 형은 남측 동생들을 양옆에 앉히고 오순도순 이야기 꽃을 피웠다.
유일하게 부자(父子) 상봉을 한 테이블도 눈물바다를 이뤘다. 북측 아버지(조덕용·88)를 만난 남측 아들(조정기·67)은 "살아계신 줄은 꿈에도 몰랐다"며 감격에 겨워했다.
원산의 봉직 공장에 돈을 벌러 간다며 연락이 끊겼던 누나(리근숙·84)를 만난 황보우영(69)씨는 당시 누나가 수놓고 간 자수를 테이블위에 꺼내놓고 기다렸다. 모두 4명의 남측 이부(異父) 동생을 만난 누나는 들어오는 순간부터 "엉엉엉" 하며 울기 시작했고, 서로를 끌어안으며 흐느껴 울었다.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2회차) 첫날인 24일 오후 강원도 고성군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에서 우리측 양순옥(86), 양계옥(79), 양영옥(77), 양경옥(74), 양성옥(71) 자매와 북측의 둘째 량차옥(82) 할머니가 모두 모인 육남매가 눈물의 상봉을 하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다섯 자매를 만난 북측의 량차옥(82) 할머니는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상봉장으로 들어섰다. 동생들은 "언니 예쁘다. 아버지 모습이 그대로네"라며 언니를 바로 알아봤다고 이야기를 건넸다.
이번 남측 상봉단 중 최고령인 강정옥(100) 할머니는 입구 쪽만 계속 응시하다 한복 차림의 동생(강정화·85)이 들어오자 한눈에 알아보고 "저기다! 저기"라고 외쳤다.
강 할머니는 동생을 꼭 안아주고 볼을 비비면서 손을 쓰다듬으면서 "정화야, 정화야, 안아줘야지, 아이고 고맙구나"라고 동생 이름을 부르고 또 불렀고, 그런 동생도 "믿어지지 않는구나"라고 기쁜 마음으로 화답했다.
김책연구소 부소장까지 지냈다는 북측 동생(송유철·70)은 형(송유진·75)을 보자 "나 알죠? 엄마 죽었잖아"하며 눈물을 터뜨렸다.
북측 조카(안세민·80·여)가 들어오면서 자리를 못찾고 헤매자 남측의 고모(안경숙·89)는 "세민아" 부르며 바로 달려가 안았고, 조카는 고모를 보자 오열했다. 다른 가족들도 모두 껴안으며 대성통곡했다.
조카가 어릴 적 이야기를 풀어놓자 고모는 "역시 똑똑해. 어려서부터 그렇게 총명하더니 진짜 똑똑하다. 기억력이 너무 좋다"라고 감탄했다. 사촌 윤정진(73·여)씨는 "70여년이 물 흐르듯 흐른 느낌이다. 몇 달만에 만난 친척같다"고 소감을 말했다.
북측 언니(우기복·86)가 휠체어를 타고 들어오자 동생(우기주·79)은 눈물을 흘리면서 "살아줘서 고마워. 만나게 해줘서 고맙다"고 말하며 한참을 말없이 서로 마주봤다.
북측 오빠(안갑수·83)가 휠체어를 타고 들어오자 남측 여동생(안갑순·82)은 오빠의 무릎에 얼굴을 묻고 "오빠"라며 오열했다. 한국전쟁 이후 태어난 다른 동생들도 처음 본 형과 오빠에게 "아이고 형님", "오빠"라며 눈물을 흘렸다.
'왜 휠체어를 타고 오느냐'는 동생의 물음에 함께 온 북측 며느리(장찬순·49)는 "며칠 전에 넘어져서 다리를 다쳤다"고 대답했다.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2회차) 첫날인 24일 오후 강원도 고성군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에서 우리측 최고령 상봉 대상자 강정옥(100) 할머니와 북측의 동생 강정화(85) 할머니가 눈물의 상봉을 하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얼굴에 난 흉터를 없애려 서울로 갔다가 헤어져버린 북측 언니(박봉렬·85)를 보자마자 동생(박춘자·77)은 "아이고 우리 봉렬이 언니, 흉터 고치러 서울에 왔었잖아, 없어졌어?"라고 물었고 언니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 동생은 "언니 나 절할게. 살아줘서 고마워, 사랑해"라며 얼굴을 맞대고 울기 시작했다.
세 남매가 북측의 이모와 상봉하는 장면도 눈물 겨웠다.
이모(문성옥·75)가 테이블에 앉자 조카(손경철·59)는 눈물을 글썽이며 "엄마랑 똑같다. 쌍둥이 같다. 인중 오른쪽 위에 까만 점이 있었는데 (이모도)있네"라며 "5년 전에 돌아가신 엄마가 얼마나 찾았는데. 내가 절할게"라고 동생들과 함께 큰 절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