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부목사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며 한 청년이 교회에서 유서를 남기고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돼 경찰이 내사에 착수했습니다. 앞서 한국기독교장로회 소속의 한 목사는 조카를 성폭행 하려한 혐의로 징역 3년을 선고받고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40시간 이수를 명령받았습니다. 이승규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교회 부목사에게 성폭행 당했다'고 주장한 신학생이 다니던 교회 건물에서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된 건 지난 15일.
서울 서대문구의 한 교회 옥상에 20대 여성 A씨가 숨져 있는 것이 교회 직원과 경찰에 의해 발견됐습니다.
약 10년 전부터 이 교회를 다닌 A씨는 신학을 전공하는 학생으로 발견 당시 가방 안에는 A4용지 한 장 분량의 유서가 들어있었습니다.
A씨는 유서에서 수 년 전 자신이 18세인 미성년자였을 때 이 교회 부목사로 있던 B씨로부터 셀 수 없이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했습니다.
유서에서 A씨는 "그 후 3년 동안 우울증으로 약을 먹고 있어 몸과 정신이 무너졌다"고도 적었습니다.
유서에는 또 B씨의 실명과 현재 소속교회, 휴대폰 전화가 적시돼있던 걸로 알려졌습니다.
경찰은 해당 유서의 내용을 바탕으로 성범죄가 있었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내사에 들어갔습니다.
경찰관계자
"8월 15일에 변사체가 발견이 됐고, 그 변사자의 유서가 같이 나왔고, 유서 내용에 '몇년 전부터 모 목사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 '괴롭다' 그런 내용이 있어요. 우리가 지금 내사 중에 있어요."
한편 B씨는 '합의된 관계였다'며 성폭행 사실을 부인하고 있고, 현재 사역하는 교회에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한 한국기독교장로회 소속 박 모 목사가 조카를 성폭행하려다 미수에 그쳐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징역3년을 선고받고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40시간 이수를 명령받았습니다.
박 목사는 지난해 봄, 혼자 사는 조카 집에 찾아가 성폭행을 시도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박 목사 교회 소속 교단인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는 이번 사건이 발생한 것에 대해 "충격과 부끄러움을 금할 길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기장총회는 입장문에서 "이번 사건은 도덕적·윤리적으로 엄격해야 할 목회자의 기본 자질과 품위에 대해 경종을 울리는 일"이라며 "철저한 진상규명에 힘쓸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영혼구원은커녕 영혼을 파멸시키는 목회자들의 잇따른 성범죄에 대한 한국교회의 강력한 대책이 필요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