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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전에 언니 죽으면 어떡해" 기약없는 헤어짐



통일/북한

    "통일 전에 언니 죽으면 어떡해" 기약없는 헤어짐

    • 2018-08-26 13:37

    2박3일 일정 마치고, 이산가족 작별상봉
    "내 죽지 않는다" 다음 만남 약속
    6.25 비극 때문에 생이별했지만 "내가 죄를 지었다"는 오빠
    북측 마른 누나 걱정하는 동생 "견과류 챙겨 드시라"
    손편지, 연락처, 주소 교환하며 마지막 점심식사

    남북 이산가족 상봉행사에서 산가족들이 손을 꼭 잡고 있다. 박종민 기자/자료사진

     

    2회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마지막날인 26일 가족들은 작별상봉을 진행하며 다시 만나기를 고대했다.

    북측 언니를 만난 박유희(83) 할머니는 언니를 보자마자 눈물을 쏟아냈다. 박 할머니는 휠체어에 탄 언니를 "학생 때 헤어져 너무 아쉬웠다. 다시 만날 날이 또 있겠지? 이게 무슨 불행한 일이야. 가족들이 만나지도 못하고"라며 울기 시작했다.

    언니 박영희(85) 할머니는 "통일이 되면..."이라며 동생을 조용히 달랬다. 그러자 동생은 "그 전에 언니 죽으면 어떻게"하며 오열했다.

    박 할머니는 "내 죽지 않는다. 죽지 않아"라며 다음 만남을 약속했다.

    상봉내내 어색했던 남매는 헤어짐에 앞서 오열하기 시작했다. 북측 오빠 정선기(89) 할아버지는 "이 오래비가 지혜롭지 못했다. 내가 죄를 지었다. 큰 죄를 지었어"라며 우는 동생을 달랬다.

    정 할아버지는 4대 독자였지만, 6.25발발 이후 인민군 의용군에 징집돼 북으로 가게 됐다. 오빠가 북한 의용군에 지원했다는 식의 한 이력이 남아있어 남측 가족들은 피해를 볼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전후사정을 알게 된 오빠가 동생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은 "내가 미안하다"는 것뿐이었다. 남매의 오열을 지켜보던 북측 관계자들도 눈이 빨개지도록 눈물을 흘렸다.

    전날 병원으로 긴급 후송된 남측의 언니를 걱정하는 최시연(79) 할머니에게 남측 오빠 최시욱(84)씨는 "너희 언니가 어제 실려가긴 했는데, 지금 괜찮데, 너무 걱정하지마"라고 안심시켜줬다.

    최 할아버지는 "마지막 날 언니 못봤다고 너무 섭섭해하지 말어, 죽을 병은 아니야"라고 설명해줬다.

    동생 최시연 할머니는 "나도 어제 숙소에 들어갔는데 심장병이 났다. 의사 선생이 내 방에서 나랑 계속 붙어있었다"고 말했다. 그러자 오빠는 "어쩜 너네 자매는 아픈데도 똑같냐"고 답했다.

    다행히 긴급 후송된 남측 최시옥(87) 할머니의 상태는 안정적이라고 한다.

    장주환(74) 할아버지는 너무 마른 누나의 건강이 걱정이다. 장씨는 "견과류, 호두, 잣 사다가 조금씩 계속 드세요. 견과류를 많이 드셔야 돼. 운동 많이 하시고, 그래야 우리 또 만나. 계속 살아야 돼"라고 당부했다.

    누나 장기순(77) 할머니는 동생이 건낸 사과도 집지 못하고 계속 눈물만 흘렸다. 장 할아버지는 "너무 말랐어. 가슴이 아프다"고 탄식했다.

    북측 오빠 리인우(88) 할아버지와 헤어짐을 앞둔 이정자(74) 할머니는 오빠의 건강을 확인해 그래도 마음이 놓인다.

    이 할머니는 "어제 오빠가 나랑 필씨름 하고, 남조카랑도 팔씨름 했는데 아흔살 다 돼가는 오빠가 이겼다. 그만큼 건강하다는 것"이라며 "마음을 놓을 수 있을 것 같아"라고 말했다.

    남북의 이산가족들은 서로의 집주소와 연락처를 적어주었다. 또 이별에 앞서 만나지 못한 친척들을 위한 손편지를 건네는 가족들도 눈에 띄었다.

    이후남(81) 할머니는 고령의 언니 리숙희(90)씨를 잘 보살펴준 북측의 조카와 그 부인에게게 "우리 큰 언니 평생동안 잘 모셔 정말 고맙네. 막내 이모 후남일세. 큰언니 모습이 너무 좋아보여서 잘 모셨구나 싶어 많이 기쁘다네"라는 편지를 남겼다.

    북측에서 온 김인영(86·가운데)씨가 남측에서 온 두 동생 목원구·원선씨와 얼싸안고 오열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자료사진

     

    북쪽의 형님을 만난 목원선(85), 원구(83) 형제도 형에게 "사랑하는 우리 형님 잘 뵙고 돌아갑니다. 부디 건강하시고 사랑하는 조카들과 건강하게 지내시기 바랍니다. 부디 행복하고 다시 뵐 때까지 안녕히 계세요"라는 편지를 남겼다.

    남북 이산가족들은 작별상봉과 함께 마지막 점심식사를 마친 뒤 2박 3일의 일정을 마무리한다.

    우리측 324명의 상봉단은 오후 1시 30분쯤 금강산을 출발하는 버스에 올라 귀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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