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징과 은유, 철학적 사유의 스페인 대표 작가 후안 마요르의 최신작이 찾아왔다.
연극 '비평가'는 후안 마요르의 2012년 작품으로, 지난해 극단 신작로가 국내 초연한 바 있다.
올해는 초연 연출을 맡은 이영석 연출이 새롭게 다시 만들었다.
'비평가'는 극작가와 비평가 두 인물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2인극이다.
성공한 극작가 스카르파는 오랜 침묵 끝에 발표한 새 작품의 초연이 있던 밤 자신에게 큰 영향을 끼친 비평가 볼로디아를 찾아간다.
스카르파는 볼로디아에게 자기가 보는 앞에서 오늘 공연의 평론을 쓰길 요청하고, 볼로디아는 이에 스카르파의 기대와는 다른 평가를 내린다.
두 사람의 논쟁은 작품을 서로 복기해가며 더 치열해져 가고 그 과정에서 숨겨졌던 사실이 하나씩 드러난다.
극작가 후안 마요르가는 무대와 객석을 대표하는 극작가(스카르파)와 비평가(볼로디아)를 내세워 연극과 현실 사이의 관계에 대해서, 그리고 연극 안팎의 삶과 사랑에 대해 이야기한다.
2017년 초연이 비교적 사실적인 스타일로 인물의 내면 심리를 탐색하는 데 주력했다면, 이번 공연에서는 인물에 대한 거리를 유지하는 방식으로 주제를 비판적으로 성찰한다.
또한 초연과는 달리 여성 배우들이 남성 배역을 연기함으로써 인물과의 거리를 유지한다.
성공한 작가와 원로 비평가를 묘사함에 있어서 그들을 남성으로 간주하고 있는 원작의 내용은 여성 배우들에 의해 독특한 울림을 획득한다.
여성의 신체와 목소리로 구현하는 남성 역할은 우리에게 텍스트를 이해하는 새로운 감각을 부여함으로써 우리의 상상력이 관습과 선입견을 뛰어넘을 수 있도록 안내하는 것이다.
연극은 비평가를 통해 연극 창작의 본질적 성격을 묻는 메타연극이다.
그간의 메타연극이 연극 제작 과정을 다루는 극중극을 통해 작가, 연출가, 배우 등 주로 창작자의 입장에서 연극의 사명과 가치를 주장했다면, 이와는 반대로 이 작품은 이미 작가의 작품이 공연된 이후의 시점에서 평가자인 비평가를 통해 답보 상태에 머물고 있는 연극의 소명과 역할을 다시 묻고 있다.
백현주, 김신록 두 여성 배우가 열연한다. 인물의 핵심을 관통하여 개성 있는 인물 창조를 보여 온 백현주 배우와 인물의 생각과 욕망을 지적인 존재감 속에서 구현해 온 김신록 배우의 무대 위 대결도 볼거리다.
9월 1일까지, 두산아트센터 space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