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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때부터 감동"… 배우들 팬미팅 방불케 한 '허스토리' 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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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 때부터 감동"… 배우들 팬미팅 방불케 한 '허스토리' 단관

    [현장] 배우 예수정-김선영-민규동 감독과 함께 한 마지막 GV
    예수정, 출연 확정을 마지막까지 고민하게 했던 장면은
    '신 사장'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 김선영이 한 노력은

    영화 '허스토리'에서 박순녀 역을 맡은 배우 예수정, 신 사장 역을 맡은 배우 김선영 (사진=NEW 제공)

     

    "살다 보니 이런 날이 있네요. 너무 감사합니다! 열심히 연기하겠습니다. 우리 '허스토리' 덕분에 이런 자리를 가질 수 있어서, 어유~ 이렇게 좋을줄 몰랐네요. 너무 좋습니다. 고맙습니다." (김선영)

    "네, 올 때부터 감동해서 왔어요, 사실은. 이렇게 함께! 정말로 함께하는 느낌이 들어서요. 이 영화를 스스로 선택하시고 이렇게 함께 모여주시고 저희를 불러주시고 해서 감동했어요. 맨 처음에 올 수 있냐는 질문 받았을 때, '무슨 소립니까, 달려 갑니다!' 해서 왔습니다." (예수정)

    마침내 그들이 왔다. 영화 '허스토리'에서 관부재판 원고이자 극중에서 할 말은 거의 다 하는 박순녀 역의 예수정과 여성경제인연합회 회장이자 호쾌한 웃음을 선사한 신 사장 역의 김선영이 '허스토리' 팬들의 성원에 힘입어 관객과의 대화 행사에 함께한 것이다.

    26일 오후, 서울 충무로 대한극장에서 영화 '허스토리'(감독 민규동) 단체관람이 진행됐다. 단체관람 후 관객과의 대화에는 그간 꾸준히 출석해 온 민규동 감독뿐 아니라 배우 예수정과 김선영이 참석했다.

    영화의 주역임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쉽게 만나볼 수 없는 두 사람이 온다는 소식에, 행사 전부터 분위기는 달아올라 있었고 그 분위기는 행사 당일 정점을 찍었다. 순간순간, 마치 팬미팅을 연상시킬 정도로 열기가 가득했다.

    '허스토리'를 보고 반해 영화를 더 널리 알리고,극중 문정숙(김희애 분) 실존인물인 김문숙 회장이 이끄는 (사)정신대문제대책부산협의회에 후원하는 등 열광적으로 영화를 즐기는 팬들을 뜻하는 '허스토리언'들의 잔칫날이었다.

    허스토리언들은 김선영에게 '아기 곰돌이'라는 별명을 지어줬고, 예수정에게는 '예수 말고 예수정'이라는 수식어를 선물했다. 이에 대한 반응을 물으니 김선영은 "마음에 너무 든다. 뭐든지 든다, 마음에. 전 몰랐는데 서포터즈가 계시더라. '허스토리' 통해서 결성됐나 보다. 잘하셨다"며 웃었다. "오늘 예배당 다녀왔는데…"라고 해 웃음을 유발한 예수정도 "영광이다"라고 전했다.

    대학 때 예수정의 수업을 들었던 김선영은 과거 인터뷰에서 예수정을 동경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이번에 '허스토리'를 같이 하게 된 소감을 묻자, "진짜 정말 이런 날이 오는 게… 아, 이런 일이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같은 영화 GV를 한다는 게, 스케줄을 선생님과 같이한다는 게, 감동이라고 말하기엔 (이 말이) 좀 부족한 단어인 것 같다. 믿어지지 않는다. 이런 날이 온다, 꿈을 꾸면! 선생님 (작품) 하신다고 해서 와! 했다. 진짜로 너무 좋아가지고"라고 답했다.

    김선영은 '허스토리' 출연 계기에 대해 "제가 결심을 한 게 아니고 감독님이 캐스팅해 주신 거다. 특별히 이 작품을 출연하면 정말 안 되겠다 하는 게 아니라면, 캐스팅되면 기쁜 마음으로 당연히 한다. 어떤 역할을 하든"이라고 말했다.

    26일 오후, 서울 충무로 대한극장에서 영화 '허스토리' 단체관람 및 관객과의 대화가 열렸다. (사진=김수정 기자)

     

    민규동 감독은 "원래는 여자 사장님들 중 한 명으로 하려고 했다. 선영 씨가 너무 젊어서. 신 사장이 (문정숙보다) 더 나이가 많고 돈도 많은 설정이었다. 김선영 배우랑 하고 싶어서 전달했는데 이 역할은 본인이 꼭 해야 한다, 내가 너무 잘할 수 있다고 하셔서 믿고 같이 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캐스팅 보드에 선영 씨 붙이자마자 김희애 씨가 만세를 불렀다. 너무 좋고 너무 하고 싶었다면서. (선영 씨가) 엄청 도움을 주셔서 살아있는 대사들이 많다. 선영 씨를 안 만났으면 이 영화에 활력이 없었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 너무 감사하고 고맙다. 정말 신의 한 수라고 생각한다"고 극찬했다. 그러자 김선영은 "다음 작품을 기다리겠다. 저야 뭐 할렐루야다"라고 말해 좌중을 폭소케 했다.

    예수정은 "박순녀 할머니가 법정에서 욕하는 장면이 있다. 욕하는 장면을 보고는 '와, 나한테 이런 기회가 오다니!' 너무 좋은 거다. 왜냐하면 억울한 게 많지 않나. 특히 이 할머님들은 얼마나 억울함이 많겠나. 연약한 할머니들이 앞에 있는 힘 있는 자에게 대고 '종간나새끼들' 하는데 이건 정말 정말 고마운 기회라고 생각했다. 다른 것 다 떠나서 이 장면을 내가 할 수 있다면 난 너무 좋고 기쁘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예수정은 이내 다른 장면 때문에 출연 여부를 심각하게 고민한 적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극중에서 박순녀가 배에 난 큰 흉터 자국에 관해 설명하는 때가 있었는데, 예수정은 이를 '자세히 보니까 힘든 장면'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배우가 못 할 게 어딨느냐. 지나가는 지렁이도 잡아먹는다는데, 저도 몇 번을 생각했는데 결론은 예수정은 배우가 아니구나, 였다. 이까짓 걸 못 하다니. 제가 배우 아닌 걸 고백하면서 '저는 물러서겠다' 하고 간 거였다. 근데 감독님께서 지혜롭게 해결해 주셨다"고 전했다.

    온천물 속으로 설정돼 있던 것을 탈의실로 바꾼 것이다. 예수정은 "온천장에서 배에 상처가 보이는 장면이 꼭 필요한 것 같긴 했지만, 막상 할 용기가 안 나더라. 그걸 마침 탈의장으로 바꾸니 '어, 그럼 되죠!' 해서 하게 됐다"고 부연했다.

    민 감독은 "당시 온천탕이라고만 돼 있어서 온천 안인지 탈의장인지 명확한 공간 묘사가 없었다"며 "카메라 각도가 관음적이지 않게 하는 등 연출 요소도 같이 논의했다. 미안하다면서 가셨는데 제가 '안 한다는 얘기만 하지 말라'고 말씀드렸다. 다음에 오셔서 하기로 해서 지금 이 자리가 만들어졌다"고 설명했다.

    이에 예수정은 "저한테는 정말 큰 기회, 좋은 기회를 놓칠 뻔했다"고 말했고 민 감독 역시 "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화답해 관객들의 박수를 받았다.

    왼쪽부터 '허스토리' 단관 스태프, 배우 김선영, 예수정, 민규동 감독 (사진=김수정 기자)

     

    관부재판을 시작한 주인공 문정숙의 가장 가까운 친구이자, 조력자인 신 사장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한 태도가 시시각각 바뀌는 인물이다. 처음에 TV를 보고 정대협에 후원금을 전달했으나, 가게 매출에 타격을 입자 소극적으로 변하고, 재판에 몰두하는 문정숙에게 충고하기도 한다. 이런 심경 변화를 어떻게 연기했는지 궁금하다는 질문이 나왔다.

    김선영은 "작가가 문자로 이 사람의 마음을 써 놨다. 표현하는 나는 이것이 어떻게 존재감이 있을 것이냐를 생각한다. 그래야지 관객도 보고 믿을 것"이라며 "이 사람이 (실제 있는 사람이라고) 믿어져야 하는데 그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전형적인 게 나쁜 건 아니지만, 어떻게 하면 전형적이지 않을 수 있을까 고민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형적이면 관객을 잠들게 하거나 (캐릭터를) 믿어지지 않게 하거나 예측하게 한다. 배우의 몫은, 영화에서 감독의 큰 흐름을 거스르지 않는 상태에서 존재감을 보이는 것"이라며 "그 장면을 살게 하려면 이 사람이 살아있어야 한다. 가장 평범한 사람이 가장 특별하기 때문이다, 예측 불가능하고"라고 덧붙였다.

    어느 때보다 감정 소모가 컸을 텐데 어떻게 영화에서 빠져나와 스스로 치유했는지 묻자 예수정은 "제가 맡은 역할은 거의 자기감정을 바깥으로 내놓는 역이었다. 단 한 장면을 빼고는. 참을 게 거의 없이 내놓고 얘기하니 쾌활하고 해피했다"고 답했다.

    예수정은 "촬영 때 8~9초 잡히는 장면이어도, 그 촬영 시작하는 날부터 저녁까지 그 무거운 덩어리가 계속 있다. 남들한테 피해 안 가도록 그 감정 응어리를 가지고 있다가도, 촬영을 하면 제 몸 바깥으로 계속 그 감정이 나가더라. 그래서 막상 촬영 끝나면 이 감정을 어떻게 추슬러야지 하는 게 없어진다. 감독님과 배우와 제가 잘 맞아떨어져서 가장 필요한, 어떤 좋은 순간이 잡히면 다행이고 안 잡혀도 할 수 없다. 배우는 그 감정을 한 시간 넘도록 흘리기 때문에 끝났을 때는 지친 상태라고 할까"라고 전했다.

    좀처럼 만나보기 힘든 두 배우가 참석한 덕에, 팬미팅을 방불케 하는 순간도 자주 찾아왔다. 사전 질문지에는 '사랑한다'는 고백이 쏟아졌고, 질문이라기보다는 팬 서비스에 가까운 요청이 즐비했다. 김선영에게 볼 뽀뽀와 포옹을 받은 관객이 있는가 하면, 독일어를 전공한 예수정에게 독일 극작가 브레히트의 문장을 읽어달라는 요청도 있었다.

    지난 6월 27일 개봉한 영화 '허스토리'는 팬들의 자발적인 지지와 성원을 바탕으로 20차례 이상의 단체관람이 이뤄진 바 있다. (사진=NEW 제공) 확대이미지

     

    아이돌 팬 사인회에서 빠질 수 없는 아이템인 화관도 등장했다. 두 사람은 화관을 쓰고 사진 포즈를 취했고, 관객 뒷좌석까지 올라갔다 내려와 큰 환호를 받았다. 단체관람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단체 사진을 찍고, 상영관 밖에서 즉석 팬 사인회를 열었다.

    이번 '허스토리' 단체관람은 허스토리언들이 준비한, 감독과 배우들이 함께하는 자리로는 마지막이었다. '허스토리'는 1992년부터 1998년까지 6년 동안 오직 본인들만의 노력으로 일본 정부에 당당히 맞선 할머니들과 그들을 위해 함께 싸웠던 사람들의 뜨거운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지난 6월 27일 개봉한 '허스토리'는 개봉 2주 차부터 스크린이 절반 밑으로 뚝 떨어져 '보고 싶어도 보기가 힘들다'는 아우성이 나왔고, 이 때문에 자발적인 단체관람이 시작됐다. '허스토리'의 제작사 수필름의 민진수 대표는 지난 21일 공식 트위터를 통해 팬들에게 감사 인사를 남긴 바 있다.

    민 대표는 "지난 6월 27일 개봉 후 비록 극장에서는 빠르게 상영관이 사라졌지만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에 힘입어 20여 차례의 단관상영이 가능했었습니다. 수필름은 그간 20편의 영화를 제작하였으나, 이번 작품을 통해 새로이 많은 것을 경험하고 배웠으며 관객분들로부터 진심 어린 격려와 분에 넘치는 사랑을 받았습니다. 이를 잊지 않고 늘 감사한 마음을 간직하도록 하겠습니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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