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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한때는 교회였지만 지금은 레스토랑인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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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럼] 한때는 교회였지만 지금은 레스토랑인 곳

    [조중의 칼럼]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자료사진)

     

    이 도시에 내려와서 만난 A목사는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2년 전 이곳에 정착했다는 그는 비참 속에서도 희망을 찾아 부단히 걸어가는 중이었다.

    그가 서울에서 이 도시로 내려온 것은 존경하는 선배 목사 때문이었다. 어느 날 선배 목사로부터 자신이 개척해 성장시킨 교회를 맡아달라는 연락을 받았다. A목사는 단독목회의 꿈을 안고 설레는 마음으로 아내와 함께 낙향했다.

    선배 목사와 만나기로 약속한 장소는 뜻밖에 교회가 아니라 도시 외곽의 허름한 카페였다. 인수인계서에 서명하는 순간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을 했지만 돌이킬 수 없는 일이었다. 교회 재정은 제로 상태였고 교회 건물은 이미 매각이 끝난 뒤였다. 교인이래야 함께 나온 재정담당 집사가 전부였다. A목사는 자신이 속았다는 것을 알았다.

    그에 따르면 선배 목사는 상가건물을 빌려 개척교회를 시작한지 몇 년 만에 시내 중심지에 교회를 신축하면서 성공한 목회자로 자리 잡았다. 교인 수는 날로 늘어만 갔다. 어느 날 선배 목사가 젊은 여성 신도와 불륜 관계를 맺고 있는 사실이 들통 났다. 교회는 걷잡을 수 없는 소용돌이 속에 빠졌고, 얼마 가지 못해 와해되고 말았다. 선배 목사는 교회 건물을 매각해 그 돈을 챙겨 다른 도시로 떠났다. 교인들은 뿔뿔이 흩어졌다. 이 도시에서 손에 꼽힐 만큼 아름답던 교회 건물은 얼마 후 고급 레스토랑으로 바뀌었다.

    예수가 우리에게 던진 첫 질문은 뜻밖에도 의식주에 관한 것이었다.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마실까 걱정하지 말고, 무엇을 입을까 걱정하지 말아라. 목숨이 음식보다 소중하지 않느냐? 몸이 옷보다 소중하지 않느냐?’ 신약성서에 등장한 예수의 첫 질문이 먹고 마시고 입는 것에 대한 집착으로부터 자유할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예수는 자신이 던진 질문에 대한 답으로 ‘들에 핀 백합꽃’을 꼽았다. ‘들의 백합꽃이 어떻게 자라는가를 살펴보아라. 수고도 하지 않고, 길쌈도 하지 않는다. 그러나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온갖 영화를 누린 솔로몬도 이 꽃 하나만큼 차려입지 못하였다’

    종교학자 배철현 교수는 ‘백합꽃’이 상징하는 것은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된 인간 안에 내재해 있는 ‘의’(義)라고 해석한다. 신이 우리에게 맡긴 ‘의’를 찾는 일이, 먹고 마시고 입는 것보다 소중하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선배 목사는 정욕에 눈이 멀어 하나님 나라를 이 땅에 실현하기는커녕 욕보였다. 예수가 우리에게 던진 첫 질문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깨닫게 해준 셈이다.

    신학자 박충구 교수는 <예수의 윤리="">에서 ‘성직자중심주의적 중세기 교권이 타락했을 때 일어난 현상들이 바로 지금 우리 한국 교회 안에서 범람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성직 사고팔기, 성직 세습, 돈이 들어오는 직함 갖기, 이권 따라가기, 미신적 신앙 부추기기, 성직자의 성적 타락 등 이루 말할 수 없는 범죄가 교회 안에서 일어나고 있다고 말한다.

    예수의 첫 질문으로부터 시작된 기독교의 찬란했던 역사가 해질녘의 쓸쓸한 노을처럼 기울고 있다. 그럼에도 아직 교회는 외형적으로는 성채처럼 화려하고 목사는 솔로몬의 권력처럼 당당하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보면 세속의 기업과 다를 바 없다. 중세 가톨릭보다도 더 타락하고 부패했다. 돈 썩는 냄새가 진동하고 진흙탕 싸움이 끊이지 않는다. 목사의 성적 일탈로 교회가 무너지고 있다. ‘들에 핀 백합꽃’ 같은 교회와 성직자를 찾기가 어렵다.

    A목사는 허름한 카페에서 예배를 드리며 무너진 교회를 다시 일으켜 세우고 있는 중이었다. 2년이 지나면서부터 교인 수도 20여명으로 늘어났다고 자랑했다. 희망의 싹이 자라기 시작했다면서 활짝 웃었다.

    지금은 레스토랑으로 바뀌었지만 한 때는 예배당이었던 교회 앞을 지나칠 때면 나도 몰래 시선이 가는 곳이 있다. 지붕 위로 높이 솟구친 종탑 가운데 매달려 있는 동그란 종이다. 울 수 없는 종이 십자가에 매달린 그리스도처럼 괴로워하고 있는 것만 같아서, 자꾸만 바라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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