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예산안이 올해보다 10% 가까이 늘어난 470조 5천억원 규모로 편성됨에 따라, 향후 재정 여건에도 관심이 쏠린다.
정부는 28일 오전 열린 국무회의에서 내년 예산 총지출을 올해보다 9.7%(41조 7천억원) 늘어난 470조 5천억원으로 확정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을 제외하면 2000년 이후 가장 높은 증가율로, 경상성장률 전망치인 4.4%의 두 배가 넘는 '슈퍼 예산'이다.
이날 함께 확정된 '2018~2022년 국가재정운용계획'을 보면 재정지출은 내년 470조 5천억원에 이어 2020년엔 504조 6천억원, 2021년엔 535조 9천억원, 2022년엔 567조 6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연평균 증가율만도 7.3%로, 지난해 내놨던 '2017~2021년 계획'의 연평균 5.8%보다 상향 조정된 수치다.
이 가운데 의무지출은 내년의 경우 241조 7천억원, 재량지출은 228조 8천억원 규모다. 향후 5년간 의무지출은 연평균 7.8%, 재량지출은 6.7%씩 증가하게 된다.
이처럼 재정지출이 크게 늘어나지만, 재정수지나 국가채무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란 게 당국 설명이다. 세수여건이 양호하다는 판단에서다.
기획재정부 구윤철 예산실장은 "예산을 늘렸지만 내년 국가채무 비율은 오히려 낮아진다"며 "세입여건이 좋아져 확장재정을 하더라도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내년의 경우 총수입은 올해보다 7.6% 증가한 481조 3천억원으로 편성됐다. 이 가운데 국세수입은 올해 268조 1천억원보다 31조 2천억원(11.6%) 증가한 299조 3천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법인세는 영업실적 개선과 최고세율 인상으로 올해보다 16조 2천억원(25.7%) 증가한 79조 3천억원이 걷힐 것으로 예상된다.
소득세 역시 임금 상승과 소득세 최고세율 인상 등으로 올해보다 7조 6천억원(10.4%) 증가한 80조 5천억원, 부가가치세도 민간소비와 수입액 증가로 올해보다 4조 9천억원(7.3%) 늘어난 72조 2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따라 일반회계 세입은 올해보다 30조 9천억원(11.9%) 증가한 291조 7천억원, 주세와 농어촌특별세 등 특별회계 세입은 3천억원(3.4%) 늘어난 7조 6천억원 수준이 될 전망이다.
국세수입은 2020년엔 312조 7천억원, 2021년 325조 7천억원, 2022년 340조 3천억원 등 매년 6.1%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에 따라 재정수입도 2020년 504조 1천억원, 2021년 525조 4천억원, 2022년 547조 8천억원 등 연평균 5.2%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올해 19.2%였던 조세부담률은 내년 20.3%로 오른 뒤 2022년까지 20.4% 수준을 유지할 전망이다. GDP(국내총생산)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2022년까지 3% 이내에서 관리되고, 사회보장성기금을 포함한 통합재정수지는 2020년 적자로 전환된 뒤 2022년엔 GDP 대비 -0.9%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39.5%였던 GDP 대비 국가채무는 내년 39.4%로 낮아졌다가 2020년 40.2%, 2021년 40.9%, 2022년 41.6% 선이 될 전망이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국가채무는 GDP 대비 40% 초반 수준에서 관리할 것"이라며 "재정의 중장기 지속가능성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예산 총지출 증가는 급속한 고령화와도 무관하지 않다. 통계청의 '2017년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일년새 34만명이나 늘어 712만명을 기록, 전체 인구의 14%를 넘어섰다.
이에 따라 지난 2000년 7%를 넘어서 '고령화 사회'로 접어든 지 17년 만에 한국 사회는 '고령사회'로 진입했다. 15~64세 생산연령인구도 일년새 11만명 줄어 사상 처음 감소세로 돌아섰다.
올해 516만 7천명이던 기초연금 수급자는 2022년엔 628만 5천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기초생활보장제도 수급자는 올해 159만명에서 2022년엔 249만명, 돌봄서비스를 받는 독거노인 비율도 같은 기간 44.4%에서 52.8%로 급증할 전망이다.
당국은 양적 지출 구조조정과 질적 구조전환을 통해 포용적 성장을 뒷받침하는 한편, 탈루소득 과세 강화나 비과세 감면 정비 등을 통해 양호한 세입 흐름이 유지되도록 관리할 방침이다.
김 부총리는 "내년 지출구조조정은 당초 계획인 10조 9천억원보다 1조 5천억원 확대할 계획"이라며 "국민이 내주신 세금을 보다 우선순위 높은 지출에 효율적으로 사용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