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열린 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원회 쌍용차 진압 보고서 발표에 따른 입장발표 기자회견에서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2009년 쌍용자동차 파업농성 진압작전은 당시 이명박 정부 청와대의 승인 아래 이뤄졌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원회는 이 사건을 주요한 국가폭력 사례로 보고 1년간 조사한 결과, 대규모 진압작전을 당시 청와대가 승인했다고 28일 밝혔다.
진상조사위 조사 결과, 조현오 당시 경기지방경찰청장은 지난 2009년 8월 4일부터 이틀 동안 있었던 진압작전에 앞서 당시 청와대 측의 승인을 받아낸 것으로 밝혀졌다.
강희락 당시 경찰청장의 승낙을 받지 못하자 그를 '패싱'하고 직접 청와대 고용노동비서관과 접촉해 윗선의 승인을 따냈다는 것이다.
조 전 청장은 "현장 판단과 경찰관으로 소신을 갖고 판단한 것이다. 이 전 대통령을 직접 만난 건 아니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진압 계획은 사측과 긴밀한 협조를 거쳐 수립됐던 것으로 조사위는 판단했다. 당시 경찰은 6차례 이상 사측의 공권력 투입 요청을 받아 압수수색 영장 발부나 단전·단수 등 공장 내 차단조치 등에 대한 계획을 상세히 세웠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착수된 진압작전에서 경찰은 대테러장비로 분류됐던 테이저건과 다목적발사기를 노조원들에게 사용했다. 이와 함께 '바람 작전'이라는 이름으로 헬리콥터를 저공비행시켜 하강풍을 일으키는 방식으로 노조원 해산을 시도했다.
헬기에 장착한 물탱크에서 최루액을 섞은 물 약 20만ℓ를 공중에서 노조원들을 향해 혼합살수한 사실도 확인됐다. 최루액 주성분인 CS와 용매인 디클로로메탄은 2급 발암물질이라고 조사위는 전했다.
조사위는 테러범이나 강력범 진압에 쓰여야 할 대테러장비를 노조원들에게 사용한 점, 시위를 해산하려고 헬기로 최루액을 혼합살수한 점은 경찰관 직무집행법 규정 범위를 넘어선 '위법'이라고 판단했다.
작전에 투입됐던 경찰 특공대원들의 경우 일반 시위현장에 투입돼 격렬한 공방을 벌여야 했던 점에 대해 정신적 트라우마를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현오 전 경찰청장 (사진=자료사진)
이번 조사에서는 조 전 청장이 경기청 소속 경찰관 50여명으로 구성된 인터넷 '댓글부대'를 만들어 노조원들의 폭력성을 부각하는 댓글과 영상 등을 올린 사실도 밝혀졌다.
경찰은 당시 경기 수원역, 안양역, 부천역 등 도내 26개소에 노동자들의 시위용품과 경찰 피해자 사진 등을 전시하는 등 오프라인에서도 여론전을 벌였었다.
다만 쌍용차 사측이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노조파괴 의혹문건'의 경우 이번에 발표된 조사 결과엔 담기지 않았다.
28일 경찰청 브리핑룸에서 쌍용차사건 조사결과 발표중인 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원회 유남영 위원장 (사진=김광일 기자)
조사위 측은 "문건의 출처를 회사 측에서 확인받지 못했다"면서 "경찰과 사측이 어떻게 협조했는지에 대해서는 부분적이지만 별도로 확인이 됐다"고 설명했다.
조사위는 경찰청에 이러한 결과에 대한 의견을 발표하고 사과할 것을 권고했다. 또 쌍용차 노조를 상대로 16억원 규모로 낸 국가손해배상 청구소송과 관련 가압류 사건을 취하하라고 권고했다.
아울러 정부에 쌍용차 노동자들과 그 가족들에게 사과하고 명예회복과 치유를 위한 구체적 방안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