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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1호선' 우리네 삶…시대 달라도 메시지는 관통하죠"

공연/전시

    "'지하철 1호선' 우리네 삶…시대 달라도 메시지는 관통하죠"

    10년 만에 다시 달리는 록 뮤지컬 '지하철 1호선'
    김윤석, 설경구, 황정민, 조승우 등 거쳐간 명작
    9월 8일부터 12월 30일까지 학전블루 소극장에서 100회 공연
    85:1 경쟁률 뚫고 뽑힌 11명의 신예 배우들
    IMF 시절 한국사회에 대한 풍자와 해학 담아
    과거 출연 배우들 특별 게스트로도 출연 예정

    뮤지컬 '지하철 1호선' 출연 배우들의 연습 장면. (사진=학전 제공)

     

    "이 장면은 서울을 처음 방문한 '선녀'가 지하철을 타는 장면이야. 연변처녀가 서울 온 게 기뻐서 '안녕하세요'라고 승객들에게 인사를 한다고. 신기한 장면이잖아. 누가 지하철에서 인사를 해. 그러면 당신들(사람들)은 '이게 뭐지' 하는 반응을 보여야지. 관객에게 보여주려는 건 당신들의 리액션이라고. 그리고 아침 상황이니까 텐션 좀 주고. 다들 오후 승객 같잖아. 이 장면에서는 본인들의 캐릭터를 지우라고."

    팔짱을 낀 채 테이블에 걸터앉아 배우들의 연습 장면을 지켜보던 조연출 이황의가 일어나서 목소리를 높인다. 또 다른 조연출 김은영도 한 마디 거둔다.

    "지금 출근길 지하철 일상이 배경이잖아. 지하철에 붙은 광고마저 신기한 '선녀'가 혼잣말을 하고 있는데, 승객들 반응이 죽고 있어. 선녀하고 승객이 따로 놀고 있는 것 같아. 그리고 '선녀'는 혼잣말 대사가 너무 느려."

    두 조연출의 지시를 받은 배우들이 고개를 끄덕거리며 자세를 바로잡는다. 그리고 다시 연습 시작. 조연출들의 지시 후 연습 장면에서, 아침 출근길 지하철 1호선 풍경이 이전보다 더 자연스레 겹쳐진다.

     

    28일 오후 학전 블루소극장이 위치한 서울 대학로 삼광빌딩 3층 연습실. 10년 만에 다시 무대에 오르는 뮤지컬 '지하철 1호선'의 막바지 연습이 한창이다. 공연이 오르기까지 10여 일밖에 앞두고 있지 않아, 하나라도 더 다듬어 완성도를 높이려는 조연출과 배우들의 분주하게 움직인다.

    지난 1994년 초연되어 2008년까지 15년간 4000회 공연한 뮤지컬 '지하철 1호선'은 한국 공연계의 대표작이다.

    연변처녀 '선녀'의 눈을 통해 실직가장, 가출소녀, 자해 공갈범, 잡상인 등 우리 주변에서 만날 수 있는 다양한 사람들을 그려내며 20세기 말, IMF 시절 한국사회의 모습을 풍자와 해학으로 담았다.

    독일 '그립스(GRIPS)극단-폴커 루드비히'의 'Linie 1'이 원작으로, 극단 '학전' 대표이자 연출가인 김민기가 한국적인 시각에서 새로 번안, 각색했다. 원작자인 '폴커 루드비히'는 한국 '지하철 1호선'을 15번 관람한 이후 "전 세계 20여 개 도시에서 공연되고 있는 '지하철 1호선' 중 가장 감명 깊게 봤다"는 극찬을 남겼다.

    그런 작품이 갑자기 중단된 이유는 2008년도 남대문 전소 사건이 계기였다. 당시 화재를 접하고 큰 충격을 받은 김민기 대표는 '21세를 담은 새로운 공연을 준비하겠다'는 말과 함께, 한 시대를 대표하는 이 작품을 정차시켰다. 당시 무대 소품들은 서울역사박물관에 기증했다.

    록 뮤지컬 '지하철 1호선' 4000회 단체사진. (사진=학전 제공)

     

    ◇ "10년 만에 '지하철 1호선'이 다시 달린다는 소식에 너무 반가웠죠"

    10년 만에 뮤지컬 '지하철 1호선'이 다시 달린다는 소식이 반가울 사람이 한둘이 아니겠지만, 조연출 이황의에게는 더욱 남다르다. 그는 1995년 '지하철 1호선'을 시작으로 1440여 회가 넘게 배우로서 최다 출연한 이력의 소유자이다. 10여 년간 학전 연출부에서도 활동한 그는 선배이자 객원 조연출 형태로 이번 공연에 참여 중이다.

    그는 "다시 올리자고 했을 때 너무 반가웠다. '지하철 1호선'은 학전의 주 수입원이었다. 이런 공연을 하지 말자는 게 아쉽기는 했지만, 그 이유에 대해서는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이어 "원작을 올린 독일 '그립스 극단'이 통일 독일 시기와 숫자적으로 맞물리는 부분이 있는 것처럼 김민기 선생이 말씀하셨는데, 지금 좋아진 남북 분위기와 '지하철 1호선이' 다시 오르는 것도 연관이 있을 것 같다. 실제로 남북 관계가 좋을 때 이 공연이 잘 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최다 출연자로서 다시 한번 '치하철 1호선'에 탑승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고 이황의는 고백했다. 하지만 "나이가 쉰쯤 되면 1인 8역, 9역 하는 게 힘들다"면서 "작품에 많이 참여했던 선배로서 이렇게 하면 좋겠다는 마음도 있지만, 연출부는 제1의 관객이라는 역할도 있다"며 그 역할에 충실하려 한다고 전했다.

    뮤지컬 '지하철 1호선' 출연 배우들의 연습 장면. (사진=학전 제공)

     

    ◇ 85:1 경쟁률 뚫고 뽑힌 11명의 신예 배우들이 다시 명성 이어가

    배우는 전부 물갈이됐다. 지난 4월부터 3차에 걸친 전 배역 오디션을 통해 신예배우 11명을 선발했다. 여자 515명, 남자 402명 총 917명이 오디션에 지원했다. 경쟁률은 무려 85:1이었다.

    문디 역의 배우 박근식은 "학교에서 창작 뮤지컬의 역사를 배울 때 본 작품이 '지하철 1호선'이다. 아마도 나와 같은 20대들은 학교에서 워크숍으로 다들 이 작품을 접했을 거다"고 했다.

    안경 역의 배우 이홍재는 "2005년 대학에 들어간 뒤 처음 학생작품으로 올린 게 '지하철 1호선'이었다. 그때도 안경 역을 맡았는데, 공교롭게도 이번에 같은 역을 맡았다"며 "이 작품을 하면서 그동안 내가 때가 많이 탔구나, 반성하고 초심으로 돌아가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젊은 배우들에 대해 조연출 이황의와 김은영은 "요즘 친구들은 연극이나 뮤지컬에 대해 대학에서부터 공부를 많이 해서인지, 기량이나 감성이 확실이 뛰어나다. 이 젊은 배우들의 연기를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고 자신했다.

    2001년 독일 공연. (사진=학전 제공)

     

    ◇ IMF 시대 배경으로 한국사회 다양한 군상 그려 … "그래도 삶은 계속된다' 메시지

    '지하철 1호선'은 IMF 시절을 배경으로 한다. 94년 초연 이후 매년 시대상에 맞춰 조금씩 각색해왔으나, 98년부터는 더 이상 시대를 반영하지 않고 유지 중이다.

    그 이유에 대해 김은영은 "98년도 IMF 사태가 우리 시대에 있어서 가장 혼란스러운 시대이기에 이 때로 고정됐다"며 "그럼에도 작품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시대를 관통한다. 다양한 삶이 공존하는 사회 안에서 여러 고민하는 모습들이 있고, 그런 가운데 각자 나름의 희망을 꿈꾸며 삶을 이어 나간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미 공연을 좋게 보셨던 분들은 다시 공연을 한다는 소식에 기대를 하고 있을 것이고, 개인적으로 지금 뮤지컬 주 소비층이 20대인데, 이들이 '지하철 1호선'을 보고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하다"며 "젊은 관객의 이해를 돕고자 대사에 IMF를 설명하는 부분이 가미됐다"고 덧붙였다.

    1998년도에 이홍재는 14살, 박근식은 5살이었다. 그럼에도 작품이 전하는 메시지는 지금의 20대나 30대 초반의 젊은 관객에게도 통할 거라는 게 두 배우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이홍재는 "작품에서 가장 좋아하는 넘버가 '곰보할매'의 '산다는 게 참 좋구나, 아가야'이다. 작품의 주제라고도 생각한다"며 "온갖 고난과 시련의 풍파에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야 한다. 그래야 빛을 볼 거 아니냐. 내 세대에도 삶을 되돌아보고, 내일을 기대할 수 있게 하기에 충분한 작품이다"고 강조했다.

    98년도를 이야기한다고 해서 '응답하라' 시리즈와 같이 추억이나 향수를 자극하는 내용은 아니다. 이황의는 "공연을 보면 저 시대 사람들도 지금 우리와 같이 똑같은 고민하고, 지옥철 타며 그렇게 살았구나. 사람 사는 건 어디든 다 똑같다는 걸 느낄 거다"며 "중요한 건 마지막장에서 10년 전 지하철이지만 '그래도 삶은 계속된다'는 것이다"고 강조했다.

    뮤지컬 '지하철 1호선'에 출연한 배우 황정민. (사진=학전 제공)

     

    ◇ 설경구·황정민도 거쳐간 작품 … 과거 출연 배우들 특별 게스트로도 참여

    뮤지컬 '지하철 1호선'은 9월부터 12월까지로 100회 공연이 예정돼 있지만, 이후에도 계속 공연이 될 것으로 조연출과 배우들은 기대했다. 아직 확정된 것은 없고, 논의 중이다. 지난 2001년 그립스 극단의 초청을 받아 독일 베를린 투어 공연을 진행한 바 있는 '지하철 1호선'은 내년 6월 그립스 극단 50주년 기념 초청을 받아 독일에도 갈 예정이다.

    10년 만에 공연되는 '지하철 1호선'에 힘을 보태기 위해 출신 배우들이 게스트라는 개념으로 특별 회차에 깜짝 출연할 예정이다. 15년 공연 기간 동안 246명의 배우가 출연했다. 김윤석, 설경구, 황정민, 장현성, 조승우 일명 '학전 독수리 오형제'뿐만 아니라, 나윤선, 방은진, 배해선, 안내상, 김원해, 김희원, 김무열 또한 이 작품을 거쳐 갔다. 최민철, 방진의, 김종구, 정문성, 김재범, 최재웅 등 공연계에서 맹활약 중인 배우들 역시 함께 했다.

    10월에는 '학전 어린이 청소년 무대' 출신 '지하철 1호선' 배우들이, 11월에는 베스트 배역 OB팀, 해외 투어 OB팀 등 '지하철 1호선'의 역사를 함께 써 내려간 배우들이 게스트로 출연한다. 12월에는 이전 게스트 출연자가 재등장하기도 하고, '지하철 1호선' 출신 중 대중적으로 알려진 스타 배우들이 출연한다. 공연은 9월 8일부터 12월 30일까지 학전블루 소극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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