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외동포가 한국에서 거주하기 위해 당국에 제출하는 거소신고서. 영자와 한자로 성명을 표기하는 란은 있지만 한글 표기란은 없다.
'찐젼화'(金珍華). 한국 국적의 조부모님을 가진 중국동포 김진화 씨가 한국에서 각종 서류에 기입하는 이름이다.
멀쩡한 김진화라는 이름 대신 '찐젼화'라는 이름을 사용해야 하는 이유는 거소신고 때문이다.
재외동포가 한국에서 살기 위해서는 당국에 거소신고를 해야 하는데, 바로 이 때 한글 이름으로 신고할 수가 없게 돼 있다.
신고 서류에는 한자 이름은 물론 영문이름을 기입하는 공간이 있지만, 한글 이름란은 없다.
이 서류에 기입한 이름이 한국에서 생활할 때 쓰는 이름이 되는 것이다.
이에 따라 한글을 쓰는 부모님이 지어준 한글 이름을 대한민국에서 공식적으로 쓸 수 있도록 해달라는 동포들의 목소리가 커지고있다.
지난 3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중국동포! 조상님이 지어주신 한글이름을 돌려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자신이 출입국업무 대행을 하고 있는 행정사라고 밝힌 청원인은 "중국동포들이 '외국국적 동포 국내거소신고증'에 이름을 영어로 표기한다"며 "대한민국에서 영어가 공식 언어라니 참 아이러니하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중국동포들은 우리와 같은 조상을 가진 같은 민족이다. 해방 전 만주에 계신 분은 중국동포가 됐고, 해방 전 한반도 이남에 사셨던 분들은 대한민국 국민이 된 것이다"라며 중국동포가 같은 민족임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현재 중국동포들은 연변자치주에서 한글이름과 중국 한자어를 병기해 공식 언어로 사용하고 있다. 중국정부에서도 인정하는 한글이름을 대한민국에서 못 쓴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반문했다.
법무부도 다행히 이 같은 움직임을 인지하고 있다.
법무부 측은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권고사항에 따라 여권상 영문명을 표준화하고 있는 것"이라면서 "거소증에다 한글 표기를 해달라는 요구가 많아짐에 따라 내년에 연구 용역을 발주해 병기를 검토할 예정이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