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YP엔터테인먼트가 지난 29일 시가총액 기준으로 SM엔터테인먼트를 제치고 처음으로 '엔터 대장주'에 등극했다.
JYP는 지난 22일 시총 1조108억원으로 '1조 클럽'에 가입한 데 이어 1주일 만에 엔터테인먼트사 시총 1위 자리를 꿰찼다.
JYP의 시총이 SM을 뛰어넘은 것은 2001년 8월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이후 17년 만에 처음이다. 지난해 2월 6일 주당 4천605원, 시총 1천594억원으로 최저가를 기록한 JYP는 1년 6개월 만에 6배 이상 급성장하는 성과를 냈다.
JYP 박진영 대표 프로듀서가 지난 2014년 인터뷰에서 내건 '시총 1조' 목표를 4년 만에 이룬 셈이다.
당시 박진영은 "시총 1조를 넘으려면 답은 음악과 가수 등 콘텐츠의 '대량 생산'을 위한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라며 리스크를 줄이려면 자신이 모든 결정을 내리는 1인 중심 체제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JYP는 그해부터 조직 개편을 통해 시스템을 구현하는 데 주력했다. 이를 통해 선보인 트와이스, 갓세븐 등의 콘텐츠가 국내외에서 성공을 거두면서 상승세에 속도가 붙었다.
JYP 정욱 대표는 전화 통화에서 "내부 조직 개편을 통한 시스템 정착과 박진영 프로듀서의 역할 변화를 바탕으로 선보인 가수와 음악 콘텐츠의 성공이 주효했다"고 급성장 배경을 분석했다.
◇ 조직 개편 통한 시스템 변화…트와이스 등 콘텐츠 성공
JYP는 2013년까지 수년간 적자를 면치 못했다. 2004~2008년 박진영이 공들인 소속 가수들의 미국 진출 계획이 2008년 리먼 브러더스 파산으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 위기로 전면 무산된 여파가 컸다. 자리를 비운 시간이 길어지면서 국내에서도 고전했다. 한동안 실적 부진으로 하락세를 보이며 3대 음반기획사 자리에서 밀려났다는 평가도 나왔다.
2014년부터 박진영은 JYP의 생산성을 높이고자 미국 음반업계와 사업가들로부터 배운 선진 시스템을 순차적으로 도입하는 실험을 했다.
그 결과 마케팅, PR, 매니지먼트 등 업무 기능에 따라 구분된 조직을 4개의 아티스트 중심 본부 체제로 전환했다.
정욱 대표는 "본부는 아티스트를 전담하는 하나의 레이블 기능을 하고 있다"며 "회사 성장 속도에 맞춰 업무 콘텐츠 제작 속도가 빨라지는 등 업무 효율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이와 맞물려 박진영은 JYP가 1인 중심 체제에서 탈피하도록 자신의 역할에도 변화를 줬다. 그간은 박진영의 곡이 소속 가수의 앨범 타이틀곡이 되고 박진영이 콘셉트와 안무를 구상했다면, 작곡가 등 창작자들이 소속된 JYP퍼블리싱의 역할을 강화하고 사내에 음악 선곡 위원회를 구성해 시스템에 근거해 돌아가도록 했다.
JYP퍼블리싱에는 현재 50여 명의 창작자가 소속돼 있으며, 이곳에서 생산된 음악은 위원회를 통해 타이틀곡 등으로 선곡된다.
정욱 대표는 "선곡 위원회에는 크리에이티브 관련 평사원부터 본부장, 박진영 프로듀서까지 모두 한 표씩 행사한다"며 "이러한 시스템을 통해 가수와 음악이 모두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다"고 강조했다.
영업 이익이 흑자로 전환된 것은 2014년. 2015년 상반기에는 소속 가수들의 음원이 잇달아 차트 1위를 하며 'JYP 풍년'이란 말이 나왔다.
시스템 안착과 함께 2015년 10월 선보인 걸그룹 트와이스는 한국과 일본에서의 맹활약으로 '아시아 원톱 걸그룹'으로 부상했다. 한해 앞서 데뷔한 보이그룹 갓세븐이 해외에서 주가를 높이기 시작했고, 올해 선보인 보이그룹 스트레이키즈는 JYP의 미래로 평가받았다. 또 박진영이 'JYP 2.0' 투자설명회에서 공개한 중국 그룹 보이스토리의 9월 데뷔 등 성장에 대한 기대 심리가 주가를 견인했다.
◇ 콘텐츠 제작 중심 계열사…방탄소년단 효과로 K팝 시장 확대도 호재
JYP는 외식, 화장품, 패션, 스포츠 등 다방면으로 확장한 다른 대형 기획사와 달리 계열사가 콘텐츠 제작이란 본업에 집중한다.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JYP는 JYP픽쳐스와 일본, 중국, 홍콩 등 해외 법인까지 총 12개의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다. JYP픽쳐스는 영화와 드라마, 뮤지컬 등 콘텐츠 제작사이며 해외 법인들은 국내 엔터테인먼트 사업의 해외 거점이다. 현재로서는 다른 업종 사업으로 발생할 손실을 만들지 않고 핵심 사업을 강화하고 이를 정착시키는 과정으로 보인다.
JYP의 IR 담당자는 "유의미한 계열사는 해외 법인"이라며 "중국 법인인 JYP차이나와 텐센트뮤직엔터테인먼트의 합작 회사인 신성엔터테인먼트를 통해 중국 멤버들로 구성된 그룹 보이스토리를 9월 선보인다. 또 이르면 내년 하반기에 일본 걸그룹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방탄소년단의 성공으로 K팝 해외 시장이 확대되는 외부 환경도 호재로 작용했다. 실질적으로 아시아권에 집중됐던 K팝 시장은 그마저 한동안 침체했다가 방탄소년단이 아시아를 넘어 세계 무대에서 크게 성공하면서 다른 보이그룹들의 시장성을 함께 끌어올렸다.
JYP의 IR 담당자는 "방탄소년단 효과로 아시아 이외 지역에서도 K팝에 대한 수요가 증가했다"며 "갓세븐이 미국에서 투어를 돌 수 있는 시장으로 확대됐으며, 유튜브에서도 K팝 콘텐츠 소비 성향이 강해지면서 2016년부터 유의미한 매출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