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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적 병역거부] "양심은 헌법적 가치"vs"객관적으로 파악 불가"

법조

    [양심적 병역거부] "양심은 헌법적 가치"vs"객관적으로 파악 불가"

    대법원 전원합의체 공개변론 4시간 넘게 이어져
    변호인, "양심의 자유는 헌법적 가치"
    검찰, "양심을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없어"

    30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양심적 병역거부 전원합의체 공개변론이 열리고 있다. 이번 공개변론의 쟁점은 병역법 88조와 예비군법 15조의 '정당한 사유'에 종교 및 신념,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가 포함되는지 여부다. (사진=박종민 기자/노컷뉴스)

     

    종교적 신념 등의 이유로 병역을 거부하는 이른바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처벌할 수 있는지를 두고 대법원 공개변론에서 격론이 벌어졌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30일 '여호와의 증인' 신도 3명이 입대 및 예비군 훈련을 거부했다가 기소된 사건의 상고심에 대해 공개변론을 열고 검찰과 변호사 측의 의견을 들었다.

    이날 변론의 쟁점은 병역을 거부할 수 있는 '정당한 사유'에 종교적 신념과 같은 양심의 자유를 포함할 수 있는지였다.

    이에 대해 검찰측 김후곤 대검찰청 공판송무부장은 "병역을 거부할 수 있는 정당한 사유는 천재지변이나 교통사고와 같이 객관적인 사유로 한정해야 한다"며 "양심과 같은 주관적인 사유는 포함된다고 해석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양심의 자유도 인정한다면 국가가 양심을 평가하고 입증해야 하는데 이는 가능하지도 않고 평가 과정에서 개인의 인권을 침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피고인 측 오두진 변호사는 "양심의 자유는 2004년 대법원이 판결한 바와 같이 헌법적 가치"라며 "어떤 사람에게 병역은 그 사람의 존재가치를 뒤흔들 정도의 심한 갈등을 일으킨다"고 주장했다.

    이어 "양심에 따른 병역 거부는 병역을 기피하는 것도 아니고 의무를 면제하는 것도 아니다"라며 "피고인들의 경우 군과 무관하다면 대체복무에 성실히 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양측에 주장을 확인한 대법관들의 질문도 이어졌다.

    박상옥 대법관은 피고인 측에 "1년에 약 600명씩 병역 거부자가 나오는데 이들이 현역으로 입대하지 않으면 결국 병력을 유지하기 위해 다른 젊은이들이 복무해야 한다"며 "타인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상황에서 병역 거부가 정당성이 있는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변호인 측은 "양심적 병역 거부는 1세기 로마 때부터 있어온 것으로 특정 집단에 대한 특혜가 아닌 소수자에 대한 인권보호"라며 "우리 사회에 힘들고 위험해 사람들이 기피하는 일들이 있는데 대체복무를 통해 병역 거부자들을 활용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양심적 병역거부 전원합의체 공개변론이 예정된 30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시민들이 방청권을 받기 위해 줄을 서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노컷뉴스)

     

    단순한 병역 기피와 양심에 따른 정당한 병역 거부를 구분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도 이어졌다.

    "양심의 자유라는 판단 기준을 어떻게 세울 수 있나"라는 김재형 대법관 질문에 변호인 측은 "해외에서는 신념의 지속성, 진실성 등을 판단할 수 있는 지표가 마련돼 있어 철저히 심사가 이뤄진다"고 주장했다.

    반면 검찰 측은 "양심이 단순한 도덕적 정당성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소신이 얼마나 확고한지 판단해야 하는 것"이라며 "얼마나 엄격하게 판단할 수 있을지 논란이 있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 조희대 대법관은 "북한의 핵 위협과 같이 안보가 엄중한 상황에서 개인의 종교를 이유로 정당성을 주장할 수 있나"고 지적했다.

    권순일 대법관은 "전쟁상황과 같이 공동체 존립이 위태로워지는 상황에서 모든 구성원들이 조직원을 위해 전쟁에 나가야할때도 거부하는게 정당하다고 보나"고 질문했다.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해야한다는 유엔 자유권위원회 권고안과 국제사회 흐름을 짚는 질문도 나왔다.

    김선수 대법관은 "유엔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을 석방하고 대체복무를 하도록 권고했다"며 "우리나라의 국제사회의 위치나 국가로서의 지위 등을 고려하면 권고를 적극적으로 수행해야 할텐데 성과가 있었으면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 2004년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병역 거부자의 양심 실현의 자유가 국방의 의무보다 우월하지 않으므로 정당한 사유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이후 국내외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논의가 꾸준히 이어져왔다. 최근 하급심에서도 이들에 대해 무죄로 판단하는 추세가 이어지자 논쟁을 정리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에 헌법재판소는 지난 6월 대체복무제도를 규정하지 않은 병역법 조항이 위헌이며 내년까지 법을 개정하라고 판단했다. 헌재는 대체복무제를 병역의 종류로 규정하지 않은 병역법 5조 1항은 위헌이라고 봤다. 다만 입영 소집에 불응하면 처벌하도록 한 병역법 88조 1항에 대해서는 합헌으로 판단했다.

    법조계에서는 올해 안으로 이뤄질 대법원 선고가 14년 전 내린 판례를 변경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미 헌재에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데다 하급심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자에게 무죄를 선고한 경우가 100여건을 넘어서기 때문이다.

    여기에 헌법재판소는 지난 6월 결정에서 "대체복무제 도입 전 정당한 사유가 있는 거부자들에게 무죄를 선고하길 바란다"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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