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을 울린 이승우. (이한형 기자)
2014년 9월이었다. 태국 방콕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 16세 이하(U-16) 챔피인섭 8강에서 한국과 일본이 만났다.
당시 FC바르셀로나 유스팀 소속이었던 이승우(20, 헬라스 베로나)는 한일전에 대한 자신감이 넘쳤다. 한일전을 앞두고 "우리가 준비한 것만 하면 일본 정도는 가볍게 이길 수 있다고 본다"고 숙적 일본을 도발했다.
자신감은 결과로 나왔다.
이승우는 한일전에서 그림 같은 골을 뽑아냈다. 하프라인 뒤에서 달리기 시작해 수비수 3명과 골키퍼를 모두 제치고 골문을 열었다. 60m 거리를 홀로 달려 골을 넣은 뒤 관중석을 향해 더 큰 함성을 유도하는 여유도 보였다. 한국의 2대0 승리.
4년이 흐른 2018년 9월1일. 이승우는 다시 일본을 만났다. 시간이 흐른 만큼 더 큰 무대인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결승전이었다.
아시안게임에서 처음 열린 결승 한일전.
이승우는 0대0으로 팽팽하던 후반 12분 김정민(FC리퍼링) 대신 그라운드를 밟았다. 나머지 선수들의 몸이 무거워 정상적인 공격이 어려웠지만, 이승우는 후반 31분 슈팅을 날리는 등 공격에 힘을 보탰다.
그리고 연장 전반 3분 이승우의 발끝이 번쩍했다. 손흥민이 한 번 차놓은 공을 이승우가 달려들어 왼발 슈팅을 때렸다. 손흥민의 슈팅 타이밍이었지만, 이승우가 반박자 빨리 슛을 때렸다. 공은 순식간에 골문으로 빨려들어갔다.
벼락 같은 이승우의 골에 버티고, 또 버텼던 일본 수비도 무너졌다. 연장 전반 11분 손흥민(토트넘 핫스퍼)의 프리킥에 이은 황희찬(함부르크 SV)의 헤딩 골까지 터졌다. 연장 후반 1골을 내줬지만, 이번에도 한국의 2대1 승리였다.
"일본 정도는 가볍게 이긴다"고 자신했던 소년이 4년 만에, 이번에는 성인 무대에서 다시 일본을 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