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냄비 수천개 엮은 거대한 민들레꽃, 버려지는 물건이 예술로

공연/전시

    냄비 수천개 엮은 거대한 민들레꽃, 버려지는 물건이 예술로

    최정화 작가 대규모 개인전, 공공미술프로젝트와 연계한 신작들 공개

    사진=조은정 기자

     

    서울 삼청동에 거대한 민들레꽃이 피었다. 멀리서는 햇빛에 반사되는 아름다운 설치 미술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사연이 담긴 낡은 냄비들 수천개가 엮여 있다. 바로 국립현대미술관에 설치된 최정화 작가의 작품 <민들레>다.

    최 작가는 일상에서 쓰는 잡다한 소모품들을 모아 작품을 만든다. 소재는 주변의 모든 것이 될 수 있다. 버려진 대걸래, 플라스틱 바구니, 낡은 빗자루, 냄비, 밥상, 베게, 빨래판, 바다에 떠다니는 스티로폼까지. 그의 손을 거치면 설치 작품이 된다.

    80년대 후반부터 작품 활동을 시작한 최 작가는 소비재를 이용한 작업을 통해 90년대 이후 폭발적인 경제성장을 거친 한국사회의 모습을 은유한다.

    사진 =조은정 기자

     

    사진 = 조은정 기자

     

    최 작가는 국내 뿐 아니라 전세계를 다니며 물건을 수집하는데, 스스로 '헌팅'(사냥)이라 불렀다. 헌팅의 과정은 언뜻 보면 고물상과 다를 바 없다.

    20년 전 청계천 근처에서 주운 너덜너덜해진 대걸레를 지금껏 보관해오다 작품에 활용했다. 18살 때부터 모은 베게는 탑처럼 쌓여 작품이 됐다.

     

     

    중국 베이징에서는 낡아서 곧 버리게 되는 나무 빨래판을 수집하느라 플라스틱 빨래판과 바꿔가며 동네 곳곳을 돌아다녔다. 세차장에서 버리는 걸레들과 부엌 한쪽에 쌓여가는 낡은 냄비, 그릇들도 모두 모아두고 있다.

    7천개의 냄비와 식기를 엮어서 만든 <민들레>는 지난 3월부터 공공미술프로젝트인 <모이자 모으자="">를 통해서 수집했다. 저마다의 사연이 담긴 냄비가 모여 거대한 작품이 됐다. 최 작가의 작품이면서 동시에 모두의 작품이 됐다.

    작품 <꽃, 숲="">은 일상에서 발견한 재료들을 이용해 수직으로 쌓아 올린 146개의 꽃탑이다. 국적도 사연도 각각 다른 재료들을 섞고 모아서 탑을 만들었다. 최 작가는 묵혀둔 물건들을 혼합해 탑을 쌓아올리는 것을 "우주적 비빔밥이나 혹은 잘 익힌 젓갈"이라고 비유했다.

    <어린 꽃="">이라는 작품은 유아용 플라스틱 왕관들을 모아놓고 7m 높이에서 왕관들이 오르고 떨어지길 반복하는 작품이다. 끝내 오르지 못하는 왕관을 통해 세우러호 침몰로 희생당한 어린 생명을 추모했다. <늙은 꽃="">이라는 작품은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빨래판을 배열해 새로운 의미를 부여했다.

     

    "생활의 모든 것은 예술이 될 수 있어요. 우리가 아는 예술은 곧 없어질 겁니다. 그저 스스로 마음에 드는 무언가 하나를 가져가면 그만이에요"

    '예술보다는 일상이 소중하다'고 강조하는 최 작가는 예술가들을 위한 예술보다는 대중들이 각자 마음 속에 예술적 미학을 찾아가는 과정에 주목하고 있었다.

    이번 최정화 전시는 국립현대미술관이 현대자동차와 함께 기획하는 'MMCA 현대차 시리즈'의 일환이다. 전시는 내년 2월 10일까지 서울 삼청동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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