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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 혼술, 죽음…쌍용차 해고자의 '나비효과'



노동

    상처, 혼술, 죽음…쌍용차 해고자의 '나비효과'

    [쌍용차 해고, 10년의 악몽①]
    '발암물질' 최루탄 후유증에 트라우마도
    '빨갱이' 낙인에 취업 어렵고, 날마다 '혼술'
    '우울·불안장애' 75%…'죽음' 얘기는 일상

    ■ 방송 : CBS라디오 <임미현의 아침뉴스="">
    ■ 채널 : 표준 FM 98.1 (07:00~07:30)
    ■ 진행 : 임미현 앵커
    ■ 출연 : 사회부 김광일 기자

    지난달 28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 앞에서 열린 '경찰청 인권침해 사건 진상조사위원회의 쌍용차 사건 조사 결과 발표에 따른 쌍용차지부-범국민대책위 긴급 기자회견'에서 쌍용차 해고노동자 김선동 씨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 임미현> CBS는 정리해고가 노동자들의 건강과 가족, 사회적 관계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쌍용자동차 사태를 중심으로 살펴보는 연속기획을 마련했습니다. 오늘 첫 순서로,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의 10년의 삶을 사회부 김광일 기자와 함께 짚어보겠습니다.

    ◆ 김광일> 안녕하십니까.

    ◇ 임미현> 쌍용차 사태, 2009년 당시 2600명 규모의 정리해고에 반발해 노조가 공장을 점거했지만, 경찰이 강경 진압에 나섰던 사건이죠?

    ◆ 김광일>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대치 과정에서 수백명이 다쳤었죠. 경찰은 헬기에서 최루탄을 쏟아부었는데요. 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원회, 박진 위원 얘기 들어보시죠.

    [녹취: 박진 진상조사위원]
    "주성분이 CS고 용매인 디클로로메탄이라는 건데요. 이게 2급 발암물질로 밝혀졌고요. 고농도에서는 사망까지 이를 수 있다는 국방연구소 결과가 있더라고요. 헬기를 출격하는 대부분 이백몇 회 이상을 투하했다고 보고 있고요. 양은 20만 리터라고 합니다"

    지난 2009년 8월 4일 쌍용자동차 경기 평택공장의 모습 (사진=자료사진)

     

    ◇ 임미현> 최루탄 후유증이 적지 않았을 것 같네요.

    ◆ 김광일> 그렇습니다. 해고노동자 강환주씨입니다.

    [녹취: 해고노동자 강환주씨]
    "위에서 농약을 살포하듯이 뿌리면, 이걸 비 맞듯이, 우리는 온몸이 흠뻑 젖을 정도로 맞았어요. 수포도 많이 일어났고요. 조금, 조금씩 물집 잡히는 게 아니에요. 피부 껍질 전체가 수포로 변해버리는 거예요"

    ◇ 임미현> 신체적 후유증뿐만 아니라 트라우마도 심각하다고요?

    ◆ 김광일> 저희 취재진이 만난 해고노동자들은 느닷없이 격분하거나, 갑자기 오열하는 경우가 심심찮게 있다고 합니다. 농성 때 겪었던 헬기바람과 방송차 소음은 아직도 꿈에 나온다고 하고요. 강씨, 그리고 또 다른 해고자 김정우씨입니다.

    [녹취: 해고노동자 강환주·김정우씨]
    "오늘도 인터뷰하다가 울컥울컥했는데 그런 감정들이 아직 고스란히 다 살아있죠"
    "끔찍하지, 그 트라우마가 있어요. 헬기 소리가 지나가면서 '다다다' 소리를 내면 나도 쳐다보게 돼. 이렇게"

    지난달 21일 서울 대한문 쌍용차 분향소에서 CBS노컷뉴스 취재진과 인터뷰 중인 해고노동자 강환주씨 (사진=박희원 기자)

     

    ◇ 임미현> 그럼 그동안 어떻게 지냈답니까? 바로 다른 일자리를 구했나요?

    ◆ 김광일> 그런 경우도 있었지만 상당수 노조원은 범죄자, 불순분자라는 낙인이 찍히면서 취업이 어려웠다고 합니다. 농성 직후 64명이 구속됐고 수백명이 사법처리됐었거든요. 해고자 김선동 씨입니다.

    [녹취: 해고노동자 김선동씨]
    "아무것도 못 하고, 일자리도 못 구했어요. 빨갱이라고 그 난리를 쳐놨으니 전국에다가 도배를 했잖아요. 그러면서 먹고 사는 문제도 잘 해결이 안 되죠"

    ◇ 임미현> 신체적 정신적 고통은 바깥 활동, 그러니까 사회적 활동에도 제약을 줄 수밖에 없겠군요.

    ◆ 김광일> 같은 해고자들 말고 다른 사람들과는 대화하기도 어려웠다고 합니다. 그래서 주변에 맺었던 인간관계도 많이 깨졌다고 합니다. 김씨입니다.

    [녹취: 해고노동자 김선동씨]
    "만나고 싶어도 전화기 못 누르는 거야. 금전적 여유 없으니까. 그리고 내 얘기를 누구한테 꺼내고 싶지를 않은 거예요. 꺼내봤자 상대방은 이해를 못 하는 거고. 그러다 보니까 혼자 먹는 술이 빈번해지는 거예요"

    ◇ 임미현> 그럼 가족들과는 어땠을까요?

    ◆ 김광일> 남편이, 그리고 아빠가 경제생활도 안되고 맨날 술만 마시다 보니 다툼이 생기기 일쑤였다고 합니다.

    [녹취: 해고노동자 김선동씨]
    "해법이 없다고 판단을 할 때마다 짜증을 내고 마누라한테 미뤄버린 거지. 아이들도 집 안에서 그런 걸 많이 듣잖아요. 그래서 '모든 게 잘못됐던 건 아빠 때문이야'라는 생각들을 기본적으로 갖고 있는 것 같아요"

    ◆ 김광일> 여기에, 어린 자식들로부터도 범죄자란 오해를 받았다고 합니다. 다시, 강환주 씨입니다.

    [녹취: 해고노동자 강환주씨]
    "'어쨌든 아빠가 잘못한 게 있으니까 잡아가지 않았겠냐' 이런 생각 하고 있는 거죠. 아직까지도 아빠가 뭔가 잘못해서 해고가 됐고, 구속이 됐고 하지 않았냐, 이렇게 생각하는 거죠"

    지난 7월 3일 오전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희생자 고 김주중 조합원의 분향소 설치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 임미현> 해고자들의 우울증이 심각한 수준이라는 건 이런 이유 때문이었겠군요.

    ◆ 김광일> 2015년 발표된 보고서에 따르면 쌍용차 해고자 4명 중 3명은, 1년간 우울 및 불안장애를 겪었다고 합니다. 이는 일반 자동차공장 노동자의 47배에 달하는 수치입니다. 해고자들에게 이런 우울증이 지속되면서 몇몇은 극단적인 선택을 했습니다. 최근 1명이 더해지면서 쌍용차 관련 사망자는 벌써 서른명이 됐습니다. 저희가 이번에 인터뷰하면서 가장 놀랐던 건, 해고자들이 죽음에 대한 얘기를 아주 일상적으로, 자연스럽게 반복하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직접 들어보시죠.

    [녹취: 해고노동자들]
    "농담식으로 던지는 자살 충동이 한두번이 아니었던 거죠"
    "절망감이 쌓이고 쌓이면 어떻게 돼요? 아파트에서 밑을 내려볼 수도 있는 거고"
    "다들 아슬아슬해요. 강한 사람들이 하나도 없고, 언젠간 저 사람 쓰러지겠다 하는 생각을 해요"

    ◇ 임미현> 그야말로 벼랑 끝에 서 있군요.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내일은 해고자 옆을 지켜온, 배우자들의 10년을 짚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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