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CBS라디오 <임미현의 아침뉴스="">
■ 채널 : 표준 FM 98.1 (07:00~07:30)
■ 진행 : 임미현 앵커
■ 코너 : 조은정 기자의 <조은정의 '뉴라밸'="">
◇ 임미현 > 매주 목요일부터는 다양한 문화 트랜드를 읽고 실생활과 접목해보는 조은정의 '뉴라밸' 코너를 선보입니다. 문화부 조은정 기자 나와있습니다. 조 기자. 반갑습니다.
◆ 조은정 > 네 반갑습니다.
◇ 임미현 > 매주 목요일마다 만나게 됐는데 뉴라밸. 뜻이 뭔가요?
◆ 조은정 > 워라밸 한번쯤 들어보셨을 겁니다. '워크 라이프 밸런스' 즉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춘다는 워라밸이 이 시대 화두인데요. 이런 흐름에 맞춰서 뉴스도 일상 생활과 균형을 맞춰보자는 취지입니다. 좀 딱딱한 주제 대신 워라밸에 도움이 될만한 문화계의 소식으로 찾아뵙겠습니다. 앞으로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 임미현 > 네. 뉴라밸. 시작하겠습니다. 첫 주제는 뭘 가져오셨나요
◆ 조은정 > 네. 오늘은 팔순에 전성시대를 맞은 화가들의 얘기입니다.
◇ 임미현 > 팔순이라. 아무리 백세시대라지만 적지 않은 나이인데, 활동하는 화가들이 많은가요?
◆ 조은정 > 많을 뿐만 아니라요, 현재 80세를 전후한 노장 작가들이 한국 미술계의 큰 주축을 형성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보통 한국을 대표하는 화가들 어떤 분들이 떠오르세요?
◇ 임미현 > 이중섭, 박수근, 김환기 정도 떠오르는데. 다 생존하신 분들은 아니네요.
◆ 조은정 > 보통 천재 예술가들은 요절한다. 이런 막연한 고정관념들이 있죠. 이미 세상을 떠난 분들을 먼저 떠올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조금만 들여다보면 오래 생존해 계시면서도 한국 미술의 역사를 다시 쓰고 계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팔순을 한참 넘긴 단색화 화가들이 대표적입니다. 앵커께선 혹시 단색화, 들어보셨나요?
◇ 임미현 > 단색화. 잘은 모르지만 단순한 색상의 그림을 얘기하는 것 같은데요?
◆ 조은정 > 네 비슷합니다. 추상화 중에서 극히 단순한 색을 쓰고 주로 무채색을 이용하는 경우를 서양에서는 '모노크롬'이라고 부르는데요. 한국에서는 일찌감치 이런 단색화들이 자생적으로 발달했습니다. 한지의 전통에서 비롯된 한국 특유의 서정적인 정서가 녹아있죠. 이미 '단색화'라는 용어가 고유명사로 인정이 돼서 특수한 장르로 통용이 되고 있습니다.
박서보 'Ecriture (描法) No. 18-81' 1981년作 (제공=국제갤러리)
◇ 임미현 > 한국의 단색화가 언제부터 주목을 받은건가요?
◆ 조은정 > 네. 약 3년,4년 전부터 홍콩 뉴욕 등 세계 시장에서 먼저 한국의 단색화의 깊이를 알아보고 그림값이 뛰기 시작했구요. 팔순을 넘긴 단색화가들이 세계적으로 다시 주목을 받았습니다. 대표적인 화가가 박서보, 정상화, 하종현 작가입니다. 원래는 한국 단색화 4인방으로 윤형근 작가까지 포함되는데 윤 화백은 오래전에 돌아가시고 나머지 세분이 현역으로 활동중이십니다. 작품의 가치를 가격을 매길순 없겠지만요. 이분들 작품의 경우에는 90년대 후반, 2000년 초반까지 수백만원대 거래가 됐는데 지금은 억대에 거래가 되고 있습니다. 10억을 훌쩍 넘기는 작품들도 꽤 있구요.
◇ 임미현 > 이분들 연세가 어떻게 되셨나요?
◆ 조은정 > 박서보 화백은 1931년생으로 올해 88살이구요. 정상화 화백은 87살. 하종현 화백은 이중 막내로 84살이십니다. 세 분 모두 현재도 많은 작품을 내놓고 있어요. 또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다보니 더 기운을 내시는 것 같습니다. 런던, 뉴욕 등 유명 갤러리에서 계속해서 초청을 받으면서 해외를 오가면서 작가로서 전성기의 삶을 살고 있습니다.
미술 경매회사인 케이옥션의 손이천 차장의 말 들어보시죠.
한국의 단색화는 서양의 모노크롬에 비해 외형적인 것보다는 정신성을 더욱 강조한 것이 특징입니다. 단색화 열풍의 주역들이 80세를 훌쩍 넘으신 나이에도 활발히 활동하고 계시고 한국의 미술을 해외에 많이 알리고 있어요. 특히 단색화가 세계 미술사에서 고유명사로 자리잡았다는 것은 큰 의미입니다.더 놀라운건 단색화가는 아니지만 이중섭의 친구였던 1916년생, 우리나이로 102살의 현역화가도 있습니다. 바로 김병기 화백입니다.
◇ 임미현 > 102살이라구요? 아직도 작품활동을 하십니까?
◆ 조은정 > 네. 개인전을 준비하실 정도로 열정적으로 활동하고 계십니다. 이분의 젊은시절을 따라가다보면 한국 근현대사가 다 읽힐 정도입니다. 미국에 건너가 오래 사시다가 국내 화랑과 인연이 닿아서 다시 고국으로 돌아와 작품활동을 하고 있는데요. 초등학교 친구 이중섭 뿐만 아니라 소설가 김동인, 시인 이상 등 당대 웬만한 예술가들과는 다 인연이 있으셨어요. 그야말로 살아있는 역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임미현 > 여성 작가들은 없나요?
개인전을 앞두고 작품 앞에서 설명하는 윤석남 작가. (사진=조은정 기자)
◆ 조은정 > 남성 작가들 보다 많지는 않지만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올해 여든이 된 윤석남 작가를 들 수 있는데요. 평범한 가정주부였던 윤 작가는 여성으로서의 우울과 불안감을 극복하기 위해서 마흔살에 붓을 들어서 40년간 꾸준히 작품활동을 해왔고 현재는 아시아 페미니즘 미술의 대모로 평가됩니다.
얼마전 삼청동에서 개인전을 시작해서 직접 뵀는데 하루 7시간 이상 작품활동을 할 정도로 체력이 대단하셨습니다. 끊임없이 새로운 기법을 배우기도 하셨는데요. 윤 작가의 말을 들어보시죠.
"민화라고 불리는 채색화에 푹 빠져있습니다. 색감이나 선의 매력에 빠져있어서 계속 잘 그리고 싶어요. 여든이라는 나이는 부정할 수 없지만 계속 그리고 싶죠"◇ 임미현 > 목소리도 힘이 느껴지네요.
◆ 조은정 > 네. 너무 젊고 에너지가 넘치셔서 사람의 신체적 나이가 중요할까 이런 생각도 들더라구요. 노화가들의 열정적인 삶의 스토리를 접하다보면 오는 감동이 큽니다.
미술이 좀 어렵게 느껴질수도 있는데 미술관이나 갤러리들이 많아져서 조금만 검색을 해보시면 무료로 관람할 수 있는 곳이 많거든요. 요즘은 인터넷에서도 정보가 많으니까 현역으로 활발하게 활동하는 이런 작가들과 작품에 대해서 좀더 많이 접해보셨으면 합니다.
◇ 임미현 > 네 오늘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문화부 조은정 기자였습니다. 조은정의>임미현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