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조그룹 주진우 회장 (그래픽=노컷뉴스)
참치 선물세트 강매논란을 빚고 있는 사조그룹이 협력회사에도 참치캔 선물세트 판매를 요청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협력사들은 명절 때마다 반복되는 사조계열사들의 선물세트 판매부탁을 거절하지 못하고 매출을 올리느라 회사의 정상업무가 마비될 지경이라고 폭로했다.
6일 경기도 소재 사조그룹의 A 협력사에 따르면, 추석 명절을 앞둔 8월 중순부터 사조산업과 사조씨푸드, 삼화벤처는 이 회사로 참치캔과 김, 건어물 선물세트 팜플렛을 택배로 보내면서 선물세트 판매를 요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A사는 회사 직원이나 직원의 가족 등을 상대로 판촉활동을 벌여 선물세트를 판매한 뒤 매출현황을, 판매를 요청한 사조그룹 계열사 담당자에게 보내주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사조그룹 계열사가 납품업체에 보낸 선물세트 판촉 팜플렛. 팜플렛이 사무실 바닥에 수북이 쌓여 있다. 사진=납품업체 제공
A사는 명절마다 대략 5천만원에서 7천만원에 이르는 사조선물세트를 팔아주고 있다고 한다. 이 회사는 사조그룹과 거래를 터고 난 뒤 매년 빠짐없이 선물세트 파는 일을 해오고 있다고 회사 관계자는 밝혔다.
선물세트 판매를 떠넘기고 있는 사조그룹 계열사들은 말썽이 빚어질 것에 대비해 ‘사조선물세트 팜플렛’만 수천장씩 협력사에 택배로 보낼뿐 공문은 절대로 보내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 직원 B씨는 6일 CBS노컷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사조계열사로부터 받는 금액을 배분하고 이곳 저곳에 사달라고 연락해야 하고 주문이 오면 그것도 집계해야 하니까 업무에 비상이 걸린다. 회사 사장도 직원도 대목 한달 동안 거의 이걸 파는데 정신이 없다”고 말했다.
본업과는 아무 상관도 없는 사조선물세트 판매에 매달릴 수 밖에 없는 이유는 협력사의생사가 달린 문제이기 때문.
B씨는 “사조에서는 판매요청이라고 하지만 판매실적이 경쟁사와 비교가 되니 가령 우리가 7천만원을 판매하는데 경쟁사에서 9천만원을 판매했다면 물량이 바뀔 수도 있는 것이다. 그래서 협력사들이 부탁을 거절할 수 없다”고 호소했다.
더 큰 문제는 사조가 떠넘긴 선물세트 판매물량은 고스란히 A사의 협력회사나 하청업체로도 넘어간 것이다. 사조그룹의 선물세트 판매 갑질이 기업체 '힘관계'에서 가장 약한 협력사.하청업체의 재하청업체로 전가되는 것이다.
사조그룹은 그룹 계열사와 납품업체에 선물세트 판매를 할당하면서 팜플렛을 보내고 있다. 사진=사조그룹 제공
A사 관계자는 “한해 매출이 수십억원에 불과한 중소기업이 수천만원대의 선물세트를 사내에서만 소화가 안돼서 협력사나 하청업체 20여곳으로 긴급지원요청을 보내고 그러면 결국 그 회사들도 사조참치 팔이에 동원되지만 협력사도 저희 처럼 부탁을 거절할 수 없는 것이다”고 말했다.
사조그룹은 2018년 추석을 앞두고 사조산업 38억원, 사조씨푸드 21억원, 사조해표 46억원 등 계열사에 210억원 어치의 선물세트 판매를 할당해 직원들의 반발을 샀었다.(CBS노컷뉴스 9월5일자 보도 참조=사조그룹의 소탐대실…'참치캔 할당' 망신살)
사조그룹이 추석이나 설 명절때마다 밀어내기식으로 떠넘기는 수백억원대의 선물세트가 사조그룹 임직원은 물론이고 협력업체와 그 하위 협력업체에 까지 전가되면서 원성의 대상이 되고 있다. {RELNEWS:righ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