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미국 뉴욕의 빌리 진 킹 내셔널 테니스 센터에서 US오픈 여자단식 결승이 열린 가운데 우승자 오사카 나오미(왼쪽)가 시상대에서 눈물을 보이자 준우승을 차지한 세레나 윌리엄스가 위로하고 있다. (사진=노컷뉴스/gettyimages)
우승자는 미안한 마음을 드러냈고 패자는 그런 우승자를 보듬었다. US오픈에서 격돌한 오사카 나오미(일본)와 세레나 윌리엄스(미국)의 얘기다.
오사카는 9일(한국시간) 미국 뉴욕의 빌리 진 킹 내셔널 테니스 센터에서 열린 US오픈 테니스대회 여자단식 결승에서 윌리엄스를 2-0(6-2 6-4)으로 꺾었다.
이로써 오사카는 일본인 최초로 메이저 대회 단식 우승을 차지한 선수가 됐다. 아시아 선수로는 2011년 프랑스오픈과 2014년 호주오픈 여자단식을 제패한 리나(중국)에 이어 두 번째 메이저 챔피언이다. 아시아 남자단식 최고 성적은 2014년 US오픈 니시코리 게이(일본)의 준우승이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트위터를 통해 "US오픈 우승을 축하합니다. 일본인 최초로 그랜드 슬램 타이틀을 따내 일본 전체에 에너지와 영감을 불어넣어 줘서 감사합니다"라고 오사카의 우승을 축하했다.
하지만 이날 경기는 찜찜함을 남긴 채 막을 내리게 됐다. 판정 논란이 있었기 때문이다.
윌리엄스는 2세트 게임스코어 3-1로 앞서가다 자신의 서브 게임을 내줘 3-2로 쫓겼다. 이후 화를 참지 못하고 라켓을 코트 바닥에 내던졌다.
윌리엄스의 행동이 1차 경고로 끝났으면 아무 문제가 없이 넘어갈 상황이었다. 하지만 체어 엄파이어를 맡은 카를로스 라모스는 이번이 2차 경고라고 판정했다.
결국 오사카에게 포인트를 내주고 경기를 시작한 윌리엄스는 집중력이 흔들리며 연달아 2게임을 내줘 게임스코어 3-4로 역전을 내줬다.
심기가 불편해진 윌리엄스는 주심에게 "당신 때문에 내 점수가 도둑맞았다"며 "당신은 거짓말쟁이고 앞으로 내 경기에는 절대 들어와서는 안 된다"고 강하게 항의했다.
라모스는 윌리엄스에게 3차 경고를 했고 이는 게임 페널티가 되면서 게임스코어는 3-5로 벌어졌다.
결국 마지막까지 마음의 진정을 찾지 못한 윌리엄스는 결승 무대에서 신예 오사카에 패해 준우승으로 대회를 마쳤다.
어릴 때부터 윌리엄스를 '롤 모델'로 삼아왔던 오사카. 자신의 우상을 꺾고 메이저대회 우승이라는 순간을 맞이했지만 마음껏 웃을 수 없었다. 경기장을 찾은 윌리엄스 팬들이 시상식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야유를 퍼부어 분위기가 어수선해졌기 때문이다.
결국 오사카는 이기고도 미안하다는 말을 전했다. 그는 "많은 분이 윌리엄스를 응원하셨는데 경기가 이렇게 마무리돼서 죄송하다"라고 전했다.
오사카는 이어 "윌리엄스와 US오픈 결승전을 치르는 것은 저의 오랜 꿈이었다. 이렇게 윌리엄스와 경기를 할 수 있어서 감사한 마음"이라고 윌리엄스 쪽을 향해 인사했다.
윌리엄스 역시 오사카의 승리를 축하했다. 그는 "나오미는 훌륭한 경기를 했고, 지금은 그를 축하하는 자리"라며 "더는 야유는 하지 말아달라"고 팬들에게 외쳤다.
그는 이어 "야유는 그만합시다"라며 "내년에 다시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고 2019년 대회 출전을 암시하는 말로 팬들을 진정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