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행정처가 제출한 2014년 2015년도 사법부 홍보 활동지원 집행내역서. 20억원 예산 중 나머지 10억원 상당의 용처에 대해 대법원 관계자는 "내역을 조정해 집행했고, 용처는 확인중"이라고 답했다.
검찰이 양승태 사법부의 비자금 조성 의혹과 관련해 최근 대법원의 예산 관련 부서를 압수수색한 가운데, 문제가 된 '일반재판운영지원' 예산 항목에서 9억여원을 당시 대법원이 전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법원행정처가 3억5000만원의 비자금 조성을 위해 활용했던 예산 항목 역시 '일반재판운영지원' 항목이었던 만큼, 이 부분에 대한 면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0일 대법원 관계자에 따르면, 법원행정처는 2014년과 2015년 '사법부 공보·홍보 활동지원' 예산 20억원 중 9억1000여만원을 공식 홍보비 외 용도로 전용해 사용했다.
법원행정처는 2014년과 2015년 '일반재판운영지원' 예산항목에 속한 '사법부 공보·홍보 활동지원' 예산 19억9800만원 중 약 10억9000만원을 상고법원 홍보 및 포털 브랜드검색 광고 등에 집행했다.
그러나 나머지 9억1000여만원의 행방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예산내역을 조정해서 집행했고 용처 등은 현재 확인하고 있다"며 사실상 '예산 전용'을 시인했다.
애초 20억원 상당의 홍보비를 홍보예산과 관련 없는 '일반재판운영지원' 예산에 끼워 넣은 것도 문제지만, 이중 일부를 다른 용도로 쓴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예상된다.
남은 돈의 행방에 대해 대법원 예산담당 관계자 역시 "내역을 조정해서 집행한 건 맞지만 일부 불용한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구체적인 용처는 밝히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 검찰 수사를 통해 2015년 법원행정처가 공보관실 운영비로 책정한 예산 3억5000만원 상당을 현금으로 되돌려 받아 비자금을 조성한 정황이 드러났다.
당시 대법원은 상고법원 홍보를 위해 많은 자금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남는 예산을 굳이 불용했다는 해명을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지난 6일 비자금 조성 의혹이 제기된 대법원을 압수수색 했다. 검찰이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에 착수한 이래 대법원·법원행정처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기는 처음이다. 사진은 이날 서초동 대법원 청사. 박종민기자
한편 양승태사법부 시절 법원행정처는 상고법원 도입을 위해 대법원 내에 공청회 무대를 제작하는 데만 2000만원을 쓰는 등, 국민혈세를 쌈짓돈처럼 사용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행방이 묘연한 예산이 양승태사법부 비자금 조성에 쓰였는지 여부 등을 집중 수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