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야구 되살리자' 김용철 한국실업야구연맹 추진위원장(오른쪽부터), 김응용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장,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이 11일 '일자리 창출을 위한 실업야구팀 창단 업무 협약식'에서 MOU에 서명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한국 실업야구가 부활할 수 있을까. 일본처럼 아마추어 선수를 흡수하고 프로 진출을 위한 토대가 된다면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와 한국노동조합총연맹, 가칭 한국실업야구연맹 추진위원회는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 7층 회의실에서 '일자리 창출을 위한 실업야구팀 창단 업무 협약식'을 진행했다. 김응용 협회장과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 김용철 추진위원장이 참석했다.
이들은 이번 협약으로 한국 야구계의 숙원인 실업팀 창단을 통해 일자리 창출 및 연고지의 지역 경제 발전, 참여 기업의 위상 강화와 사회적 공헌을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 이어 학생야구 정상화 및 야구 저변 확대를 위해 역량 있는 기업이 창단할 수 있도록 적극 협력하기로 했다.
협회는 "이번 협약식은 김용철 위원장이 실업팀 창단을 위해 여러 방안을 모색하던 중 최근 좋은 일자리 창출에 노력하고 있는 한국노총과의 뜻이 맞아 성사됐다"고 설명했다. 한국노총 산하에는 과거 실업야구팀을 보유한 공공기업 및 금융권, 철도 등 많은 기업들이 있었다.
실업 야구팀이 창단하면 선수들은 물론 구단 직원까지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수 있다. 김주영 위원장은 "실업야구가 앞으로는 야구계의 희망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 조합에 속해 있는 좋은 기업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김응용 회장도 "야구 선수들의 일자리 창출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함께 협력하기로 한 한국노총 김주영 위원장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답했다.
'1072명이나 왔는데...' 11일 열린 2019 KBO 신인 드래프트에는 1000명이 넘는 지원자가 몰렸지만 결국 부름을 받은 인원은 100명뿐이었다. 사진은 각 구단의 지명을 받은 신인들이 정운찬 KBO 총재와 기념촬영을 한 모습.(사진=KBO)
만약 실업 야구가 부활한다면 치열한 프로 입단 경쟁과 선수들의 진로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 올해 KBO 리그 신인 드래프트에는 총 1072명이 참가했지만 10개 구단이 10라운드까지 10명씩 총 100명을 선발하는 데 그쳤다. 나머지 90% 이상은 다른 진로를 택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 소식을 들은 야구인들도 반색이다. 류중일 LG 감독은 "실업야구가 예전처럼 부활한다면 한국 야구를 위해서도 반가운 일"이라고 말했다. 류 감독은 "10명씩 신인들을 뽑으면 프로 구단에서는 엔트리가 한정돼 있기 때문에 10명이 나가야 한다"면서 "그러나 실업 야구가 생기면 선수들이 그만큼 뛸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된다"고 반가워 했다.
일본의 예도 들었다. 류 감독은 "이번 아시안게임을 보니 일본 투수들의 수준이 높더라"면서 "프로에서도 통할 만큼 까다로운 공을 던졌다"고 말했다. 이어 "실업 선수들은 평생 직장을 가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실업 무대에서 활동을 해도 생계를 유지할 수 있을 뿐더러 여기서 실력을 갈고 닦아 프로에도 다시 도전할 수 있는 바탕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아마추어 선수들을 흡수하고 로에 자원을 줄 수 있는 순기능의 역할이다.
한국 야구도 프로 이전에는 실업 야구가 인기를 모았다. 김봉연, 김재박, 유승안, 김우열 등 프로 초창기 스타들이 대부분 실업 야구 출신들이었다. 과연 한국 실업 야구가 부활해 아마추어와 프로를 이어줄 든든한 바탕이 될지 지켜볼 일이다.